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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

워라밸

by LePetitPrinceHong 2025. 4. 3.

 워라밸이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이 표현은 현대 사회 풍조를 대변하는 용어 중 하나다. 아마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더 나아가 부모님 세대까진 이런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말 자체는 존재했겠지만 이런 개념이 우리나라에!) 옛날의 우리나라처럼 오직 '경제성장', '회사 부흥', '회사에 이 한 몸 바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이전에는 work and life balance는 무슨 그냥 work work work 일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점점 잘 살게 되고 돈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여유로워지면서(물론 지금도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람들은 일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때도 일은 적당히 하고 싶었던 사람은 넘쳐났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 자체가 그런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그 누구 하나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만약 마이웨이로 그런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괴짜' 혹은 '이기적인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 회사 생활을 했을 것이다.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리스크에 쉽게 투자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

 나도 최근에 이 워라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을 하기 시작한 계기는 며칠 전 학교 강연 덕분이었다. 크래프톤이라는 한국의 유명한 게임 회사 의장이신 '장병규' 의장님이 학교에 강연을 하러 오셨다. 강연보단 편한 느낌의 대화의 장에 가까웠다. 장병규 의장님은 전부터 조금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 때 'PUBG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자주 했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웬만한 남자 혹은 젊은 세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게임이다.

 2024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무려 3조다. 3조하면 체감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게임 하나로 3조라... 진짜 대단한 실적이다. 그래서 그런 지 장병규 의장님의 재산도 만만치가 않다. 1조 5000억... ㅋㅋㅋ 나는 100억만 있어도 평생 펑펑 쓰면서 살 수 있을 텐데 재산이 1조 5000억이라... 이 돈을 은행에만 예금해도 1년 이자가 600억이다(이자율 4% 기준) ㅋㅋㅋ 도저히 만져볼 수 없는 돈... 어찌 됐든 장병규 의장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다.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 자세히 나와있을 것이다. 

 장병규 의장님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그중 '정체성'과 '워라밸'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나머지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저 두 가지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장병규 의장님 말씀은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졌었다. 사전에 질문을 온라인에 남긴 뒤 그것을 토대로 답변을 주셨으며 현장에서 직접 질문을 받아주셨다. 

 아 잠깐 질문 얘기도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미래 혹은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걱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당연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선 학생들이 너무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 그냥 해 보면 되는데" 사전에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보였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기업에서 열심히 일해서 내 능력을 키우는 게 나은지 대규모 기업에서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좋은지의 질문. 이 질문의 답을 아는 사람이 있겠는가? 당연히 의장님도 모를 것이고 본인 스스로도 모를 것이다. 일단 어디든 들어가서 일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고 싶어서 그런지 혹은 실패를 하고 싶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이런 종류의 질문이 너무나 많았다. 창업을 할 때 갖춰야 할 자세, 창업하다 의지가 떨어질 때 극복하는 법,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 공부해야 할 것들... 전부 창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학생들이 하는 질문이거나 공부를 시작하지 않고 걱정만 많은 학생들의 질문이었다. 의장님께서도 나중에 가서는 답변하기를 어려워하셨다. 그놈의 완벽주의, 실패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들이 학생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아닐까?

 이런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그 똑똑한 챗 gpt도 못할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조언을 얻고 싶은 것이었겠지만 역시 장병규 의장님의 답변은 늘 한결같으셨다. "나도 모른다".(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지금은 적용 안 될 것이라고 하셨다.) 이것이 가장 현명하고 솔직한 답변이라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인 조언을 해 줄 바엔 직접 경험해 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뭐든 일단 해 봐라'. 일단 해 봐야 그것이 본인에게 맞는 일인지 혹은 어떤 게 필요한지 보일 것이다. 말과 질문보단 행동과 실행이 더 중요하다. 완벽한 '준비'야말로 현실에 없다. 

 다시 워라밸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다.(정체성 얘기는 비슷한 이야기를 그동안 너무 많이 했어서...) 나의 그동안 워라밸은 어떠했을까. 학생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나를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나는 워라밸이 꽤 좋았었던 것 같다. 공부나 여러 활동도 챙기면서 나의 취미나 재미를 위해 시간도 투자하였다. 아, 물론 데이트도 포함이다. 주변 사람들 중엔 내가 놀지 않고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아니다. 나도 많이 놀기도 했고 쉬기도 했다. 의지가 많이 강하긴 하지만 자극이나 중독에 민감한 성향이기도 하다. 나 같은 사람이 부자인 상태로 도박에 빠지면 모든 돈을 탕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학생이 열심히 공부도 하고 일에 열중을 하는 사람인데 최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서 질문을 했다. 연애와 일의 밸런스와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강연 중 들었던 질문 중에 가장 유익한 질문이었다. 장병규 의장님 께선 적절한 농담도 섞어주시면서 또 답변을 해주실 땐 아주 날카롭고 냉철하게 답변해 주셨다. "서울 집이나 충분히 먹고 살 정도로 돈을 버는 정도면 워라밸을 챙기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돈이 정말 많은 거부가 되고 싶다면 워라밸은 생각하고선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난 사실 이 말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엔 불가능은 없기 때문이다 ㅋㅋ. 99.99% 이 말에 동의를 했다.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써도 거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그 와중에 운이 좋은 몇 명만 거부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런 상황에서 워라밸을 관리하며 거부가 되길 꿈꾸는 것은 거부가 될 확률을 극히 낮추는 일임은 분명하다. 

 개강 이후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던 나에게 큰 울림을 준 말씀이자 나의 머리를 띵하게 해주는 말씀이었다. 워라밸... 나는 이제 워라밸을 생각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적절히 워라밸도 챙기고 연애도 하고 즐거웠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20대 후반도 그렇게 지내기엔 뭔가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의 지능? 이 약간 퇴화된 20대 후반이라 조금은 속도가 더디겠지만 워라밸을 버리고 나아가 볼 예정이다. 

 3월 한 달 동안은 학교 공부 및 학회를 여러 개 하면서 바쁘게'만' 지나갔다. 하지만 이젠 체계를 잡아가야 할 때다. 물론 나의 꿈은 거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워라밸을 포기하고 거부가 되어 나보다 힘든 사람 혹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놀며(?) 보낸 세월의 대가를 이제야 치르는 것일 수도 있다. 너무 극단으로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원래 극단적인 성격인 것 같다. 방향성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스탠스를 취한다. 그렇게 해야만 반이라도 가기 때문이다. 흐지부지 다짐을 하거나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약 30프로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뤄도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거나 거의 휘발된다. 마치 시험공부처럼.

 워라밸은 참 좋은 단어다. 모두가 워라밸을 잘 충족하며 인생을 살아간다면 불행한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워라밸은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이치이듯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먼저 본인의 정확한 워라밸 기준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 무엇을 갖고 싶다가도 그것을 본인 손에 넣게 되면 더 나은 것을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를 본능적으로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워라밸을 잘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워라밸을 중요하다고 느끼지만 본인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한다. 내 워라밸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 기준이 달성 됐을 때 나는 더 이상 바라지 않고 그곳에 만족할 수 있을까? 나는 쉽게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다. 힘든 사람을 도와준다는 나의 소명 의식은 완성이 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는 있었는데 약간 여유는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나의 시야가 더 넓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안은 XR, Metaverse or 게임 분야다. 게임은 원래부터 좋아했었다. 군 전역을 하고 약 2년간은 공부를 하느라 많이 하진 못했지만 게임은 늘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아니 그 이전 유치원 생일 때부터 말이다. 

 장병규 의장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 (의장님도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일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 중 2가지만 만족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XR, Metaverse 나 게임 분야가 내가 좋아하는 일임은 분명한 것 같다. 2020년 커리어를 처음 고민할 때 처음으로 취업 관련한 상담을 '넥슨 채용팀'에 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것을 좋게 봐주셨는지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마치 점과 점이 연결되듯 5년 만에 다시 그 점으로 돌아왔다. 중간 중간 하고 싶은 일도 좋아하는 일도 많았지만 다시 게임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게임 관련 업에서 '잘하면' 좋겠지만 만약 그 분야가 '해야 할 일'이 된다면 그로 충분한 일일 것이다. 

애플 비전프로

'해야 한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왜  XR, Metaverse 나 게임 쪽 분야에서 일을 해야만 할까? 이것이 미래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메타의 메타퀘스트 3, 애플의 애플 비전프로를 착용해 보고 그와 관련된 생각이 더 들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놀이나 게임으로 생각만 하던 vr, ar, mr, xr이 이제는 인간에게 엄청난 가치를 선사할 수단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언제 한번 애플 비전프로를 분석해서 글을 한 번 써 보고 싶다. 애플 비전 프로를 사용해 보고 느꼈던 첫 느낌은 현시대 최첨단 기술 집합체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었다. 스마트폰도 애플 비전프로에 비하면 애기 수준이다. 아직 애플 비전프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많지만 XR 산업은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애플 비전프로는 현재 가격이 역대급 수준인 전자기기라 쉽게 구매는 하지 못할 것 같다. 500만원ㅋㅋ 욕심을 부려 메타퀘스트 3을 사 볼까 생각 중이다.이건 70만원... 그러려면 닌텐도 스위치를 팔아야...

 워라밸과 게임 산업은 쉽게 결합할 수 없다 생각한다. 장병규 의장님의 말씀처럼 게임 산업은 애초에 '흥행 산업'이다. 유행이 잘 되면 흥행의 상한선은 끝도 없지만 게임이 실패하면 싹 다 접고 철수해야 한다. 그전까지 들인 돈 시간이 전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성향은 나의 성향과도 비슷하다. 나는 밑바닥까지 다 갈아엎고 처음부터 뭐든 할 자신이 있다. 그런 실행력은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이상하게 보더라도 경제학이든 물리학이든 컴퓨터든 개발이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나갈 자신이 있고 늘 그래왔다. 하나의 전문가는 내 체질이 아니다. 매크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게임 산업은 나랑 비슷한 느낌이다. 자극에 쉽게 요동치지만 한 번 탄력을 받으면 밑도 끝도 없이 달려 나간다. 극단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산업에서 워라밸은 융합되기가 힘들다. 하루아침에 망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발전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원래는 연애든 친구랑 놀기든 이런저런 여가도 즐기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며칠 전에 크게 깨달았다. 어떠한 자극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 다짐은 못하겠지만 최대한 그래보려고 할 것이다. 원래는 본가에도 자주 내려갔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ㅜㅜ 현재도 몇 주 째 내려가지 못하는 중이다... 가족들이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앞으로도 파이팅 해보며 차분하게 나아가보겠다. 

 렌고쿠의 말처럼 '이를 악물고 나아가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무너져봤자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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