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이 말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평하지 않을뿐더러 공정하지도 않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의 장학금 기준 또한 말이다. 우리 학교엔 여러 장학금 제도가 있다. 물론,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학생에게 조금 더 많은 장학금이 전달되는 것에 대한 큰 불만은 없다. 단지 학교가 '불공정'한 기준을 통해 '역차별'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학생들도 있겠지만 과연 장학금을 받는 모두가 힘들까? 상대적인 집안 경제 수준에 따라 장학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국가 장학금 제도 같은 것들이 있다. 국가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는 건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있단 이유만으로 장학금을 그 학생들에게만 주는 게 진정한 공정일까?
나는 평소에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여자친구와 놀 때만 쓰는 편이고 친구들과의 술자리, 담배, 피시방, 옷, 쇼핑 등등 정말 하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소득이 없는 내가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에 펑펑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이다. 돈이라도 벌면 모를까, 지금은 학생이니만큼 소박한 소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학교 생활을 하며 여러 친구들을 만났었다. '국가 장학금'의 효과마저도 현실에선 탁상공론만 하는 정책 관리자들의 목적과는 전혀 다르다. 아, 대다수의 국민들의 '표'만을 얻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들의 목적과는 완벽하게 결부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국가장학금을 받았던 친구들마저도 그냥 논다. 정말 많이들 논다. 늘 말하는 것이 예외는 있다. 정말 힘들어서 아껴 쓰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장학금의 소득 분위만 보더라도 8구간까지 받을 수 있다. 무려 한 학기에 최대 175만 원을 말이다. 모두가 이렇게 받지는 않을 것이다.
등록금을 줄여주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주변 친했던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은 어쨌든 장학금을 받은 것이니깐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밥약도 하고 등등 말이다. 과연 진짜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가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나조차도 아끼느라 하지 않고 있는데 그들은 '인맥 또는 사회생활'이라는 명목하에 그러한 일들을 당당하게 해 나간다. 이것이 국가 장학금의 결과이다.
부모님이 돈을 버는 것이지 내가 버는 것이 아니다. 가정의 영향과 배경이 중요하긴 하지만 제대로 된 경제적 관념을 교육받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잘 살고 있는 가정의 아이와 그냥 적당히 살고 있는 아이가 있다고 해보자. 전자는 심지어 용돈도 최소한으로만 받고 아껴 생활한다. 하지만 후자는 국가에서 돈을 지원받는다고 여러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는 생활을 한다. 과연 이것에서 오는 상대적 감정 차이는 고려하지 않는 것인가? 기준이 정말 웃기고 말이 안 된다.
사실 이 부분까지도 나는 상관은 없었다. 그냥 나는 내 할 것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의 사건이었다.
각 학과마다 학과 내 장학금이 있다. 그중 내가 다니고 있는 경제학과의 장학금에 신청하게 되었다. 기준은 성적 우수 학생, 가계 곤란 학생, 학과의 활동에 솔선 수범한 학생 등이었다. 이 장학금은 우리 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이 만든 장학금이었고 매 학기 3명 정도 선발을 하고 있었다. 금액은 무려 150만 원. 정말 대학생에겐 큰돈이었다. 제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장학금 신청서, 자기소개서 및 신청동기,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성적증명서, 건강보험료납입증명서를 준비하였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건강보험료납입증명서'가 있는 순간 소득 분위 반영이 엄청 큰 장학금이어서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나도 그 말을 듣고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서류를 작성하고 집 멀리에 있는 프린트 카페까지 가서 컬러로 프린트해 스캔까지 떠서 서류를 보냈다.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왜냐면 정말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이 있다면 그들이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방학 때 공부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었지만 8월 14일까진가 그랬어서 시간을 의도적으로 내 마감일을 잘 지켜 제출하였다.
그러나 충격적인 소식. 장학금 제출 기간이 지난 15일에 제출 기간을 갑자기 연장시켰다. 나는 살짝 여기서 기분이 상했다. 누구는 시간이 남아도나? 누구는 할 일이 없어서 14일 까지였던 제출기간을 맞춰 서류를 보낸 건가 싶었다. 이건 학과 차원이든 장학금 재단이든 그들의 운영이 정말 형편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제출자들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는 행동이었다. 장학 서류를 기간 내 제출한 사람들 중 정말 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주질 않거나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제출 기간 '연장'은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장학금에 나는 떨어졌다. 제출 연장을 통해 내가 됐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초기 제출자가 2명이라 그래서 그런 거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장을 하고 안 된 건 정말 기분이 많이 나빴다. 결국 연장을 통해 접수를 한 사람도 됐다는 것인데 이것이 공정한가? 누구는 마감일에 맞춰 열심히 서류를 시간 내어 준비하였는데 누구는 추가 접수 때 여유롭게 낸다? 원래 세상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고 말한다면 나도 똑같이 말하고 싶다. 국가 장학금, 생계 장학금도 그럼 필요 없는 것들이라고. 왜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원래 세상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기' 때문이니깐.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우리 학과에 대한 애정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학과 선배들 혹은 장학 재단이 그 모양이 곳에 나의 마음을 쓰고 싶지 않다. 장학금을 모은 선배 혹은 장학 재단 사람들은 자기들 입장에선 '하하 호호'하며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 불공정성을 확대시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전혀 품격 있고 자랑스러운 존재들이 아니다. 가면 속에 숨어 착한 일을 했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위선자들 일 뿐이다.
긴 다리를 갖고 태어난 사람과 짧은 다리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진정한 정의는 상대적인 비율로 모든 것을 행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렇기에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저소득층은 지원을 받거나 세금을 줄여준다. 무엇을 받을 때도 '받는 행위'는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하되 상대적인 비율에서 차이를 만들면 된다.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순간 사회문제는 시작되며 따라서 역차별이 시작된다. 이번 장학금 사태가 나에겐 그랬다. 보다 긴 다리를 갖고 있는 사람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모두를 높이려는 것이 아닌 한쪽을 일방적으로 죽이는 것이다.
나의 이번 글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내 기분을 써 놓으려고 만든 나만의 장이니 상관은 없다. 나는 누구보다 사회가 좀 더 공정해지고 상식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번 글에서 쓴 '빅이슈'라는 기업도 내가 좋아하게 된 이유이다. 그들은 홈리스 분들 혹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무상으로 돈을 기부하거나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러한 분들도 '노동과 노력'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원되는 국고와는 차원이 다른 가치를 지닌다. 백날 국가에서 국가 장학금이니 여러 지원금이니 줘봤자 경제적 관념이 없는 사람들은 펑펑 쓰고 다닌다. 그렇지 않았다면 빈곤율이 점점 줄어들었어야 하지 않은가? 물가가 오른 것도 있지만 일단 경제적 정의에 대한 관념조차 잡혀있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백날 돈 없다고 하면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쇼핑하는 사람들 보면 꿀밤을 쥐어박고 싶다. 아래 정리한 사진을 보면 현세대를 잘 정리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오랜만에 기분이 상한 것에 대해 작성해 보았다. 나는 웬만한 거에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감정의 기복이 덜하달까...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기분이 너무 나빴다. 위선자들이 가득한 학교라는 집단에서 내가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한 울렁임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달라질 것이기에 끝까지 갈 것이다. 착한 기부자 또는 장학재단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위선자 선배 녀석들이랑은 다르다. 그들은 평생 현실을 보지 못한 채 자기 합리화만 하다 살다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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