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제야 읽기를 마친 책이 있다. (책 한 권 읽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딴 것들을 하느라 읽지 못한 것도 있다. 시험공부, 과제, 학회 과제 등등. 이번에 읽은 책 이름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영어 원제는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다. shallow는 얕은, 피상적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근거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작가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먼저, 나는 이 책의 작가 의견에 99% 동의한다. 1% 정도는 동의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리 중요하진 않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로는 나도 작가가 책에서 말한 부분들에 대해서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지난주 글이랑 살짝 겹치는 감도 없지 않아 있다. 내 글을 쭉 읽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ai, 인터넷 등에 대해 옹호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제는 ai가 나를 깊은 생각을 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전보다 양적인 측면에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1시간에 논문 20페이지를 읽은 것을 약 10분 만에 읽을 수 있도록 요약해 주고 귀찮은 수학문제 계산이나 반복적인 코딩 작업들을 알아서 대신 잘해준다. 우리는 거기서 절약된 시간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이 투자하는 다른 대상이 가족, 연인,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일을 빨리빨리 끝낸 만큼 성취욕이 강한 사람은 일을 더 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고 쉬고 싶은 사람은 ott,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을 늘렸다. 노력 중독 혹은 자극 중독 둘 중 하나로 갈 확률이 높아졌다.
또 이전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잃게 되었다. (이전에도 생각이란 걸 안 하고 삶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좀 더 고민하고 충분한 시간 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과제, 업무도 스스로 생각을 하기 전에 gpt에 물어보고 있다. 또는 구글, 네이버에. 우리 스스로 생각 할 시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바람직하게 잘 사용하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인간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쉽게 행동하지 않는다.
하나의 습관, 성격, 취향, 관념을 바꾸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생각해 봐라. 그에 비해 우리는 자극엔 민감하다. 자극적인 음식, 게임, 프로그램, 영상을 보면 뇌는 그 자극을 잊지 않고 우리가 스트레스르 받을 때 그것들이 생각나게 만든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 더 생각나게 만드는 게 우리 뇌다.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 뇌는 과거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뇌는 이제 디지털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 뇌는 우리의 집중력과 인내력을 파괴시킨다. 책을 읽을 때도 집중해서 읽지 못하게 만들고 긴 호흡을 갖고 하는 업무나 일을 이전처럼 하지 못하게 됐다. 많은 연구에서는 어떤 일을 할 때 휴대폰을 굳이 만지지 않고 시야에 놓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또한 알림, 클릭 중독에 빠져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러한 단점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연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챗 gpt가 나오면서 더더욱 말이다. gpt는 99%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논리적인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ai 얘기하면 꼭 ai도 실수를 하고 환각도 일으키고 완벽하지 않다 하는데, ai 업계에선 그 누구도 이 완벽을 추구하지 않았다. 인간이 ai가 두렵거나 못 미더워 그런 말을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어떠한가? 지금의 ai 챗봇이 가진 오류가 많을까 당신의 뇌가 갖고 있는 편견과 오류가 많을까? ai가 더 많이 실수할까 아니면 인간이 실수를 더 많이 할까.
ai는 교육 측면에서 확실한 도움을 줄 때도 많다. 우리가 모르는 지식, 내용들을 좀 더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말해주며 귀찮은 계산들을 1초 만에 뚝딱 해낸다. 어려운 태스크들도 생각이 많이 필요한 일들도 우리는 시간을 나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바로 챗 gpt에 물어보게 되었다.
대학 석사, 박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들의 논문이 ai가 썼는지 스스로 썼는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gpt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 유용하고 창의적인 논문들이 현재 수도 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미라클이다. 이것들을 보면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글을 타이핑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물리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 체계 자체도 바꾸었다. 책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유명한 철학자 니체가 '타자기'(키보드도 아닌)를 사용하면서 말한 이야기였다. "our writing equipment takes part in the forming of our thoughts" 글 쓰는 방식(장비)이 우리의 글쓰기 스타일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형성의 한 부분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작가처럼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생각에 대한 글들은 몇 년 전부터 나도 수도 없이 썼던 것 같다. 이 능력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도와주는 주된 요소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동물과 다름이 없다. (동물 비하가 아니다.) 우리 인간도 동물이기에 본능적인 욕구나 기본적인 요구에 충실한 편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인지 완벽히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지능'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가 생각할 시간을 멈추고 있다.
명상. 나도 늘 해보고 싶었지만 말로만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명상을 할 시간을 내는 것도 그 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꾸준한 명상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할 나만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ㅠㅠ. 자기 전에 생각하는 것도 명상의 일종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명상은 엄밀히 말해 그것과 다르다. 책상이나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20~30분 정도 명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학자들은 '명상'이 가장 지적이며 정신적으로 좋은 활동이라고 일컫는다. 나도 앞으로 명상을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약 20~30분 정도 아무 생각을 안 하는 또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말이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 뉴스, 커뮤니티, sns, 게임, 유튜브(오락영상), 댓글등을 끊었는데 삶의 질이 좀 올라간 것 같다. 핸드폰에서 자극을 찾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이전에도 이러한 시도를 했었지만 그땐 며칠 혹은 몇 주 하다가 다시 지루해 자극을 찾으러 떠났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충격요법 덕분인가. 앞으로는 명상도 하면 나의 내면과 정신건강을 컨트롤하고 싶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가 싫고 지능을 유지하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글뿐만 아니라 지금의 모든 글들은 인터넷을 통해 작성한 글이다. 이런 수단이 없었으면 과연 나는 나의 생각을 꾸준하게 표현했었을까? 키보드가 나의 생각하는 방식을 조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써 나갈 수밖에 없다. 정녕 다시는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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