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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16주 만에 돌아옴 #2 취업

by LePetitPrinceHong 2026. 6. 21.

 16주 사이 있었던 스토리 중 하나는 취업 관련이다. 나의 이전 행적이나 이전 글들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나는 취업과는 거리가 좀 먼 스펙(?)(이란 말을 쓰긴 싫지만)을 갖고 있는 사람임을 단번에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취업과 관련이 0인 사람은 아니지만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취업에 대한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26년 2월, 대학 생활을 마치고 학교 앞 자취방을 뺐다. 그러고 다시 3월에 서울로 복귀하였다. 2월에 방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잠깐 본가에서 살다 왔다. 그렇게 3월 서울에서 새로운 집을 구한 뒤 적응하는 시기를 가졌다. 적응이라는 말이 웃기긴 하지만 여러 가구들을 구입하고 동네 적응을 하겠다는 생각에 약 한 달 동안 쉬면서 보냈다. 

 물론 그 시기에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취업 준비라는 것을 해 보았다. 작년에 SK하이닉스와 카카오게임즈 원서를 써 본 적은 있었다. 그때는 호기롭게 AI를 전혀 쓰지 않고 원서를 작성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이 드는 건 F1 대회에 범퍼카를 타고 참여를 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AI를 풀로 활용하여 원서를 써봤는데 글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시간도 몇 배 절약 되었다. 

 나는 문과 계열 전공자로서 SK 하이닉스에 원서를 쓰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다. 우리나라 산업은 반도체나 제조업 중심이기에 이런 쪽 회사를 가려고 했다면 이과를 가는 게 맞았을 것이다. 작년에 처음 원서를 맛보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이력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학교를 떠난 뒤 다시 기업 지원 원서를 써 보면서 그동안 내가 했던 일들을 최종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 공부만 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활동들을 꽤나 많이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아리, 학회, 대외활동 등 말이다. 운 좋게 수상까지 한 경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번 2026년 상반기에 지원한 곳은 총 4곳이었다. 애초에 취업 생각이 없었기에 메이저 회사들 원서만 써 보았다. SK이터닉스 인턴, 삼성전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보틱스다. 사실 원서도 그리 쓰고 싶지 않아 거의 모든 내용들을 AI를 통해 딸깍 작성하였다. 글 퀄리티도 달랐고 글의 흐름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다. 부모님께서 이번 상반기 대기업들이 대규모 채용을 한다는 글을 보내주셔서 겸사겸사 작성해 보았다. 아 한 곳 더 지원 예정이었던 곳은 현대자동차였는데 지원하고 싶은 부서의 OPIc 점수 성적이 없어 지원하지 못했다. 

 원서를 쓰면서 꽤나 힘들었다. 고등학교 때 수시를 써 보진 않았지만 수시러들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자소서가 아니라 자소설이라는 것이었다. 그것과 기업 원서는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알바를 하며 외국인이 화장실이 어딨는지 대화를 잠깐 한 것을 가지고 알바 업무시 외국인 손님 응대 및 지원 서비스라는 꽤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을 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솔직한 내용들을 쓰려고 했긴 했지만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한 내용도 꽤나 많았다. 이런저런 내용들을 챗봇에 작성해서 기업 원서가 요구하는 문항에 맞게 내용을 다 써달라 하면 약 10초 안으로 모든 것을 써줬다. 연관이 되지 않아 보이는 활동도 귀신 같이 다 연결을 해주었다. 

 서류 통과한 곳은 4개의 회사 중 단 2 곳이었다. SK이터닉스 인턴, 삼성전자. 인턴은 1곳 신입사원은 3곳을 지원했기 때문에 인턴 서합률은 100% 였다 ㅋㅋ. 신입 사원은 3곳 중 가장 가고 싶지 않았던 삼성전자였다. 그 이유로는 내가 원하는 직무랑 다른 곳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 직무를 썼냐 물어본다면 내 이력들을 활용해 쓸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었기 때문이다. 원서를 썼을 당시 가족 톡방에도 남긴 말이었다. 삼성전자를 제일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뽑아줄지는 다른 문제지만ㅋㅋ.

SK이터닉스 불합격

 SK 인적성 검사를 하루 전에 준비했는데 통과를 하고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은 상당히 아쉬웠다. 열심히 준비는 하긴 했지만 막상 면접에서 들은 내용들은 내가 자소서에 쓴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들이었다. 나는 미래 성장성과 발전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어 지원을 하였지만 알고 보니 그냥 '영업' 사원을 뽑는 것이었다. 실제로 팀장인지 과장인지가 그렇게 얘기하셨다. 내가 관심 있어하고 PPT로 발표한 내용들은 회사에서도 미래 추구하는 방향일 뿐 아직까진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러지만 약간 빛 좋은 개살구 느낌쓰,,, 회사 홈페이지랑 모집요강에 있는 팩트 기반으로 작성했는데도 그냥 써 놓은 말들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턴에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약 이틀 동안 파란색 한 권의 인적성 시험공부를 했다. 운이 좋게 GSAT을 통과했다. 인적성 결과 후 약 5일 뒤에 면접을 보았다. 내가 지원한 부서의 면접 일정이 삼성전자 계열사 중 가장 먼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 스터디도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챗 GPT와 함께 면접 준비를 하였다. 총 3단계로 이루어졌는데 창의성 면접은 나름 괜찮게 본 것 같았다. (듣기로는 이 면접이 가장 중요도가 떨어진다고들 한다.) 인성 면접은 애매하게 본 것 같았다. 직무 면접은 좀 못 본 것 같은데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개념이 없었기에 내 방식대로 설명을 했다. 면접관들이 낸 문제가 애매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면접관들도 내 말을 듣고 깨달으셨다. ㅋㅋ.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의 정답이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처음 발견한...? 면접은 하루 종일 진행됐는데 후회 없이 보고 왔다. 

삼성전자 불합격

 약 3주 뒤 결과가 나왔는데 불합격이었다. 약간 아쉬움도 있었지만 후련한 마음이 훨씬 컸다. 이제 기다릴 결과도 없고 앞으로는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 편히 해 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를 기다리면서 꽤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합격을 하면 좋은 점도 있었겠지만 기다리면서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나는 기업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과 그 일을 계속하는 것을 내가 못 버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적당한 급+내가 하고 싶은 일 VS 많은 월급+그냥저냥 하는 일을 고르라 하면 나는 무조건 전자다. 누구는 일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가치관이 좀 다르다. 돈을 적당히 받아도 내가 의미 있어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이유로 나는 다음을 꼽고 싶다. 사람들은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 자체를 모른다. 그들도 모르는 것이다. 어떤 일이 본인이 하고 싶은지를. 이는 우리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내 주변 친구들 혹은 대학 동기들도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다.라는 식의 말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랬다. 만약 여기에 들어간다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게 뻔하게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보틱스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 뽑아주면 꽤나 관심 있게 열심히 할 업무였지만 일단 서류탈락 ㅠㅠ,,, SK 이터닉스는 내가 원하는 방향과 전혀 달랐기에 큰 미련이 없었다.

내가 지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나는 테크 기업에 관심이 있기에 당근, 토스 같은 곳에서 뽑아주면 절하고(?) 들어갈 의향이 있다. ㅋㅋ 농담이지만 뽑아주면 좋겠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 결과가 나는 순간 깊은 안도와 후련함이 느껴졌다. 합격을 했다면 경험과 이력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수도 있지만 이 길을 걸어가지 않게 만든 것이 나의 정해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원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늘 살아가려 한다.)

 더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해 볼 용기(?)를 얻었다. 아이러니하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더 무서워진다는 말처럼 나는 이제 잃을 게 크게 없어 앞만 보고 달려도 괜찮은 상황이다.

카이스트 대학원 서류합격

 아 그리고 이제 와서 얘기해 보지만 작년에 카이스트 대학원 서류에 붙어 면접까지 보고 온 경험이 있었다. 가족들에겐 면접 전까지 비밀로 했었지만,,, 그때까지 대학원에 대한 마지막 생각이 있었는데 면접에 가서 좀 실망을 많이 했었다.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대학원인데 '내가 카이스트에 오면 카이스트는 얻는 게 뭐냐'는 질문이 기분을 별로 좋지 않게 만들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이런 압박질문을 한다는 것으로 카이스트가 유명했던 것이다. 나는 교수님 컨택도 해보지 않고 그냥 넣어봤는데 서류 합격을 해서 신기했다. 면접을 보신 교수님들의 표정도 되게 날카로웠어서 기분이가 좋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 표정을 지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업 면접이었으면 말도 안 한다. 나를 뽑아 내게 돈을 줄 것이니 말이다. 근데 대학원은 내가 돈내서 연구하고 졸업하겠다고 들어가려는데 입구부터 꼰대 마인드가 가득했다... 너무 기분이 안 좋아 면접이 끝나자마자 어차피 안 갈 거 카이스트 연구실에 질타 메일을 쓰려했는데 어머니의 만류로 참았다. 참은 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여튼 나름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의 대학원 서류합격과 최고 기업의 신입사원 서류합격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나를 뽑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다. 이전까지 나는 그 어느 대학원도 기업도 내 스펙이나 이력을 보면 뽑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분야를 차분히 판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없는 분야 그것도 아예 다른 분야들도 마구잡이로 공부하고 파댔기 때문이다. 나중엔 그냥 어떤 녀석이 이런 삶을 산 거야? 궁금해서 나를 뽑아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3월 가족 톡방에서 나의 카톡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23살의 내가 25살의 삶을 전혀 예측 못했던 것처럼 27살의 나는 지금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 적도 있지만 아닌 적이 너무 많았다. 미래는 모르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나의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 글에 그동안의 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테지만 벌써 약 4달이 지난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남은 것은 현재뿐이다. 

 6개월 뒤 나의 미래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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