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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

먹고살 일

by LePetitPrinceHong 2025. 2. 16.

 진로(?)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진 시점이다. 진로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해 보일 수 있어 '먹고살 일'이라고 주제를 정해봤다.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2025년 올해가 마지막으로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는 해다.(추가학기를 안 한다는 전제하에) 그래서 그런지 어떤 종류의 '먹고살 일'을 해야 할지 탐색 중이다. 

 나는 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진 않았지만 과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또 그 일을 내가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까. 과연 그 일이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의문들을 던져보며 스스로 그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빠르면 20대 중반 혹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고살 일'을 결정하여 삶을 살아간다. 또한 대부분이 그 시기에 정한 일들을 평생동안 하며 살아간다. 물론 일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은 일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회사원들은 회사원으로서 공무원들은 공무원으로서 학원 강사는 학원 강사로서 대학 박사들은 연구원이나 교수로서... 어떻게 보면 30살 부근에서 정한 '먹고살 일'이 평생 직업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는 시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다른 일들을 하기 위해 찾아 나서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은 본인이 하던 커리어를 유지해 나가며 이직을 하더라도 비슷한 직종 더 나은 직장을 가기 위해 이직을 하지 문과 공무원이던 사람이 갑자기 의사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그리고 본인이 하는 일에서의 연차가 쌓여가면 쌓여갈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나는 이 현상을 '스노 볼'에 비교하는 것을 좋아한다. 초기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는 작은 눈덩이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처음에 시작한 일들은 대부분 작고 미미했지만 햇수가 늘어나고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좋아질수록 자신의 영향력과 파워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경제적 안정성은 점차 커져간다. 처음에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그나마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빠져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이는 물리학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정말로 세상은 물리학으로 이루어졌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뉴턴의 제2 법칙 a=F/m 을 보면 알 수 있다. a는 가속도, F는 힘, m은 질량이다. 여기서 a는 하던 일의 변화, F는 어떤 동기나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과 노력, m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연차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예를 들어 a를 2만큼 변화시키고 싶을 때 m이 4년이라면 F는 8 만큼이 필요하다. 그러나 m이 10년이 되면 F는 20이 필요해진다. 이처럼 연차가 쌓여갈수록 같은 변화를 만들어내기엔 더 많은 동기나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이 비유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실제 현실에서 F는 비례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는 4년에서 10년으로 2.5배 변할 때 F도 8에서 20으로 2.5배 변했지만 현실에서의 F는 4배 아니 10배 이상의 동기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래 사귀면 사귈수록 헤어지기가 어렵다.

 이렇게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연차가 쌓여가면서 내 주변 환경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고 늙어간다. 우리는 (아마) 언젠가는 결혼을 할 것이며 또 아이를 낳아 기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먹을수록 본인의 지적 능력, 체력, 힘, 건강은 이전과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퇴화되는 쪽으로 변할 확률이 높다. 이직을 하고 싶더라도 가족으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20대 초중반처럼 이곳저곳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탐구할 심적인 여유가 사라진다. 체력 또한 이전 같지 않고 또 우리는 늘 주변 사람들은 의식하기에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심리적으로) 평화로운 사람들이 곁에 많이 있다면 더더욱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가끔 유튜브나 주변에서 본인이 하던 커리어를 접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 찾아 떠난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말이다. 대부분의 일들은 나이를 먹고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분야에 대한 본인의 파워는 강해진다. 흔히 "내가 이 일을 얼마나 했는데 초짜인 너네가 나보다 뭘 알겠어",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했는데 나보다 뭘 알겠어"라는 흔한 직장 상사들의 생각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생각하지만) 자신이 시간을 쏟아 자신의 위치를 만들었고 실력을 만들었다. 이러한 것을 다 포기하고 다른 커리어로 뛰어들 사람은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나의 글이 뭔가 커리어를 변화시킨 사람들에 대한 예찬 글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ㅎㅎ. 처음부터 본인만의 '먹고살 일'을 확실히 정하고 그 일을 쭉 나아가는 사람들 또한 동등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부터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 혹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서 그런 확실한 방향을 정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정말 어렵다. 물론 꾸역꾸역 하는 사람들이나 타인의 시선을 보고 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확실한 방향성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극에 민감하고 열정에 민감한 편이라 그런지 어떤 확실한 방향을 정했을 때 그것이 내 길이 아님을 알았을 때 나는 과연 그곳에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만약 나 또한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30대가 되어 나이가 늘어나는 데 내가 하던 일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사실을 이전에 조금은 깨달았다는 것이다. 군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론 누군가는 처음에는 맞지 않더라도 본인이 그 일에 시간을 들이거나 더 해 보면 잘해지고 맞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의 의견을 굳히고 싶다. 

 당신은 석사 혹은 박사가 왜 그 분야에 전문가이며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 왜 그들이 그 분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지적으로 똑똑해 보이는가?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그 일에 대한 공부를 '오래'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들 보다 그 분야 공부를 오래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칭호 혹은 명예, 학위만 공식적으로 부여했을 뿐 세상 어떠한 일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학업적 능력에 대한 선망은 ai가 발달하고 세상이 변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석사, 박사도 대단하지만 그 사람은 전쟁이 났을 땐 군인보다 능력 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 2년 차 반도체 회사 직원도 2년 차 택시기사도 2년 차 학원 선생님도 2년 차 요리사도 모두 그 분야에서 석사다. 또 10년 차가 된다면 누구나 본인 분야에서 박사가 된다.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과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갭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만 간다.

 그렇다. 어떠한 일이든 오래 하면 석사고 박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먹고살 일'을 택할 때 처음부터 맞지 않거나 별로라고 생각한 일들은 모두 접으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시험공부가 그랬고 게임 개발자가 그랬고 주식 투자자가 그랬고 증권가 일이 그랬고 최근에는 국내 대학원이 그랬다. 그나마 현재 내가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은 유학생 멘토링, 봉사 동아리에서의 활동 등이다. 

 마치 연인을 선택(?)할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나의 커리어 즉 '먹고살 일'을 정해보려 한다. 처음 느낀 직감이 끌리는 쪽으로 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이성들과 어울린 것은 아니지만 처음 보자마자 딱 꽂히는 사람 혹은 외적으로 확 끌리지 않은 사람과 연애를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느낌이 오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상대가 나에게 마음을 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끌리지 않는다. 또 아쉽게도 연인이 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방식 그대로 내가 '먹고살 일'을 정하는 데 적용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 하며 100가지 중 1가지라도 걸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이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선은 어떠한 일이 직감적으로 끌리는지 대학 졸업 전까지 경험을 해 볼 예정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회는 대학생들에겐 너그러운 편이니 ㅎㅎ

  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대학에선 경제, 물리를 전공했고 평소 남을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금융권을 싫어했지만 내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일인 금융권 쪽을 가야 할까? 세상 그 어떤 분야보다 돈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아니면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죽이 되든 밥이 되는 창업을 해 봐야 할까. 

 2025년 대학교 4학년. 올 한 해가 내게는 정말로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너무 부담은 갖지 않고 싶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최선을 다해 볼 예정이다. 나의 삶의 궤도 궤적이 바뀔 수 있는 타이밍이다. 그렇게 굴러간 스노 볼이 점점 커질지 아니면 중간에 바위에 부딪혀 다른 방향으로 꺾일지 한번 새로운 길들을 자신감 있게 걸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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