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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여행

인생 최고의 "20박 22일 유럽 여행" 일대기 (4) 밀라노

by Quantum_H 2024. 8. 16.

한국->로마

 약 10시간의 비행은 처음이었다. 옛날에는 10시간 넘는 비행기를 타보는 것이 소소한 꿈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꿈이 이루어졌다ㅎ. 탑승 전 면세점을 구경했다. 작년 일본 여행 때는 시간을 딱 맞춰가는 바람에 면세점 구경을 거의 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아주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미리 예약 주문 해놓은 향수를 받고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나를 제외한 가족 3명은 한 줄에 쭈르륵 앉았다. 나는 혼자 복도 쪽에 앉게 됐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 옆자리에 아무도 타지 않았다. 옆옆자리에 탔다. 비행기에선 거의 잠이 오질 않았다. 긴장, 부담이 가득해서 그랬을까.. 설렘도 있었다. 쌈밥 기내식도 맛있게 먹었고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등 평소 보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도 봤다. 가져간 책도 읽었으며 꽤 만족스러운 비행을 하였다.

아시아나 쌈밥 정식!
착륙 1시간 전 쯤 나온 완전 맛있는 브리또

※ 맨 처음엔 로마 공항을 통해 로마엘 갔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에도 로마 구경을 했어서 로마에 관한 내용은 마지막에 총 정리 느낌으로 합쳐서 써 볼 예정이다.

밀라노

 대부분의 유럽 국가 간 철도는 '레일 플래너'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이용할 수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로마-밀라노행 열차를 탔다. 유럽에서 처음 타보는 열차였는데 우리나라 KTX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1등석으로 예약을 해서 더 넓고 편안하고 조용하게 갈 수 있었다.

1등석을 예약하면 과자와 물, 음료를 준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밀라노 중앙역의 모습이었다.

밀라노 역 내부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을 법한 건물(대부분의 유럽 건물들이 그렇지만)이 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역 안에 있었을 땐 몰랐는데 역 밖에서 보니 정말로 웅장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향해 걸어가면서도 나의 시선은 밀라노 역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봐도 멋있다

우린 역 근처에 있는 호텔에 2박을 머물 예정이었다. 체크인을 마친 뒤 채비를 하여 밖으로 나왔다. 밀라노의 날씨는 뜨겁긴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습하진 않아 그늘에 서 있으면 시원했다. 우린 숙소 근처 역에서 동생이 미리 찾아본 교통권을 구매한 뒤 '밀라노 대성당'이 있는 역에 내렸다. 밀라노 대성당은 그다음 날 일정이라 자세히 보진 않았고 '스타벅스 리저브 밀라노'를 향해 걸어갔다. 밀라노의 거리를 걸어가면서 비로소 내가 유럽에 온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밀라노의 명품 거리

 명품 매장이 가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는 명품 매장과 느낌이 달랐다. 그 이유로는 건물 자체가 너무 고딕(?) 느낌이라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와 건물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있는 느낌이었다. 패션 거리를 지나 도달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밀라노'. 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은 전 세계 6개밖에 없는 곳이었다. 유럽엔 밀라노에만 있다. 그곳에서 아이스로 된 음료 3잔과 케이크, 피자 한 조각을 주문하였다. 너무나도 더운 날씨 탓에 아이스가 필요했다.(하지만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한 유럽에서 아이스 음료를 찾아보기가 정말 어려웠다.) 엄마와 나는 리저브 매장에서 기념품을 구매하였다.

스타벅스에서 시킨 음료 3잔
스타벅스 피자가 은근 꿀맛이다

카페에서 쉬고 난 뒤 우리는 한식집을 찾아 나섰다. 유럽에서 먹어보는 첫 한식집이었다. 식당엔 한국인이 거의 없었고(아예 없었을 수도)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한식을 먹고 있었다. 또 한 번 한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제육볶음, 라볶이, 순두부찌개등 그냥 무난 무난한 맛의 한식을 먹고 나왔다.(가격은 무난 무난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약 3배 정도의 가격)

엄청 매웠다
해물 순두부는 실패 안함

이후 '나빌리오 운하'에 들려 노을을 감상하였다. 낮은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져있는 노을은 정말 이뻤다.

나빌리오 운하의 노을

마트를 찾아 또 걸어간 뒤 어찌어찌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돌아왔다. 여행 1일 차부터 너무나도 힘든 일정을 강행한 우리 가족은 모두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었다. 생각보다 힘든 일정에 나도 다리가 아팠고 부모님도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 있으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는데 나중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또 정신이 없는 바람에 발생한 오해였던 것이었다. 나는 이번 여행의 목표가 가족과 싸우지 않고 여행을 잘 마무리하기였었는데 첫 일정이 너무나도 힘든 바람에 나도 정신적으로 상태가 좋지 못해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도 이 오해 이후로는 단 한 번의 싸움 없이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했다.)

다음 날 우리는 맥도널드에 들렸다. 한국에도 있는 맥도널드였지만 한국에 없는 메뉴가 수십 가지였다. 엄마와 아빠 동생은 간단한 빵과 커피를 마셨는데 나는 아침부터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여 먹었다.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이 정말 꿀 맛. 우리는 밀라노 대성당을 향해 출발했다. 한번 가봤던 곳이라 그런지 어제보단 쉽게 갈 수 있었다.

wow

미리 예약해 둔 바우처를 제시한 뒤 '밀라노 대성당 루프탑'에 입장했다. 웅장한 크기의 대성당에서 느낀 압도감과 루프탑에서 보이는 동상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다. (이것이 종교의 힘인가 싶기도 하며 경외감이 들었다.)

루프탑 꼭 가야한다

대성당 투어를 마친 뒤 우리는 근처 영화 '웡카' 촬영지였던 '마누엘 빅토리아 2세 갤러리아'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약 30분간 줄을 서서 DIOR 매장도 방문했고 맛있는 점심 식사도 하였다.

컴 윗 미

식당에서 아빠께서 빵을 포크로 먹자 헤드 알바 같은 분이 오셔서 포크 말고 손으로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나도 포크로 먹었었는데 왜 아빠한테만 ㅋ큐ㅠ.  빵이나 피자 같은 것을 먹을 때의 유럽(?) 예절인 것 같았다. 근데 나중에 여행을 하면서 보니 외국 여행객들 중에서도 빵이나 피자를 포크로 먹는 사람이 정말 많았었다. 암 먹기만 하면 되지... 는 아니고 또 그 나라의 예절이라면 따라주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엠마누엘 빅토이라 2세 갤러리아 안에 있는 서점에서 엽서도 하나 구입한 뒤 우리는 '스포르체스코 성' '밀라노 개선문'을 보러 갔다.

이게 메인은 아님
이걸 어떻게 옮기려고...

밀라노 개선문을 프랑스로 옮기고 싶어 했던 나폴레옹의 뇌 구조가 궁금해졌다. 저리 큰걸 어떻게 옮기려고 했었을까. 옮기지 못한 나머지 파리에 만든 것이 그 유명한 파리 개선문이었다. 중간에 음료도 사 먹고 마트도 들려 숙소에 도착하였다.

마트

아까 말한 오해들이 이 날 저녁 잘 해소됐다! 저녁을 숙소에서 간단히 먹은 뒤 나와 동생, 아빠는 밀라노의 야경을 볼 겸 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엄마는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으셔서 잠깐 휴식. 이탈리아의 젤라또를 터키 아이스크림과 헷갈리면 안 된다. 젤라또라는 느낌 때문에 쫀득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쫀득한 아이스크림 집도 딱 한 번 발견했었다. 밀라노에서 정말 감사한 경험을 했었던 것을 소개하며 밀라노 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 나와 동생 그리고 아빠는 어떤 한 젤라또 집에 들른 뒤 젤라또 가게 도장 깨기 마냥 다른 곳도 방문하기로 했다.

코코넛 젤라또 시키신 분?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젤라또를 판매하고 계셨는데(구글 평점 개 높음) 주문한 뒤 아저씨께서 젤라또를 떠주셨다.그리고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아빠의 트래블 월렛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OMG 알고 보니 무슨 새벽 점검시간 때문에 30분 동안 결제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이런 경우가 있지... 한국 시간이어야 새벽이지 여기선 12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그럼 11시 넘어서부터 12시까지 밖에서 결제하고 있는 카드 이용객들은 어쩌라는 거지... 우린 한국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해외 가게에서 경험을 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결제가 계속 실패하는 바람에 뒤에 줄이 길어졌다ㅠㅠ)

이 곳!

우리는 파파고를 돌려 아저씨께 보여드렸다. 젠틀하고 인자한 모습을 하신 아저씨는 그 글을 읽은 뒤 우리 보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시면서 tomorrow tomorrow를 연신 외치셨다. 이게 무슨... 해외 여행객 대상으로 외상을 기꺼이 해주신다는 것이었다. 아저씨께서 계속 그러시니 우리는 더 죄송한 마음에 호텔에서 현금과 다른 카드를 가져온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저씨께서는 괜찮다고 하시면서 내일 가져다달라고 하셨다. 우리는 이런 아저씨께 결코 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에 후다닥 호텔에 가서 현금과 카드를 가져왔다. 젤라또 가게 아저씨는 놀란 눈치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젤라또 하나를 더 구입한 뒤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했다^^. 동생이 번역기를 돌려 아저씨에 대한 감사 표현을 해드리자 아저씨가 너무나도 좋아해 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밀라노에서의 행복한 기분을 유지한 채 다음날 스위스로 향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도시였던 것 같다. 각각 특색 있는 건물과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패션이 정말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왜 밀라노에서 패션 위크가 열리는지도 얼핏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상상하던 유럽 그 자체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현대화된 유럽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과거의 건물과 문화가 묻혀있는 것이 아닌 현시대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