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오랜만에 시험을 보게 돼 그런지 셀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나름 열심히 했었기에 기분이 꽤 좋았다. 또 이번 시험을 계기로 하나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는데, 괜찮은 시도였었다. 5과목 시험을 준비했는데 약 3주 전부터 준비했다. 하고 있던 공부들도 all stop 하고 시험에 집중해보려고 했다. 1주 차 때부터 그날 배운 건 조금이라도 복습하기로 마음먹었어서 꾸준히 복습을 해왔어서 그런지. 이 도움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전략에 맞게 하진 않았지만 최소한은 하고 싶었다.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썼었는데 지금 전공인 경제학이 나와 매우 잘 맞아 재미있게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이번 학기 과목으로 미시경제, 거시경제, 경제통계를 선택하였다. 각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마다 스타일이 너무도 달랐다. 좋은 점만 있는 교수님도 없었고 나쁜 점만 있는 교수님도 없었다. 교수님께서 추구하는 강의 스타일이 확고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대학교육의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방향성'을 본인이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그 방향으로 유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문의 분야는 넓고 그 길이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시경제학엔 여러 챕터들이 있다. 소비자 이론, 생산자 이론, 시장 조직 이론, 생산요소 시장과 소득분배 등등 말이다. 교수가 되기 위해선 모든 분야를 연구할 필요는 없긴 하다. 어느 정도 수준의 내용만 알고 있으면 되고 자신의 박사과정 논문을 쓰기 위한 주제 쪽에 모든 것을 투자하면 된다.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교수란 그 분야의 모든 지식의 최고봉 사람인 줄 알았다. 예를 들어 경제학 교수님이라면, 거시 경제, 미시 경제 등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 탁월함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현실은 아니었다. 교수님들도 한 분야 안에서도 한 분야, 심지어 그 분야에서도 더 들어간 아주 작은 분야만을 파신 것이었다.
본인이 전문적으로 파고든 분야 또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한 분야만 가르치려 하는 교수님들이 있다. '핵심'은 정해져있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핵심'의 범위는 다르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는 법이다. 세상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 전문 파트를 수준 높은 실력으로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꽤 많이 있다. 학교 커뮤니티 강의평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들의 생각과 교수님의 실력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교육의 장'에 있어서 대학은 아무리 얕더라도 폭넓게 가르쳐야 된다고 본다. 한쪽에만 쏠릴 시엔 그 분야의 지식만 늘어날 뿐이다. 물론 석사과정에 있는 대학원 생이나,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학부생은 말 그대로 학부생이다. 두루두루 여러 분야를 접해보고 그중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하고 또 관심 있어 하는 공부를 해 나가면 된다. 그렇지만 '교육자'는 이러한 방식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박사'와 '교수'는 다르다.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꼭 '박사'라고 해서 좋은 '교수'인 것도 아니다. 가르치는 실력이 미숙하고 가치관부터 문제가 많은데 '박사'라고 '교수'를 다 시켜줘서 그런가? '교수'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박사'보다 더 노력이 필요하다. 잠깐 딴소리를 해보자면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박사'학위는 지식보다 '인맥'도 중요했고 기타 환경들이 지금보단 더 중요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과거의 석사, 박사 논문 '표절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땐 그냥 pass~. 지금은 표절 프로그램도 잘 되어있고 정보사회이다 보니 하나만 잘못 걸려도 정말 큰일이 난다. 하지만 이전에는 달랐다. 어떤 게 올바른 건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의 모든 교수님이 전부 이런 건 아니겠지만 '박사'라는 타이틀이 정말 '박사'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평소의 나는 '교육'을 너무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교육에 관해선 특별히 민감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규 과정의 교육은 처참하게 망한 시스템이기에 더더욱. 그냥 누가 누가 정답 찾기 잘하나 고른 뒤,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다. 국가에 복종하고 국가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끼워넣기. 창의성과 특별함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근본 기반이 문제인데 아무 생각 없이 대학에 들어간 애들한테 백날 창의성 교육 혁신 교육 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싶다. 바꾸려면 싹 다 근본부터 바꿔야 하는데 표의식하는 사람들인데 그 누가 나설까. 사실 기득권, 국회의원들만의 탓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에 동조하는 우리, 친구, 부모 모두가 문제다. '사회가 이래서~', '남들 다 하니깐~' 등등의 말을 하지만 이는 코미디이다. 그냥 핑계 또는 합리화 말고 인정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이전에는 그랬다. 사회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받았다고 해도 내가 그랬던 거는 사실이다.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야지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고 그런 분위기를 나도 조장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한 이후로 바뀌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다.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을 간 사람들 중엔 자신이 이뤄놓은 것을 포기하기 싫고 또 지금처럼 그냥 살아가면 되기에 굳이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동조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한 사람들은 사회 시스템에 대해 욕하거나 불만, 투정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 그게 싫으면 네가 지금부터 너만이라도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되고 다른 방향을 제시해 주면 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왜? 지금 이뤄놓은 것을 다 포기하고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만이 변할 수 있다. 세상에서 나 한 명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린다고 해서 환경, 기후 문제가 해결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마인드이다. 그러한 마인드를 모두가 갖게 되면 그게 분위기가 되는 거고 사회가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나만이라도 쓰레기를 줍고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동조하겠다는 사람은 안말린다.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어떠한 방향성을 타인이 제시하고 남들이 다 따라간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한 반항이 있는 것 같다. 아니, 확실하게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에 민감하다. 교육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한 명이기에 말이다. 대학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교육자이기에 어떠한 방향성만을 추구해서는 안되고 또 그것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가르쳐줘야 한다. 짧게라도 설명을 통해 지나가야 한다. 미시경제학의 범위가 100이라고 치면 90만이라도 가르치면 된다. 일단 우리는 학부 생이기에 큰 기대가 없다. 어차피 100을 못 가르친다고 본인이 전문적으로 공부한 20만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예시로 들었던 미시경제학 교수님은 90을 가르치려고 하신다.ㅋㅋ)
혼자 전공책을 보며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들이다. 나는 이 분야에 좀 더 관심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데 교수님은 전혀 건들지 않았던 부분인 것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의문이 들어야 되는 지점인 것 같은데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 하는 부분을 보면 늘 고민이 생긴다. '애들은 다 아는 것일까?, '나만 모르는 것일까?' 등등. 그래서 나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궁금한 부분은 수업 끝나고 꼭 교수님께 여쭤보는 스타일이다. 가끔은 교수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은 처음 봤다고 하면서 대단하다'라고 해주신 분도 있었다. 사실 내 입장에선 정말 당연하게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다. 나머지는 다 아는 지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1x-1이 왜 1인가?'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 100명 중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냥 고등학교 때부터 '받아들이라는 식'의 공부를 해왔기에 지금의 친구들은 당연하게 그런 것일 수도 있다. 12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1x-1=1'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는 선생님 또는 과외선생님 학원 선생님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냥 -1x-1=1인 것이다. 외워! 외우고 문제 풀어 맞으면 장땡인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자라왔으니 그냥 받아들이고, 문제 풀기에만 급급하고, 시험 잘 봐서 성적 잘 받기가 주 목적인 것이다.
요약하고 마치겠다. 대학 교육은 '大'학이어야 한다. 뭐든 커야 한다. 아무리 얕게 가르치는 것 같고 배우는 것 같아도 일단 양이 들어와야 한다. 양이 있어야 질이 생기는 것이다. 양도 없는데 어떤 질을 구별할 수 있을까. 크게 크게 두루두루 배우고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는 더 깊게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자기주도학습'. 학창 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지만 이제야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것 같다.
남들이 썩은 동아줄을 잡는다고 해서 같이 잡을 텐가. 본인만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닦으며 나가길 바란다. 이는 나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다. 맞아도 내가 맞는 거고 틀려도 내가 틀리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자세야 말로 기본베이스이며 이 과정에서 '교육'이 가진 힘은 너무나도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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