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글에서 시험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고 한 기억이 나 마침 시험기간인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컴퓨터를 켰다.
'시험'은 꼭 필요할까? 나는 시험은 보는 것 자체보다 '평가'에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시험은 필요하지만, 어떤 시험은 정말 '쓸모없다'. 아, 줄 세우기 또는 최고의 회사 부품이 되기 위한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것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면 쓸모없지는 않을 것 같다. 나의 부모님도 회사에 다니시는 직장인이시라 이런 말을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과 방금 내용은 별개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시험을 보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다. 1년에 한 번만 보는 시험도 있고 두 번 또는 상시로 열리는 시험들도 있다. 객관식, 약술형, 서술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가 된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보는 수능은 객관식이며, 여러 전문직 2차 시험은 서술형인 시험들이 많다. 물론 1차는 객관식이다. 우선 우리는 객관식 시험을 왜 보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만 한다. 단순히 '이런 시험 왜 봐~', '시험 짜증 나~'의 수준이 아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누가 누가 정답 찾기 잘하나 싸움인데 객관식 시험이 많아질수록 나라의 발전은 물론이고 인간성은 점점 퇴보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차차 설명) 어느 정도의 지식 또는 능력 평가의 수단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에, 모든 객관식 시험은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의 범위로 바뀌어야만 한다. 어느 정도 이상의 학습능력을 평가했다면 그걸로 끝이다.
'너의 생각'을 물어보는 서술형 또는 논술형 시험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러한 시간과 재원의 필요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 그런 것을 평가할 만한 사람들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일 잘하는 사람을 골라낼 때는 '너의 생각'은 저어어어어언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몇 십년 전에도 똑같이 평가받은 사람들이 지금의 어른들이기에. 그나마 해외에서 일하다 오시거나 유학 다녀온 분들이 열려있지, 우리나라 우물 속에 갇혀 살아왔던 사람들 대부분은 개구리일 뿐이다. 그래서 개 구리다. 내 주변 친구였던 사람들만 보더라도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어떤 대학이 1등 대학이며, 어떤 직장이 1등 직장이고, 어떤 차가 좋은 차고 등등 하나의 정답 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향만 바라보는 사람들뿐이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취급을 한다면 나는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초, 중, 고 객관식 시험 속에서 탈출한 학생들이 또다시 맞이하는 건 비슷한 줄 세우기 식의 시험들뿐이다. 그 시험에서 이긴 사람만 승자이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사람들은 '패배자' 또는 '노력 부족'으로 취급한다. 물론, 승승장구해서 계속 승리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 극소수일 뿐이다. 본인도 언제나 본인이 얘기하는 '패배자' 또는 '노력 부족'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대부분은 그 사실을 부정한다. 아득바득 눈감고 귀 닫고 보질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실패하면 '외부요인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본인도 '패배자'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타인을 자신의 기준으로 '패배자' 또는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와 같은 판단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들이 과연 일어났을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컨베이어 벨트'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뿌듯함' 또는 '승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그만큼 안타까워 보이는 일이 없다. 평생 그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뿐이다. 나는 수능 이후로는 시험이란 시험엔 평생 담을 쌓을 것이라 다짐해 온 사람이었다. 토익도 카투사&졸업요건 때문에 본 것이지 앞으로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객관식 시험에 질렸다고 말할 수 있고 또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은 더더욱 말이다.
정말 사람은 주변 환경 및 주변 지인들이 중요한 것 같다. 평소 '나는 내 주변 가장 친한 친구 5명의 평균'이라는 말을 꽤 신뢰하며 살아왔어서 그런지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친구들은 좀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 친구들이 이런 나를 거리를 두어도 미안하지만 사실 큰 상관은 없다. 하나하나의 인간관계 및 환경들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땐 매번 시험얘기만 하는 집단 속에서 살아왔다. 그 속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온 지금은 그런 친구들과는 가벼운 관계를 이어갈 뿐이다. 그 속에서 벗어나니 더는 시험 관련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주변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지만 사실 별로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진 않다. 그 친구들을 보며 나도 시험이나 준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자잘 자잘하게 어떠한 일에 도전하는 친구들만 두고 싶다. 그 친구들의 영향력이 나에게 분명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전들도 '시험' 중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이번 글에서 비판하는 시험은 '줄 세우기 식의 시험'이다.
어떤 친구를 통해 들은 바로 어떤 친구가 자격증을 수십 개 따서 SNS에 올리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사실 나는 이 말을 한 친구도 또 이 글을 매번 올리는 친구도 이미 나와는 가벼운 관계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친구가 얼마 없다. 얼마 없는 정도가 아니고 1명? 많아야 2명 정도다. 진짜 친구말이다. 나쁘게 말하면 '속세'에 물든 친구들이 너무 많다. 어떤 기업이 연봉을 많이 준다더라, 어떤 직업이 좋다더라, 돈이 정답이다 등등의 말을 해댄다. 분명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름의 '순수했던' 낭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것이 '점점 현실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또는 철이 들었다'라고 어른들이 평가를 한다면 나는 철이 들지 않으련다. 순수했던 나의 열망을 죽을 때까지 추구해 나가며 살고 싶다. 사실 나는 이 순수성을 잃게 된다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내일 죽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질 않는 것 같다. 약 3년 정도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고 나서야 '죽음'이 무엇인지 약 10%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1%도 안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중에 꼭 할 예정인데 이 이야기가 나의 인생과 철학을 뒷받침해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 편협한 생각에선 인간들이 '죽음'이란 것을 진정으로 생각해 봤다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 또는 저렇게까지 해야 했어야 할 일이 다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보다는 정말 평화롭고 인정이 넘치는 세상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이러한 '생각을 할 시간'을 절대 주지 않는다.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부추기고 평가를 앞세우며 능력주의를 우상시한다. 하지만 그렇게 위대한 사람들도 또 잔혹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무덤에 갇혀있다. 영영 살아날 수 없다. 말이 길어져서 더는 이야기 하지 않겠다.
시험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시험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를 계몽시키기 위해서 쓰는 글은 아니지만 작은 외침이다. 이러한 작은 외침은 사회에 큰 영향력을 주진 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나라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중요하다. 남들이 다 해도 '나'만큼은 아니면 된다. 남들도 그러는데 나도 한 번쯤이야 또는 나는 괜찮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사회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불평 또는 불만을 해서는 안된다. 본인들도 동조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기에. 그런 불평과 불만이 나온다면 본인부터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럴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변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어려운 거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행위들은 늘 기존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기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매달 받는 월급에 행복하며 본인의 꿈은 재빨리 합리화될 것이고 본인이 추구해 오던 가치와 철학은 더 이상 가슴속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나도 대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기에 시험에 동조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적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부모님 눈치다...ㅎ 중간고사 때까지는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 다만, 이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그냥 무언가 '태스크 처리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다. 미래에 어떠한 제품 또는 어떠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데드라인이 있다면 그 순간까지의 집중력과 태도를 만들고 싶어서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시험기간에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내가 A+를 받아도 나에겐 의미가 없다. A+ 받았다 해서 그것이 그 전공과목에 대한 나의 지식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발톱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르고 있는 것에 가깝다. B+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모순 가득한 시험 속에서 어떠한 성적을 받아도 그건 나에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지도 않으며 또 의미도 없다. 시험 성적 또는 결과에 집중을 하다 보면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될 뿐이다. 인간의 뇌는 정말 멍청하기에 그런 환경에 처해있거나 그러한 생각을 하다 보면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할지라도 본인의 무의식 속 어딘가에 그 기제는 늘 작동될 것이다. 또 언젠간 본인도 똑같이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것이다.
시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죽을 때까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시험으로부터 시험받다가 묻히면 그만이다. 시험을 단순한 쪽지 시험으로 여기든 또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으로 생각하든 이 이상의 의미를 두지는 말자. 어떠한 기준 또는 평가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혼란이 올 것이라고 사람들은 떠들어대지만 정답만을 추구해 가는 세상 속에서 인간성을 잃는 현시대보다는 분명 나아질 것이다.
'생각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과 주체성 (2) | 2023.10.22 |
---|---|
하나님을 믿는 이유 (0) | 2023.08.06 |
메디컬 열풍과 모순(FEAT. 전문직) (1) | 2023.06.04 |
생각과 행동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2) | 2023.05.25 |
'앎'에 대한 고찰 (0) | 2023.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