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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

너 자신을 알라

by LePetitPrinceHong 2023. 1. 31.

2019년 말,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그 후 무지성 주식 매수를 하다가, 2020년 초 코로나 위기로 주식 계좌가 녹았다. 코스피, 코스닥이 뭔지 또 무슨 기준으로 매수하고 매도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주식을 했었다. 다행히 진짜 소액만 넣었어서 시드가 많이 남아있었다. 몇 달 시장이 주춤했다가 시작된 '상승 랠리'에 운 좋게 탑승하면서 수익률이 쭉쭉 높아졌다. (어떤 종목을 사도 거의 다 올랐을 시절,,, 그립네요) 1년 동안 체계적인 공부 없이'삼성전자', '카카오', 'LG' 등과 같은 대기업 주식만 매수했다.

그때로 돌아가,,,

그러다 2020년 말부터 제대로 된 주식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신세계'였다. 이전에는 정말 갓난아기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이때는 마치 '주식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매일매일 공부를 했다. 종이책도 많이 읽었고, e-book으로는 더 읽었다. 경제 유투버도 구독하며 주식 경제 관련 영상도 엄청 봤었다. 왠지 모를 뿌듯함도 많이 느꼈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 중 제일 똑똑해진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의 지식들 또한 정말 얄팍한 지식이었지만) 기술적 분석, 기본적 분석 등 내 주식 정보들을 공유하고 마치 전문가인 듯이 판단했다. 심지어 '초심자의 운'이 좋았어서 입대 전 2021년 3~4월쯤에 가지고 있던 주식을 군대 간다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매도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운빨'로 벌었다. 진짜 주식 왕이 된 기분이었다 ㅋㅋ

기본적분석, 기술적분석 등등

입대를 하고 난 뒤 군생활을 하며 입대 전 해오던 주식공부를 계속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고 있던 주식에 관한 정보들을 활용해 조금씩 매수를 했는데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아 공부를 덜 한 거겠지' 하면서 더 해봤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무턱대고 '개별 종목'만 공부를 했었다. '테슬라', '애플', '마소', '셀트리온', 'lg에너지솔루션'(아무 기준 없이 생각난 종목을 쓴 거다)등 주식 어플들을 보면 '종목'만 눈에 보이고 '차트'만 보였어서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있건 것이다. 그런데 주식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었고 나는 그중 1% 정도의 수준이었다. 재무제표에 나와있는 매출, 영업이익, per, pbr과 같은 용어와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을 뿐, 예를 들어 '가치투자'의 기본이 되는 DCF도 몰랐으며 '개별 종목'보다 더 중요한 '업황'도 몰랐다.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는 '매크로' 공부도 안 했으며, 또 매크로에 큰 영향을 주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도 몰랐다... OMG,,,

'애플'보다 이 분이 그렇게 영향력이 큰 분일 줄이야...

공부할 게 산더미임을 그때 깨달았다. 하면 할수록 공부할 건 많아지고 끝이 안보였다. 하루종일 주식 관련 책과 경제 공부를 하던 때도 있었고 어디선가 꿀정보를 얻으면 이게 '정답'일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멘탈이 나갔고 주식공부를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면서도 발생하였다. 약 20년 동안 책을 100권도 안 읽었던 사람이었어서 그런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신세계'가 보였다. 이게 '정답'인 것 같고, 이 지식과 내용을 남한테 자랑하려 했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세계도 너무 깊었고, 관련 서적을 몇 권씩 읽어도 새로운 내용들이 넘쳐났다.
경제를 공부할 때도, 프로그램 언어를 공부할 때도 비슷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왜 처음에는 불타는 의지로 공부를 할 땐 내가 천재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을 잃어가고 헤매는지 싶었다. 나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래사장 근처에도 못 간 상태였던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친구와 나누던 중에, 그 친구가 사진을 하나 보여줬다.

이런걸 만들어 내는 학자들의 수준은 도덕책,,,

더닝-크루거 효과였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초기에 아무것도 모를 때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러다 '우매함'의 봉우리를 찍은 뒤로는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딱, 나였다. 진짜 소름이 돋았다. 어느 정도 가서는 '절망의 계곡'에 빠진다. 나는 이곳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의 나를 정말 많이 반성했던 것 같다. 부끄러움이 확 느껴졌고 정말 오만 그 자체였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을 쓰기도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이렇지 않은 내가 됐기에 그 사실 자체에 만족한다 ㅠㅠㅎㅎ 나는 충격에서 헤어 나온 뒤 그래프를 다시 봤다. '절망의 계곡'을 지나야 '깨달음의 비탈길'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지식+경험이 쌓이고 더 발전하면 할수록 '지속가능성의 고원'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효과를 알려준 그 친구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 친구 덕분에 끈기를 가지고 이겨낼 수 있었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알게 된 뒤, 다시 마음을 잡고 하고 싶은 공부들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이전과는 다른 배움이 느껴졌으며, 조금 더 차분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나대지 말고 겸손하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배움에 임하니 한결 마음도 편해졌다. 지금 당장! 빨리빨리! 가 아닌,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조금씩 해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지금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TOO MUCH,,,) 그러나 삶의 태도는 이전과 달라졌다. 처음 무엇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알고 나만 몰라서 공부 중인 것이며 '절망의 계곡'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일 것! 그리고 계속 공부해 나가며 처음 가졌던 열망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내가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공부 진행 루틴이며, 나에게 이 루틴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사람들에게 '나 이만큼 알아'를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닌 '진정한 공부'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다^^ 이러한 삶의 태도를 취하자, 새롭게 와닿은 격언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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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번역하면 "너 자신을 알라"다. 이 구절은 흔히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 격언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기원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학생 시절 윤리와 사상을 공부하면서 조금 배웠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문장이 왜 아직까지도 전해지는 문장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소크라테스는 '무지' 그 자체 보단,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가 더 문제라고 보았다. 소크라테스는 그 당시 '소피스트'를 비판하며 '무지에 대한 무지'를 강조했다. 소크라테스도 누구의 입장에선 '궤변론자'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했던 '무지'에 관한 스토리를 듣고 엄청난 존경심을 느꼈다. 진짜 철학자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구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신이 될 수 없으며, 죽을 때까지 공부하더라도 부족한 게 인간인 것 같다. 이런 인간인데 너무 완벽을 추구하다간 '번 아웃'이 올 수 있고 '압박감'만 심해질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또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천천히 전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이 틀릴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앎만이 정답이 아니다. 또, 안다고 해서 그처럼 행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것 또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실수와 실패에 대해 자책을 하기보다는 하나의 경험과 배움으로 삼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지난날의 부끄러웠던 자신의 모습도 '한 시점의 자신'이었으므로 눈을 감고 무시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반성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악수를 건네는 것이 인간이 죽을 때까지 지녀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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