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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Begin Again

by LePetitPrinceHong 2025. 12. 3.

 오랜만이다. 티스토리에 글을 올린 지 두 달이 지났다. 글을 쓰려고 하니 뭔가 이질적인 느낌도 든다. 그동안 글을 작성하지 못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전부 핑계에 불과하다. 매주 글을 꾸준히 몇 년간 올려왔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약간의 딜레이가 생기더니 10월, 11월에는 거의 글을 작성하지 않았다. 

 먼저 티스토리에 글을 작성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며 느낀 단점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 글을 작성하는 것이 꽤나 지적인 활동이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두 달간 '에라 모르겠다'하고 살아가니 진짜 '에라 모르겠는' 삶이 되어버렸다. 반복적인 학교 생활, 운동, 핸드폰, 게임 등을 하며 지냈다. 

 그동안의 삶을 돌아봤다. 20살 재수, 21살 첫 번째 대학교 및 삼반수, 22살 두 번째 대학교 및 코로나, 23살&24살 군대, 25살&26살 대학교 2, 3학년 및 물리학 등의 시기를 지내왔다. 27살 2025년. 많은 것이 변한 한 해였다. 기존 연인과의 이별도 있었고 곧 대학을 떠나 사회에 나가게 되는 시점에 서 있었다. 2025년 상반기 즉 3월부터 7월까지는 나름 열심히 잘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전과 같은 건강한 정신은 아니었다. 정신이 없었고 방황 속에 살아왔다. 그러나 바쁜 학교 생활(양자역학 입문)과 여러 학회, 동아리 생활 및 새로운 인간관계 덕분에 특별한 성과는 없었어도 알차게 지내올 수 있었다. 이때부터 놀았을 수도 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8월부터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막 힘든건 아니었고 길을 잃었었다.

 오늘 글을 쓰기 전에 그동안 내가 이곳에 썼던 글들을 몇 개 읽어봤다. 몇 년 전의 나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살았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꽤나 굳건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의 얘기여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 각오와 습관들이 2025년 8월부터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삶의 의지와 목적을 잃어서일까. 이전에는 창업에 대한 열의도 가득했었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 함께하게 될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포기할 수 있었다. 또 안정적으로 미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내 소신은 양보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그러한 미래는 오지 않게 됐다.

 그렇게 맞이한 2025년, 기존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대표적으로 나의 mbti는 intj인데 이와 반대로 살고 싶었다. e, s, f, p의 형태를 보이며 말이다. 좀 더 외향적으로, 현실적으로, 감정적으로, 즉흥적으로 말이다. 외향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학회 3개 동아리 1개에 들어갔다. 현실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상을 꿈꾸는 것을 줄였다. 감정적으로 살기 위해 이성적인 판단은 최대한 배제하고 기분에 집중을 하였다. 즉흥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춘기'를 27살 대학교 4학년에 겪는 게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건강하게 자라왔기에 될 대로 돼라 하며 살았다. 소비 습관도 바뀌었었다.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크게 비싸지 않은 것이라며 최대한 다 구매하였다. 몇 년간 절약한 돈을 2025년에 탕진을 한 수준이다.

 i,n,t,j에서 e, s, f, p로 살아본 결과 나머지는 괜찮았지만 s로 살아가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학창 시절 가스라이팅 덕분에 s로 살아간 시절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벗어난 뒤로는 s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지금의 나의 모습에 훨씬 만족한다. 지금은 다시 i, n, t, j 성향으로 돌아왔다.

 명상, 기도, 독서 또한 미흡했다. 명상 관련된 글을 티스토리에 썼었는데 명상은 거의 하질 못했다. 그만큼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것일까. 그럴 때일수록 명상을 하며 나의 마음을 살폈어야 했는데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도파민에 빠져들었다. 기도도 자기 전만큼은 잘 해왔었는데 안 하는 날이 부쩍 많아졌었다. 현재는 다시 하고 있는 중이다. 독서도 많이 하지 못했다. 올해 약 6권 정도 읽었다.

 9월부터는 학교 수업도 잘 듣지 않았다. 물론 출석은 거의 다 했지만 공부 의욕이 떨어졌는지 공부를 이전만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학 마지막 시험을 10일 앞두고 있는데 아무것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 예전 글을 읽어보니 물리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그때의 열정이 그립다. 요즘 그 열정을 다시 회복 중이다. 

 2025년 외부적으로 다른 일이 있었다. 대선 혹은 정치적 이슈로부터도 스트레스를 받았기도 했다. 어른들이 더 미워졌다.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와 '정의'가 지금 상황인지 묻고 싶다. 분명 그들도 알 것이다. 그치만 자신의 소신, 신념이라는 망상 아래에서 이 악물고 합리화를 할 뿐이며, 상대가 더 잘못했다고 우겨댈 뿐이다.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는 '솔직함'이 없는 것이다. '인정'도 없고 사기가 판 치는 나라가 되었다. 세상 자체가 점점 딥페이크화 되고 있다.

나름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도 살짝 멀어졌다.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전달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 5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을 명심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친구가 없다... 사실 나는 가족과 여자친구만 있으면 친구는 필요 없는 사람이긴 하다.

 11월 깊은 실망감, 무기력함, 자극 중독에서 벗어날 의지를 다시 찾게 됐다. 큰 일은 아니었지만 이전 삶을 청산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정말 끝이다.

 나는 삶에서 믿는 것이 몇 개없다. 어떠한 것을 확 믿지 않는다. 초반부터 큰 확신과 바람, 선망을 보내지 않는다. 처음엔 푹 빠졌던 일이 이후엔 재미없을 때가 비일비재하고 처음엔 선망하던 존재가 알고 보면 기대와 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빠르게 실패하려면 믿음은 독이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는 것엔 가족과 애인이 있다. 그러한 믿음으로부터 상처를 입고 회복하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9월, 10월, 11월 약 3개월 간 방황을 했다. 돈도 많이 썼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갔다. 정말 흘러가는 대로. 시험공부도 거의 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 중간 해야 할 일들은 해왔다. 과제, 기업 서류, 학회 활동 등등. 아, 학회와 동아리 활동은 총 4개에서 1개로 줄였다. 시간이 여유로웠지만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알차게 쓰지는 못했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투브를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놀거나. 

 돼지 우리와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던 재수 시절,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의무소방 복무 시절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그냥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살아가는 게 더 즐거운 것인가 싶기도 했다.(이제 와서 생각하면 절대 아니다.) 그 정도로 삶의 의지와 목적을 많이 잃었었다. 나의 진로도 미래도 커리어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젠 그러한 삶을 차차 정리하고 다시 새 출발을 할 때인 것 같다. 렌고쿠의 정신도 다시 되새겨 봤다. 자신의 무능함이나 나약함에 무너질지라도 마음을 불태워라. 이 악물고 견뎌내라. 일체유심조의 마음도 회복했다. 편안함에서 벗어나 도전을 할 자신감도 갖게 됐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함도 되새겼다. 

 가장 중요한 죽음의 의미도 되새겼다.

 티스토리에 자주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의 단 2시간이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지 처음 알게 됐다. 약 2년 전 쓴 글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티스토리는 어찌 보면 내 삶의 루틴이자 큰 힘이 되어주는 공간이기에 시간을 내서라도 쓸 것이다!". 이 얘기를 보고 순간적으로 성찰을 많이 했다. 

 '하루는 길고 십 년은 짧다'

 어느 덧 28살을 앞에 두고 있다. 20살부터 약 8년이 지난 것이다. 약 3개월 간의 방황 절정기를 마치고 이제는 방황의 매듭을 지어보려 한다. 12월 한 달간 회복을 한 뒤 연말부터는 근 1년 간의 나의 방황을 거름 삼아 앞으로 더 찬란하게 성장해 보려 한다. 

https://youtu.be/8XDI2kk6qQU?si=43yI0-XQMgD1wIj8

영화 비긴어게인에 나온 나의 최애곡 중 하나다.

Lost St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