3월 2일 개강날, 학교엔 사람들이 넘쳐났다. 23학번 새내기들도 많았어서 그런지 2019년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코로나 비대면 수업 이후로 대학교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 차차 나아지길 소망한다. 개강하고 느낀 점을 써보면 다음과 같다.
1. 동생과 학교를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이 꽤 좋았다.
나의 학과 특성상 팀플도 없을뿐더러 코로나 학번이었기에 친구를 거의 못 사귀었다. 사귄 친구 1명도 군 복무 중이다 ㅋㅋ. 물론 혼자 다니는 것에 원래 익숙한 사람인지라 상관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동생이랑 같이 학교에 가, 밥도 같이 먹고 돌아다니는 것이 복학 첫 학기 두려움을 많이 없애주었다. 동생은 4학년이라 학교의 건물 위치, 학교 꿀팁 등을 많이 알고 있어서 나는 좀 더 수월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혼자 갔더라면 어리바리 엄청했을 것 같다. 동생은 올해만 하면 졸업인데 그때까지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모르겠다 ㅎㅎ. 없으면 도망가야 하나?
2. 아이패드의 편리함을 많이 느꼈다.
복학하기 한 달 전쯤, 부모님께서 아이패드를 사주셨다. 사실, 나는 안 사도 된다는 스탠스였다. 2019년에 학교를 다닐 때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프린트해 가거나 전공책을 보면 됐기에 말이다. 사실 시험공부도 거의 안 했던 학생이었어서 그런지 자료도 많이 필요 없었다 ㅋㅋㅋㅋㅋ. 또한,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패드+펜슬+케이스 필름만 해도 벌써 100만 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이유로 안 사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염려와 추천을 계속 무시할 수 없었기에 패드를 구입했다. 신학기마다 하는 애플의 교육할인을 받아 그냥 사는 것보다 싸게 구매를 하였다. 그래도 비싼 건 맞다... A4 1면 프린트에 4~50원 정도다. 1,000,000/50을 하면 20000. 2만 장까지 프린트할 일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패드는 컬러도 되고 필기 후 수정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또 그걸 나중에 프린트하고 싶다면 프린트도 가능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프린트 카페까지 갈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2019년 학교를 다닐 땐 프린트를 하려고 이 편의점 저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학교 내 프린트 카페는 늘 줄 서있었기에 가끔 이용하였다. 이러한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또 괜한 노동력을 쓰지 않아도 됐다. 만약, 프린트를 잘못하면 다시 해야 하거나 빠뜨린 게 있으면 다시 갔다 와야 했다. 하지만 아이패드 하나로 쓱 싹 쑉 다운로드하고 바로 파일을 열면 되기에 너무 편리했다. 펜슬도 사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가끔은 큰 화면으로 침대에 누워 영상도 볼 수 있기에 장점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즘엔 '노트북'보다 '패드'를 사는 것이 대학생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2019년에 산 노트북도 하나 있는데 이틀 동안 아이패드만 들고 다녔다. 패드 성능도 컴퓨터만큼 좋아져서 휴대성도 편리한 패드를 적극 추천한다. 키보드가 필요하다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면 된다!
3. 재미있게 수업 듣고 공부하고 싶은데 교수님들께서 '성적' 언급만 하면 바로 자퇴ㄱ,, 읍읍
학생들의 대한 평가도 어쩔 수 없기에 성적을 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A, B, C와 같은 학점이 싫을 뿐이다. 모든 학생이 그럴 것이다! 동생을 보면 진짜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든다.(속에선 엄청 힘들어할 수도,,,) 학점이 싫다고 열심히 안 할 거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ㅋㅋ. 또 그냥 성적을 낼 거면 깔끔하게 출석+중간시험+기말시험 OR 과제 대체로 할 것이지. 이상한 참여점수, 가산점, 선착순 등등 '웃긴' 성적 기준을 설명하시는 교수님이 가끔 계신다ㅋㅋㅋㅋ 어차피 줄 세우기 할 거면 그냥 과목 당 원점수를 성적표에 넣고 백분위로 표시를 하지;;; ABC 무슨 초콜릿도 아니고... 수업 첫 오티 때 굳은 학업 의지를 갖고 강의실에 들어가 교수님의 오티를 듣다가도, '성적'관련 얘기가 나오면 갑자기 듣기가 싫어진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이상한 성격인 것 같긴 하지만 뭔가 뿔이 난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한 일이 아니기에 내 책임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성적 등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위에 쓴 3가지 내용은 간단한 느낌을 쓴 것이라면 지금 쓰는 내용은 정말 중요하다. 진짜 충격을 많이 받았다.
4. 우리나라 교육은 역시나 'FIRST MOVER'가 아니다.
읽으시기에 앞서, 모든 한국 교수님들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닌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클래스'가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거 일 수도 있고 내가 진짜 좋은 교수님을 못 만나서 그런 거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4개의 강의를 들었는데 네 분 다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너무 슬펐고 저 가슴속에서부터 울컥했다. 어느 정도까지 였나면, 진짜로 '수학(修學)'을 하려면 우리나라 대학에선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 해외대학에 가고 싶어 졌던 순간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Chat-GPT 3 '덕분'이다. 네 분의 교수님 모두 Chat-GPT3를 두려워하고 계셨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본인들이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나는 'Chat-GPT3'가 무섭고 싫다.(물론 한분은 싫다고 하시진 않았다) 앞으로 에세이 과제는 안 내야겠다. 그런 거 쓰면 문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어느 정도의 염려 때문에 초반부터 이런 말씀하셨을 거지만, 이 말을 듣고 나는 너무 실망했다. 진짜 많이 실망했다. 나도 몇 주 전 Chat-GPT3 관련 글을 썼었다. 핫한 주제였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Chat-GPT3와 관련된 나의 생각을 알고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전글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기존의 학문'과 '인공지능의 발달'에서 오는 '메리트'를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분명히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들을 탓하진 않지만 가담자이긴 하다.
이건 우리 학교만의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나라의 종특'이다. 일단 '안돼'라는 문화가 너무 강하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들어선 이상 '호기심'을 품거나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 '저건 하면 안 돼', '저건 보면 안 돼', '조용히 하고 공부나 해.', '게임하지 마.' 등등. 무엇을 해보라고 응원하고 권유하는 문화 자체가 없다. 주변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면 이상한 사람이라 취급받고 망하면 '거봐 그럴 줄 알았어'지만 잘되면 그만큼의 축하는 없다. 많은 한국 학생들은 이 점에 대해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Chat-GPT3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스마트폰을 쓴다. 스마트폰은 되는거고 Chat-GPT3는 안되나? 나는 둘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그저 자신들이 이루어 낸 기준에 어긋나면 OUT인 것이다. 이렇게 우울해하던 찰나, 내가 평소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 하나의 영상이 어제 업로드되었다. 정말 타이밍이,,,
https://youtube.com/watch?v=ZA9K0JMrbWg&si=EnSIkaIECMiOmarE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7분'부터는 꼭 보셨으면 한다. 내용은 설명하지 않겠다.(꼭 봤으면 한다!) 강의를 해주시는 분은 '스탠포드 AIRE 디렉터 리 장' 교수님이시다. 이틀 동안의 일로 슬픔에 잠겨있던 내가, 왜 리 장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보고 왜 울컥했는지 알 수 있다. 위 영상에 나온 교수님들 같은 분도 국내 대학엔 물론 있겠지만 이전 대학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한 번도 뵙질 못했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이런 나를 응원하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질 것이고 또 그 책임이 커지지 않게 혼자서 정말 치열하게 지낼 것이니 더더욱 말이다.
이틀 동안의 복학 후 대학생활은 나름 만족이었다.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충실히 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이 '대학다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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