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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여행

인생 최고의 "20박 22일 유럽 여행" 일대기 (2) 여행 계획

by Quantum_H 2024. 8. 16.
  • 여행 계획

 항공권만 구입해 놓은 뒤 거의 한 달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in-out 공항을 달리 해 동선을 줄이려고 했지만 그 당시 공항을 다르게 하면 약 60만 원의 비용이 더 나오는 상황이었다. 60x4는 무려 240만 원이다. 나는 차라리 이럴 바에 in-out 공항을 같게 하고 한 바퀴 빙 돌아서 오는 루트가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을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리 좋았던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유럽 전역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오게 되면 돈을 아낄 수 있고 다른 나라도 더 많이 갈 수 있어 좋았지만 체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나 동생은 뭐 꾸역꾸역 하면 하겠지만 이번 여행은 부모님이랑 가는 것이기에 부모님의 나이와 체력, 건강을 고려했어야 했다. 40대 때의 엄마 아빠가 아니기에 ㅠㅠ. in-out 공항을 같게 예매한 것에 대한 후회를 잠깐 했었지만 이것도 나름 의미 있게 짜보자 생각하고 학기가 시작함과 동시에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여행 계획은 나와 동생이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을 했다. 나는 큼직 큼직한 것들을 처리했고 동생은 세부적인 내용을 담당하였다. 예를 들어 나는 항공 예약, 숙박 예약, 교통 예약, 관광지 선정 및 예약에 집중을 했다면 동생은 각 나라별 지켜야 할 사항, 교통수단 이용법, 관광지 예약법, 가는 법, 관광지 방문전 해야 할 것과 관광지 동선, 구체적인 루트 등등. 나는 멀리서 숲을 동생은 가까이서 나무를 관리했다. 나름 합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던 여행 계획이 어느 순간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2주도 아닌 약 3주 동안의 계획을 짠다는 것, 그것도 아시아권이 아닌 먼 서구권에서의 3주 계획이라니... 계획을 짜는 중간에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유럽에 가서 인종차별, 소매치기, 여러 사고와 변수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이틀정도는 살짝 무섭기도 하였다. 과연 우리 가족이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까? 여기서도 나와 동생은 앞으로 만회할 기회가 있겠지만 엄마, 아빠에게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유럽 여행이 좋은 기억이 아닌 힘듦으로만 가득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또한 다른 부분에서도 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우리 가족 누구도 유럽엘 가보지 못한 상황에서 여행 동선을 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누구도 '효율적'인 동선이나 상황을 미리 예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눈 가리고 술래잡기해야 하는 상황. 내가 너무 무모한 제안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것엔 큰 장점이 있었다. 그 이유가 내가 자유여행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가 우리에게 맞는 여행 코스를 짤 수 있을뿐더러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그 누구도 이번에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파리 올림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파리 올림픽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갖었던 시기는 군대에서였다. 2022년인가에 파리가 역대 올림픽 최초로 야외 개막식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센 강에서 말이다... 원래 이 당시에는 여자친구가 CPA 시험에 합격하고 같이 가자고 했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취소됐다. 취소 됐다고 생각했던 파리를 갈 수 있는 것이었다. 여행사를 통해 갔다면 PRIVATE 극소수 투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또 파리 올림픽 기간의 숙소 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정확히 개막식 다음날 파리를 뜨기로 결정했는데 이러한 일정 또한 여행사를 끼고 갔다면 자유자재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어르신들은 여행사를 끼는 것이 나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자유여행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싶다. 시간과 노력이 들긴 하지만 (아래 다시 설명) 공부를 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물론 건강과 체력이 어느 정도 된다는 전제하에. 어렸을 때 패키지여행을 조금 다녀봤었다. 패키지여행은 극단적으로 말해 돼지를 사육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관광지 보고 오세요~ 하고 가이드가 말하면 버스에서 내려 관광지 구경을 하고 다시 버스에 탑승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또 가이드가 관광지 보고 오세요~ 하면 우르르 내려서 관광지를 보고 다시 버스에 탑승한다. 스스로 식당도 찾아보지 않은 채 가이드가 인도하는 식당에 가 밥을 먹는다. 물론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패키지여행을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나의 성향상(?) 이러한 여행은 안 가느니만 못하다.

 나는 그 나라의 분위기, 문화, 현장을 몸소 느끼러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지 유명 관광지 스폿만 눈으로 찍먹 하려고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거리를 걸으면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살갗을 스쳐가면서, 동네 거리 분위기를 느끼면서, 예상치 못한 명소 혹은 맛집들을 다니면서 여행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이런 여행은 패키지여행을 통해선 느끼기가 정말 힘들다.

 더욱이 패키지여행은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덜 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나는 유럽 자유 여행 계획을 짜면서 얻은 것 중 하나로, 많은 유럽 나라의 역사, 문화에 대해 이전보다는 훨씬 더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아 파리는 에펠탑,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나라 바티칸, 수중 도시 베네치아 등등만 알고 있었지 그 나라의 생활 문화, 역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건축물이나 미술품 등등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계획을 짜면서 정말 많은 부분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지식이 부족했던 나머지 파리를 여행할 땐 그 지식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겐 어떤 건축물이나 장소가 공터에 불과하겠지만 어떤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그곳이 신비의 장소가 될 것이다.

 동생과 나는 학기 중간중간에 계획을 짰기도 했지만 반 이상의 계획은 학기가 끝나고 약 2주 동안 다 짰던 것 같다. 학기 중에도 짜야지 짜야지 했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으로 다가왔다. 숙소 예약과 관광지 예약을 학기 중간중간에 해놨다. 요즘엔 관광지도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됐고 또 관광지 티켓에서도 가격 차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관광지 입장은 10달러. 엘리베이터 이용 시 3달러 추가, 내려올 때도 이용 시 3달러 추가, 관광지 내부 더 깊숙하게 입장 시 3달러 추가 등등 수십 가지의 티켓 종류와 여러 패스들이 있었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은 동생이 찾아주어 큰 도움이 됐다. 

 여행계획을 짜던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변수 두 개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첫째, 파리 올림픽. 파리 올림픽이 우리가 유럽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은 맞지만 파리 올림픽 때문에 우리가 계획한 기간의 일정들에 차질이 생겼었다. 많은 관광지와 스폿들이 통제 제한 혹은 휴업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파리 올림픽만 보고 있었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알찬 파리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계획을 짤 당시에는 정말 막막했었다.

 두 번째로 런던 숙소를 잘못 예약. 우리의 여행 초기 일정은 이탈리아-프랑스-영국-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 순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영국에서 체코로 가는 비행기의 공항을 잘못 알고 그 공항 숙소를 잡은 것이었다. 심지어 취소도 되지 않는 곳이라 취소를 하게 된다면 약 40만 원을 쌩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처음엔 나도 멘붕이 왔었다. 숙소에 메일을 보내 취소가 가능한지 약 2번 정도 정중하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전부 거절이었다 흑흑...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을 하다 여행지를 바꾸자고 가족들에게 제안을 하였다. 체코와 오스트리아는 나중에 동유럽 여행을 할 때 가고 영국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자고 말씀드렸다. 이 계획은 2월부터 런던공항 숙소 예약 전까지 전혀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던 계획이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계획하면 할수록 볼 게 많을 것 같았고 또 괜찮은 나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동유럽 쪽은 나중에라도 갈 수 있지만 스페인은 이번에 아니면 절대 못 갈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난 뒤 그 생각은 전부 뒤 바뀌었다. 미리 스포를 하자면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내가 가봤던 모든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여행지였으며 스페인이라는 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계기를 만들어줬고 또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도시였다.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준 동생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렇게 우리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완성시켰다. 인터넷이라는 세기의 발명품 덕분에 직접 가보지 않아도 계획을 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 약 95% 정도 계획을 완벽에 가깝게 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가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 계획을 짰음에도 불구하고 짰던 계획들은 약 3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직접 여행지에서 실감한 것들은 예상외로 변수들이 너무 많았으며 여러 재밌는(?) 상황들이 많았었다. 그러한 경험들이 오히려 여행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줘 오히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