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일상

12/31~1/1 일상

by LePetitPrinceHong 2024. 1. 7.

 새해가 밝았다. 왠지 모르게 2024년의 1월 1일은 그 어느 해보다 차분한 날이었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니 그전까지의 새해는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2019년은 재수 이후 대학생이 된 해, 2020년은 삼반수 이후 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맞이하는 해, 2021년은 입대를 앞두고 있던 해, 2022년은 1년만 기다리면 전역을 할 수 있던 해, 2023년은 전역 후 복학 준비를 했던 해. 끼워 맞추기 식의 의미부여였지만 이렇게 각각의 특징들이 있었다.

 그에 비해 2024년은 정말 평범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내 마음은 더 편해졌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올해의 시작이, 2024년 말에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어떻게 찬란하고 스팩타클(spectacle)한 해로 변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정말 기대가 됐다.

 오늘은 올 한 해의 시작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써 볼 예정이다. 막 거창한 일을 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연초라 그런지 약속도 많았었고 또 계절학기를 처음으로 듣게 되면서 계절학기는 다시는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됐다. 물론 앞으로 또 들을 이유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12/31 갑자기 12월 31일에 뭐 했는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교회를 갔다가 편백찜을 먹으러 갔던 것 같다. 본가 주변에 편백찜과 샤브샤브 무한 리필 집이 있어 점심을 먹으러 그곳엘 갔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샤브샤브, 편백찜이 꽤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어렸을 땐 무한리필 집을 좋아했는데(그땐 많이 먹어야 1인분이었던 시절 ㅋㅋ) 성인이 되면서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무한리필집에선 샤브샤브의 고기, 야채, 수제비 등등이 무한리필이었다. 정말 배가 터지게 먹고 왔다. 운동을 시작한 뒤로 먹는 양이 꽤 늘었기에 이젠 일반 1인분으로는 부족하다. 요즘은 먹는 양을 줄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꽤 많이 먹는 편이다. 샤브샤브를 먹고 가족들과 함께 커피숍엘 갔다. 나는 처음 가 본 커피숍이었는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몇 번 가본 적이 있다고 하면서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하셨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간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근래에 먹었던 커피 중 가장 맛있었던 커피였다. 대형카페도 아닌 동네 골목에 있는 작고 평범한 카페였는데 그곳의 시그니처 커피인 '소금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동네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 어딜 갈지 모를 때가 있지만 이런 카페에 우연찮게 들어와서 커피를 맛본다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생길 것 같은 맛이었다. 배부른 점심을 보낸 뒤 집에 와서 티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려 티스토리를 작성하고 밤에 교회 갈 준비를 하였다. 우리 가족은 몇 년째 새해를 교회에서 보내고 있다. 송구영신예배라고 교회에서 짧게 예배를 드리다가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신년을 맞이하는 행사(?)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가던 우리 집의 행사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엄마와 할머니는 그 '송구영신예배'에 꽤 큰 의미를 두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뭐든 다 좋다 ㅋㅋ.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고 새벽 늦게 잠에 들었다.

1/1 아침 10시쯤 일어났다. 한 3일 전부터 컨디션이 살짝 좋지 않았어서 수면을 통해 해결하고 싶어 8시간 정도 잤다. 성인이 된 이후로 수면이 정말 컨디션 회복이나 건강 회복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첫 끼니로 내가 좋아하는 석갈비를 먹으러 갔다. 새해여서 그런지 오픈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조금만 늦게 왔었다면 가차 없이 웨이팅을 했었을 것이다. 석갈비를 먹고  선약이 있었던 동생은 먼저 서울로 올라갔다. 나는 딱히 약속이 없어서 내일 올라갈까도 했지만 아침 9시에 수업을 듣기 위해 오늘 올라가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서 잠깐 여자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23년 2학기 종강을 한 뒤 약 10일간의 여유로웠던 방학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종강 이후 가족여행도 잠깐 다녀오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감사했다. 앞으로는 다음 학기 복수전공과목을 듣기 위해 미리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고 또 계절학기도 병행하고 있기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나중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ㅎㅎ. 여자친구가 새해 기념 및 알바 월급 턱을 쐈다. 근사한 고기와 파스타를 먹었다. 가성비는 좋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고 만화카페에 가서 예전에 보던 '귀멸의 칼날' 만화를 완독 했다! 정말 의미가 깊고 많은 교훈을 주는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한번 더 볼 예정이다. 아 그리고 집에 가니 여자친구가 신년대비 선물 패키지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ㅎㅎ. 달력, 독서대, 북 홀더링 등 내가 실용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가득 담겨있어 너무 기뻤다. 감사하무니다!

책 읽을 때 손가락에 끼워 읽는 도구

1/2 아침 8시에 일어나 씻고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계절학기 강의를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랑 통화를 하고 또 오랜만에 헬스를 하러 갔다. 본가에 있을 때도 맨몸운동을 조금은 했지만 연말에 약속이 많았고 본가에 내려가 있느라 헬스장엘 가지 못했었다. 오랜만에 간단하게 웨이트를 한 후 러닝을 하기 시작했다. 연말에 찌운 살들을 잘 털어내고 집에 돌아와 또 나갈 준비를 했다. 이날은 왜 또 나가게 됐냐면 정말 정말 오랜만에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이 한국에 왔기 때문이었다. 바로 해외로 가야 한다는 소식에 나도 할 일이 정말 많았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만났다. 오랜만에 본 사촌동생들은 얼굴이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내적으론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놀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돼서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신기했다. '샤로수길'에 가봤는데 식당과 카페가 널려있었다. '샤로수길'엔 서울에 살면서 딱 한번 가봤었다. 핫플(유명지)을 찾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잘 몰랐었는데 정말 핫플 같았다. 이 말을 사촌동생과 동생에게 하자 언제 적 샤로수길이라며 놀렸다... ㅋㅋ 샤로수길도 1~2년 전에 핫플이었지 이제는 평범해졌다고 한다... 카페에서 얘기를 꽤 많이 나누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1/3 이 날은 열심히 공부를 한 날이다. 왜냐하면 1월 4일 날 계절학기 시험을 봤기 때문이다. 나름 꽤 자신이 있고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 했다. 여자친구와 카페에서 힘들게 공부를 한 뒤 집에 가서 또 공부를 했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었고 계절학기가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줄 몰랐다. 그러면서 더더욱 계절학기는 정말 학점을 채우기 위한 용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5주~16주 분량을 약 보름 만에 끝내는 것이다. 한 학기 동안 긴 호흡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며 공부를 해도 알까 말까 한 내용들을 단 15일 만에 끝내다니... 이렇게 공부한 내용들은 더 빨리 뇌에서 사라진다. 1년 전에 공부한 내용도 반이상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물론 큼지막한 내용들은 기억나지만 시험기간 때 공부한 것처럼 세세한 내용이 전부 기억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시험기간 때만 바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말이다. 나는 계절학기를 절대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졸업 요건 중 딱 3학점만 모자랄 것 같아서 듣게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3학점이 모자라서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하는 불상사를 막아야 했다. 다행히 계절학기 과목이 수학 관련 된 과목이라 평소 수학을 좋아하던 나는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만약 계절학기 과목이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처럼 내용이 방대한 과목이었다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았고 또 내용들을 다 흡수하지 못해 공부 시간들이 의미가 없었을 것 같았다.

1/4 아침에 시험을 보러 학교엘 갔다. 평소 강의는  온라인으로 봤지만 시험은 대면으로 봤다. 오랜만에 시험을 봤는데 또 시험  PTSD가 찾아왔다 ㅋㅋ. 3번의 수능 이후로 시험판은 뜨기로 다짐했기에 시험을 볼 때마다 매번 그런 기분이 든다. 시험을 마치고 오랜만에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서울숲, 성수 쪽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서울숲은 우연찮게 근래 서울에서 많이 간 곳 중 한 곳이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2023년부터 오늘까지 약 5번은 갔던 것 같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데이트를 즐기니 행복했다. 2023년엔 거의 여자친구와 만나도 공부만 했었다. 만난 날의 80%는 공부가 늘 껴있었다. 여자친구도 시험 준비를 했어서 그랬지만 나도 마찬가지로 공부할 양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만나면 거의 다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여유로운 데이트를 즐기니 너무나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밥도 먹고 카페에 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다. 저녁땐 강남역으로 이동해 파스타를 먹고 코인 노래방도 가서 즐겁게 소리 질렀다. 앞으로 이런 데이트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단 여유로운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언가 하나에만 집중을 한다면 그것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또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하는 사람에겐 '빠르게 실패하기'가 오히려 더 좋다. 작년까지는 경제학 공부가 재밌어 그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라 자연스럽게 학점을 잘 받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학점에 대한 미련은 아예 없다. 그 이유로는 이과 과목을 복수전공을 하기에 학점에 대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 오히려 내 공부 흥미를 더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좋은 학점 받는 것에 연연했다면 학점 따기 쉬운 경영, 사회 관련 문과 전공을 복수 전공했을 것이다. 그런 편이 학점 따기에 200배 더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

서울숲 맛집 '난포'

1/5~1/6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또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다. 나 포함 5명이다. 2016년부터 우정을 지켜오고 있는 팀이다. 설렘과 기대가 컸지만 두려움도 컸었다. 작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서만 지내다 보니 예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나도 많이 달라졌고 친구들도 많이 달라져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서울 근교에서 보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전부 방학이라 본가 지역에 있어서 그쪽 근교 펜션을 잡았다. 오늘 약속의 계획은 약 한 달 반 전에 잡았던 약속이었다. 친구들이 먼저 장을 보고 나를 픽업한 뒤 바로 펜션으로 떠났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봤는데 너무 반가웠다. 한 5분 정도 지나자 나도 그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ㅋㅋ. 어릴 때부터 관계를 맺었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다시 쉽게 적응이 됐다. 친구들이 잘 지내고 있고 또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좋아졌다. 작년에는 단톡에서도 많은 참여를 하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조금 더 친구들과의 우정을 더 쌓아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워낙 소심(?)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친구들이 많지는 않다. 아니 적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챙기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친구가 더 많아진다면 이도저도 안 될 수도 있다. '가족 포함 셋이면 많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성격 상 넓고 얕은 친구들보다 좁고 깊은 관계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친구들에게 더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방차 부를 뻔 ㅋㅋ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하고 또 바비큐 장에서 파티도 하며 고기를 먹었다. 친구들과 고등학생 때처럼 천진난만하게 놀았는데 이게 꽤 재밌었다. 중간엔 공포영화도 보고 또 2차 술 파티도 했었다. 술을 안 먹은 지 꽤 오래돼서 많이 마시지는 못했다. 다행히 친구들도 적당히만 마시고 놀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 날 펜션 정리를 한 뒤, 친구들과 해장을 하러 갔다. 아, 운전은 나랑 한 친구 빼고 다른 친구들은 전부 가능해서 친구 차를 타고 움직였다. 감자탕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 뒤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담소를 나눴다. 뭐 결혼 얘기, 여자친구 얘기, 직업 얘기, 학교 얘기 등등을 하며 서로의 고민과 생각들을 들어주었다. 더 자주 보고 싶지만 친구 5명이 한 번에 모이기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에 조금은 슬퍼졌다. 이제는 곧 나이도 많이 먹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 있으면 자주자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있는 친구도 있고 타 지역에 흩어져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이전처럼 좀 더 주도적으로 모임을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한 친구와 내가 약속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2023년을 조용히 지내다 보니 예전의 나의 역할을 많이 잃어버렸었다. 하지만 이번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기로 좀 더 친구들을 챙겨주고 같이 나아가는 mate가 되기로 생각했다. 늘 친구들에게 정말 많이 고맙고 이 우정이 변치 않길 바란다.


 이렇게 약 한 주간의 일상을 써보았다. 12월 21일부터 약 10일간의 휴가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휴가가 길어졌다. 약 보름간의 달콤한 휴가였다. 이제 또 내일부터는 다시 시작이다. 설날 전까지 힘들게 달릴 예정이다. 하루의 시작 중 아침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한 해의 시작 중 가장 중요한 달이 1월이라고 생각한다. 1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11개월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모두들 건강을 잘 챙기며 하루하루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시길 바란다. 

'일기장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공유 2/1~2/8일  (2) 2024.02.10
첫 수면 위 내시경 후기(feat. 이것이 죽음인가...?)  (1) 2024.02.04
진짜 일상  (1) 2023.10.08
일상과 망상  (2) 2023.09.17
빅이슈!!!  (0) 2023.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