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판을 떠난 지 약 4년이 되었지만, 3번의 수능을 봤어서 그런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마음 어느 한편엔 늘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수능 관련 내용이나 입시 관련 소식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요즘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듦과 동시에 나의 수험생 시절 때가 떠올라 꽤(?) 반가운 것 같다. 라떼도 그랬지만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이제는 약대까지 메디컬 열풍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한 20대 중반 대학교 입학자가 라떼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고도 한다. 반수, 재수, 삼수 등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줄어들지 않아서 그럴까?
문과 공부를 해온 나는 이과 입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문과에서도 '이과의 메디컬'이라 할 수 있는 상경계열 학과들이 있지만(문과 한의대는 제외) 다른 학과와의 격차는 메디컬만큼 심하진 않다. 또한, 그 정도의 메리트도 없다. 문과는 상경계 아니면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 지 많은 학생들도 다른 학문에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상경계를 가고 싶어 했다. 어떠한 분야든 자신이 관심이 있고 열심히 해 나갈 자신이 있다면 상경계든 어문계든 사회과학계열이든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한 분야에서 약간의 '탁월함'만 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탁월함은 관심과 열정에서 온다고 믿고 있다.
이과의 메디컬 학과들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이젠 약대까지. 어찌 보면 다른 과 학생과는 달리 고수익이 보장되는 '전문직' 학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부터 나는 '전문직'에 관한 생각이 참 많았다. 대표적 전문직으론 의사계열, 행정고시, 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공무원, 육사 등 국회의원까지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문직 나열은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나는 이러한 전문직을 꿈꾸는 혹은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1순위 덕목이 '사명감'이라고 생각해 왔다. 머리가 좋아도 '사명감'이 없다면 전문직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위와 같은 전문직이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전문직'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그곳에 뛰어드는 것 같이 슬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재수를 하던 시절에 공군사관학교 시험을 보러 갔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라떼는 어느 정도 괜찮은 시험이자 공군 사관학교하면 '우와' 했던 시절이었다. 육군 사관학교와 시험문제는 똑같았는데 대체로 합격 컷이 조금 더 높았었다. 수능을 보기 전 실전 경험 삼아 시험을 보러 갔다. 그런데 왠 걸, 진짜 꽤 잘 봤었다. 국어도 시간 맞춰 잘 풀었고 심지어 수학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었다. 결과는 1차 합격이었다. 정말 높은 성적으로 붙었었다. 재수학원에 1차 합격자 명단이 붙기도 했었다 ㅋㅋ.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관학교를 '보험'용으로 생각해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만약 수능을 망치게 되더라도 잡을 수 있는 줄 느낌이다. 그 당시에도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재수학원에서 사관학교 2차 시험 대비 반을 만들어주었다. 나도 꽤 높은 성적을 받았어서 담당 선생님께서 나도 당연히 준비하는 줄 알고 계셨는데 나는 '포기'했다.
포기했던 이유와 그 당시 주변 친구들에게 했던 말들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포기했던 이유로는 '하고 싶거나 가고 싶지 않았기'때문이다. 다시 말해, 평소 애국심 또는 군 관련해서 애정이 전혀 없었던 녀석이 고작 시험하나 잘 봤다고 갑자기 가고 싶다는 건 나로선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재수학원에선 사관학교 1차 붙은 사람들 중에 보험용으로 2차를 준비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내 친구도 그랬었기에... 근데 이러한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영리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만큼은 그러기 싫었다. 나보다 성적이 조금 좋지 않더라도 정말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이나 '사명감'을 지닌 학생이 꼭 가길 바랐다. 정말 그랬다. 이 이야기를 룸메이트 형에게 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 형이 말하길 '너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애들도 보험용으로 하는 거라 그런 애들 많이 없을 거다.'라 했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빠져도 2차 신청을 하면 가지 못했을 합격 컷 바로 아래 학생이 '사명감'을 지닌 아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꼭 한 명이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가길 바랐다.
그때부터 이러한 가치관을 유지한 채 살아온 나였어서 그런지 현재 전문직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사명감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누가 회계사 또는 변호사 등을 시켜준다 해도 절대 안 할 것이다. "진심으로". 하지만 현시대가 살기 어려워져서(?) 그런지 몰라도 전문직 열풍 또한 심해지고 있다. 특히 문과에선 CPA, 공인회계사가 심하다. 남들이 다 해서 또는 높은 연봉직군이고 사회적 위치와 수요도 좋으니 그냥 '찍먹'해보자라고 생각해 시험판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정말 정말 많다. 우리 학교에서도 정말 많이 준비하고 또 많이 가기도 한다. 사회 분위기와 겹쳐 전문직 시험 쏠림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내가 말한 '사명감'을 테스트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본인의 "양심과 마음"만이 판단 지표일 것이다. '돈'과 여러 물질적 혹은 사회 위치적 메리트를 위해 간다는 것은 정말 비참한 일이다. 자연재해가 비참한 일이 아니고 이러한 현상들이 비참한 일들이다. 자연재해는 운의 영역에 가깝지만 위와 같은 현상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이기에.
이제부터 '메디컬 모순'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회계사, 변리사, 행정고시, 세무사 등등은 시험 제도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이제는 사법고시마저 폐지돼 로스쿨로만 뽑는 판사, 검사, 변호사 직종은 문제가 많다. 시험 제도에 있어서 말이다. 왜 첫 줄에 제시했던 직종은 '전문직 시험'을 보고 가지만 의치한약판검변은 수능 또는 리트를 보고 가는 것인지 나로선 납득이 전혀 가질 않는다. 여러 가지 반박이 들어올 수 있다. '그래도 머리가 좋은 사람을 보내야 한다' 등의 '이성의 능력'을 근거로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러한 이유들이 모순덩어리임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그 '이성'은 누가 만든 기준인지 말이다. 의과전문대학원은 왜 줄였고 사법고시는 왜 폐지했으며, 리트라는 수능과 결이 비슷한 종류의 시험을 보게 할까 등. 사실 로스쿨을 통한 판검변은 여러 기준 대학 학점, 토익 등도 있기에 메디컬보단 낫다.
메디컬이 문제다. 사람들은 메디컬을 수능으로 뽑으니 당연 수능으로 준비한다고 생각하지 왜 메디컬을 수능으로 뽑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입시했을 때 이야기이다. 다른 전문직들 중 대다수는 관련 전문직 시험을 보는데 메디컬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뭐 기득권 층이 돈이 많고 머리도 똑똑해 누구나 다 들어올 수 있는 전문직 시험이 아닌, 수능 또는 입시를 통해 자녀들을 더 쉽게 보내는 게 이득이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메디컬 쪽에서 머리가 좋아야 함은 부정할 수 없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회계사, 변리사, 행정고시 등등도 마찬가지이다. 상법, 경제학, 노동법, 민법 등등 관련 시험을 보는 것처럼 메디컬 쪽도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등등 의대 이수 과목들을 전문직 시험처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대면 오히려 2차 3차 4차까지 해서 정말 그들이 말하는'능력 있고 이성이 뛰어난'사람들을 뽑으면 되지 않은가? 수능으로만 뽑는 이유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렇게 머리 좋고 능력 좋고 똑똑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더 기준이 높고 어려워야 하지 않은가? 고작 수능 하나로 평가를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현상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리트와 같은 능력 시험+ 전문 과목 시험'을 통한 사람들을 뽑으면 되기에.
기준이 정말 애매하다. 애매해도 정말 정도가 심하다. 이러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모두가 뛰어들 수 있는 시험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일까? 개나 소나 뛰어들어도 어차피 시험으로 볼 거 결국 시험의 기준을 높이면 그들이 말하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메디컬 열풍은 정말 모순덩어리 그 자체이다. 밥그릇 싸움과 똑같다. '메디컬생들도 의대 가서 결국 국가시험 본다'와 같은 개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본인 양심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것이다. 메디컬 열풍과 그 시험 제도의 모순은 공정하지 않은 일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전문직 시험도 그럼 수능으로 뽑아야 한다. 메디컬처럼 회계사학과, 변리사학과, 세무사학과 등등 졸업과 학과 인턴기간 이후에 바로 전문자격증을 주는.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메디컬만 살아남았고 이젠 판사, 검사, 변호사도 마찬가지이다. 시험에 거부감을 느끼는 나지만 그래도 이왕 할 거면 사법고시와 같은 시험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이라는 것도 진짜 그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공정성 의심이 들기는 한다. 애초에 공정하지도 않은 메디컬에선 전문 자격을 부여하는데 차라리 온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험으로 바뀌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이며 오히려 관련 집단들은 자신의 위치와 분야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길목을 더 좁히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나 모두가 망하는 길인데 이 현실의 삶을 아득바득 더 갖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시간인 것 같다. 우린 곧 죽는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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