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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일상

빅이슈!!!

by Quantum_H 2023. 9. 3.

 빅이슈가 떴다. 그게 무엇이냐고? 바로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창간한 세계 대중문화 잡지이다. 자립 의지가 있는 노숙자에게 노상 판매를 맡겨 1.5 파운드 원가의 잡지를 3.0 파운드에 팔아 차액을 갖게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빅이슈 코리아'에선 7000원에 팔아 3500원은 판매원분께 나머지 3500원은 회사로 들어간다.

빅이슈 코리아 홈페이지

 빅이슈는 정말 최근에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기업이 있는 줄도 몰랐고 거리 곳곳마다 판매원분들이 계신 줄도 몰랐다. 빅이슈를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영화 '드림'이었다. 넷플릭스에서 무슨 영화를 볼까 찾아보던 중 '드림'을 만나게 되었다. 맨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단순 코믹한 축구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아, 코믹한 축구 관련 영화는 맞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영화였다. 그곳엔 여러 노숙인 혹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이 나온다. 극 중 박서준은 이지은(아이유)과 함께 프로젝트를 맡는다. '세계 홈리스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사회 취약계층분들이 한 팀이 되어 대회엘 나간다. 그들과 함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개인적으로 큰 울림은 없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은 영화였다.

영화 <드림> 속 박서준과 빅이슈 판매원

 그러던 어느 날, 방학기간 공부를 하러 다니던 때였다.(8월 31일부로 공부 프로젝트가 끝났다.) 몇 주 동안 자주 다니던 역 근처에서 '빅이슈' 잡지 판매원분을 목격하였다. 그전까지는 눈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던 공간이 내게 보였다. '드림' 영화엔 여러 취약 계층 분들 중 빅이슈 판매원이 나온다. 지하철 곳곳에서 "빅이슈! 빅이슈!"라고 외치며 잡지를 파는 역할이었다. 나는 그것이 단순한 영화 소재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완벽 현실 반영이었다.

 나에겐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찾아왔다. 처음엔 영화에서 봤던 소재를 직접 봐서 신기하고 기뻤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다녔던 길이었는데(여름방학 이전에도 종종 그곳에 여자친구가 있어 갔었다) 한번도 내가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무언가의 슬픔이 찾아왔다. 그분들은 항상 그곳에 계셨지만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저 노상 판매하시는 분들 중 하나라 치부하며 넘겼을 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 모든 부분에 관심을 쏟을 수는 없지만 나 자신만큼은 그래서는 안 됐다. 나의 '꿈 너머의 꿈'이 취약계층 혹은 돌봄 어린이 관련 시설을 만들거나 기부를 하는 것이었기에 말이다. 아직은 돈이 없으니 때가 아니라 생각하며 현실에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찾아보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유니세프, 세이브 더 칠드런 등 여러 기부 단체가 있지만 그런 곳에는 기부하기 싫었다. 그러한 단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기부에 있어서는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쏟아야만 그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지만 기부를 통해 기쁨을 느끼고 싶다 해서 돈만 쑉 보내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또한 그곳에 보낸 나의 돈들이 세계 힘든 어린이들에게 과연 직접적으로 쓰이는지 100% 확신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어디든 단체가 생기면 '이기심'에 불타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더욱 꺼려졌다. 핑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였기에 나는 내가 직접 시간을 쓰고 싶어 2023년 학기 시작 전에 '어린이 봉사 연합 동아리'에 원서를 넣었었다. 서류 평가는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그만큼 나는 평소에 어린이 관련 봉사 또는 취약 계층분들을 위한 것에 관심을 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가 늘 주변에 있었던 '빅이슈'를 몰랐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을 느꼈다.

 여자친구와 그분을 발견한 뒤 곧장 판매원 분 앞에 섰다. 그러자 판매원 분은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여러 종류의 잡지가 있었다. 이번 달에 나온 것들도 있었고 이전 달들 것도 있었다. 나는 그중 아이유가 표지 모델로 참여한 호의 잡지를 구매하였다. 그 이유로는 표지에 <드림>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드로 긁으면 수수료를 판매원분께서 부담하실 것 같아,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판매원분께서는 카드나 계좌이체나 상관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나는 계좌 이체를 하고 싶었지만 판매원분께서 우리의 편의를 봐주시는 건가 생각하고 카드도 괜찮다고 하시길래 카드로 결제하였다.

아이유 표지 빅이슈

 금액은 한 부에 7000원이었다. 7000원,,, 어찌 보면 큰돈이지만 요즘의 물가를 생각해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다. 내가 공부했던 곳 주변에선 7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없다. 물론 분식점, 김밥천국,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흔히 그곳에서 가성비 있다고 사람이 줄을 매일 서는 식당도 9000원이었다. 국밥가격은 8000원을 넘은 지 오래이며 기본 점심 한 끼로 1만 원은 훌쩍 넘는다. 12000원 13000원은 기본이다. 그런 식비에 비하면 7000원은 웬만한 직장인에게는 큰돈이 아닐 것이다. 아메리카노 두 잔 안 마시거나 담배 두 갑 안 피면 된다. 또 화장품에 돈을 줄이면 되고 술을 안 마시면 된다. 돈이 없다는 핑계는 절대 댈 수 없다! 마음이 없을 뿐.

 잡지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여 밀도 높고 무언가의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처음엔 정말 기대 없이 자립의지를 가지고 계신 '빅이슈' 판매원분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잡지를 구매했었기에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겐 잡지의 구성보다 다른 것에 더 의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잡지의 내용을 출퇴근길에 읽어보았는데 내용마저 너무 마음에 들어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7000원에 이런 퀄리티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을 느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구매해서 읽어보시길 바란다!

23.04.21호 목차

 7000원의 수익에 대한 분배 방식을 이 잡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3500원은 빅이슈 판매원분께 온전히 전달되며 나머지 3500원은 빅이슈코리아라는 회사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7000원 중 절반이나 회사에 가지만 그런 회사도 먹고살아야 한다. 이런 회사가 있기에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3500원에 제작비, 급여 등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름 합리적인 분배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카드 수수료 또한 회사에서 감당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이 마음에 정말 들었다. 나도 구매를 하며 망설여졌던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을 잡지에 자세히 명시해 놓았다. 이렇게 투명한 시스템 아래에서 '빅이슈'라는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다. 

 한 달 동안 총 2부를 구입하였다. 원래는 한 부 더 구입할 예정이었지만 8월 30일, 31일엔 판매원 분을 만날 수 없었다. 30일엔 원래 계시던 자리에 계시지 않길래 다음 날 사야겠다 생각하였다. 하지만 31일 날도 계시지 않아 여자친구와 그 주변을 돌아다녀봤다. 하지만 계시지 않았다. ㅠㅠ 아쉬웠다. 그분께 한 부 더 구매하고 싶었지만 운이 없었다. 그래도 그분께서 어디서든 행복하시길 바라며 그 자리를 떴다. 가끔은 주스나 쿠키를 사드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꾹 참았다.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8월 최신호!

 앞으로도 한 달에 약 두 번 정도 매 달 구입할 예정이다. 여자친구와 반반 내기로 했다! 내 소비를 줄여서라도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빅이슈 코리아에서도 정기 결제 또는 정기 구독과 같은 방식이 있다고 잡지에 써 놓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두 발로 걸어가서 참여하고 싶다.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도 있다. 하지만 좀 멀다 신호등도 건너야 하고 집 방향 지하철 출구와는 완전 정반대이다. 가는 길이 귀찮고 힘들다고 해서 한 달에 두 번을 못할까? '굳이'라는 단어엔 '낭만'이라는 단어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굳이'를 싫어하는 현대인들은 효율성만 추구하기에 '굳이'를 마치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잃음 속엔 얻음 또한 있다.


 나는 평소에도 사회적 기업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돈을 정말 왕창 벌어 그들에게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드리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드리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의미있는 큰 이슈가 있을까?

 그런 기업 중 하나가 '빅이슈코리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기업 목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자립의지'가 있는 홈리스 취약계층분들과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자립의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자립을 하려고 했어도 사회적인 인프라가 없으면 그 의지는 쉽게 꺾이기 마련이다. 또한 아무리 누군가 취약계층을 도와주려 해도 그들이 자립의지가 없다면 얼마 가지 않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안은 양측 모두의 합이 잘 맞아야만 가능하다. 그 합에 있어 빅이슈와 빅이슈 판매원 분들은 서로 상생하며 성장하는 하나의 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하나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해 볼 예정이다! ㅎㅎ 벌써 한 달간의 공부 프로젝트가 끝나고 9월이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다시 학교엘 간다. 이번에 전공 수업이 꽤 많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전공뿐만 아니라 복수전공 공부 또한 열심히 해 나갈 예정이다. 벌써 올 한 해 3분의 2가 지나갔다. 올해 남은 3분의 1도 건강하고 행복하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내가 또 이 글을 읽게 될 모든 분들이 되길 바란다. ^^

여담으로 혹시 인턴이나 취업을 빅이슈로 할까도 생각했어서 빅이슈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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