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 최소 1 업은 지키기 위해!
'앎'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지 5일 정도 된 것 같다.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해서 그런지 5일이지만 그 농도는 짙었다. '앎'이란 무엇일까? 학과 공부 내용?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 몸을 통해 얻은 경험 등등. 각자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최근 내가 '앎'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지금 배우고 있고 또 배우려고 하는 전공과목들의 수업들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학업에 대한 생각이 그리 크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턴가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다. 인생엔 배워야 할 자산들이 너무 많다.
학과 공부 및 기타 공부를 해 나가면서 이 내용들을 나의 뇌에 때려 박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렵거나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내용들을 배우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러다, 이러한 내용들이 '앎'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겠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는 4년 내내 학과 커리큘럼에 맞춰 경제학을 전공하였다. 하지만 과연 그가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전공하지 않은 사람보다 경제만큼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에 대한 지식'은 컴퓨터가 더 잘 알고 있다. 백배 아니 천배 만배 그 이상. 에이 사람이랑 컴퓨터는 다르지라고 치부할 정도의 의구심이 결코 아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 혹은 할아버지 세대를 생각해 보자. 그 당시에는 컴퓨터도 상용화되지 않았을뿐더러 지금처럼 방대한 책들이 있지도 않았다.(지금보단) 그 당시엔 어떠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대학'을 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만큼 지식을 얻기 위한 방식도 바뀌었다. 요즘은 누구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 또는 네이버에 들어가 모든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심지어 이제는 AI라는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더더욱 접근성이 좋아졌다. 굳이 대학교에 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모든 정보가 인터넷 속에 있다. 이건 본인이 아는 게 아니지라고 말한다면 본인 스스로를 성찰해 보자. 우리의 기억력은 정말 끔찍한 수준이며 가끔은 인식의 왜곡, 기억 상실을 겪는다. 과연 우리가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나는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들도 '본인의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또 다른 뇌이다.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대학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대학이 학업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들만의 커뮤니티, 또래와의 인간관계를 통한 인맥 쌓기, 1장짜리 학위증명서 등등이 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학습'에 관한 부분이다. 나도 3주 동안 이번학기 수업을 들었다. 학기 당 300만 원씩 내니, 훌륭하신 교수님들 지도하에 좋은 내용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보다 수준 높은 강의들이 유튜브에 널려있다. 그것도 무료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더 이상 대학 졸업자들과 비대학생들의 차이는 없어질 것이다. 없어진다는 의미는 다시 말해 이전 세대와는 다를 것이라는 소리다.
몇십 년 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그 학위로 먹고살 수 있었다. 심지어 대학원에 가 석/박사 과정을 통과한다면 승승장구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석사가 기본이 되었고 이젠 박사까지 뉴노멀이 될 지경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학사/석사/박사 학위의 '순수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좀 더 생각을 해 봐야 될 것 같다. 나는 대학이란 훔볼트가 세운 베를린 대학 창립 이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Freiheit)'와 '고독(Einsamkeit)'. (이 의미에 대해서는 故 김윤식 교수님께서 쓰신 '살아있는 정신에게'라는 내용을 읽어보면 된다.) 즉. 교수와 학생이 함께 탐구해 진리를 발견해 내는 장이 대학이며 무한한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은 그저 '수단'으로 전락했다.
나는 이왕 대학에 다니는 거, 내가 궁금해하거나 하고 싶은 학문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코딩, 프로그래밍, 개발이 뜬다고 해서 컴공, 소프트웨어, ai학과에 가거나, 취업을 위해 전기전자, 기계공학 등등 복수전공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순수 학문은 이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용한 것은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앎'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들었다. 백날 '수단'을 위한 공부를 해나가도 결국엔 지식의 양은 컴퓨터 발끝만큼도 못 따라갈 것이다. 정보의 습득을 위한 공부는 끝이 났고 누가 스스로 질문을 꾸준히 해왔느냐가 중요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 없이 살다가는 영화 '모던타임스'에 나오는 찰리채플린 톱니바퀴가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을 원한다면 말리진 않는다! 질문이란 쉽게 툭 던지는 것들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면 질문조차 하질 못한다. CHAT GPT가 기다리고 있어도 INPUT창에 질문다운 질문을 하지 못하면 얻는 것은 전혀 없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몸을 맡기지 말자. 본인만의 특별한 색깔을 유지해 나가는 학습과 배움으로부터 나오는 질문들이 '진정한 앎'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그 특별함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를 위해, 우리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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