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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

물 장난 치는 아이(feat. 어린 왕자)

by Quantum_H 2023. 10. 1.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떤 지 잘 모르지만,,, 3~6살 정도 되는 아이들을 볼 때면 흐뭇하다. 강아지도 귀엽지만 아이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아이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를 때도 높은 소리로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도 너무나도 귀엽다. 뭐가 그렇게 신나고 뭐가 그렇게 슬픈지 궁금하다. 유모차에 타 있는 아이나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그 작은 두 발로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 전부 다 귀엽다. 1~2년 사이 부쩍 아이들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도 어렸을 때 엄청 장난꾸러기면서 '수도꼭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울음이 많았다고 한다. 너무 오랜 전 일이라, 어린 시절 기억들이 거의 없지만 어렸을 적 사진을 보거나 영상들을 보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을 먹었던 건 약 2주 전 여자친구와 '하남스타필드'를 갔을 때였다. 그곳엔 엄마, 아빠와 놀러 온 아이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쇼핑, 식당, 놀이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가족 방문이 많은 곳이었다. 그곳엔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놀던 '짚 라인'과 '방방'등이 있는 놀이방도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얼굴에 웃음 가득한 상태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어렸을 땐 저랬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남스타필드

 여자친구와 '하남스타필드'에 있는 찜질방에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오랜만엔 온 찜질방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 커플들, 할아버지 할머니 등 남녀노소 모여있었다.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낸 뒤 나오던 찰나, 바닥에 아빠와 함께 자고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너무나도 귀여웠다. 아이는 한 2~3살 되어 보였는데 아빠의 팔베개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아빠와 똑같은 자세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여자친구도 너무 귀여워했다. 아무 걱정 없이 아빠의 팔을 베고 자는 아이는 과연 무슨 꿈을 꾸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렇게 여자친구와 나는 각자 목욕탕에서 씻고 오기로 했다. 목욕탕... 정말 오랜만에 가본 곳이었다. 나도 이전에는 할아버지 또는 아빠랑 정말 많이 다녔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말 많이 갔었다. 그 당시엔 목욕을 마치고 할아버지나 아빠가 사주시는 계란과 음료수가 너무나도 맛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바쁘게' 살아야 된다는 사회 기준 아래 살면서부터 거의 가질 못했다. 최근엔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목욕탕을 갈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 온수탕에 몸을 담고 있자 어렸을 때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가봤던 목욕탕의 모습들이 생각났고, 냉탕에 들어가기 힘들어하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또 열탕을 보면서 내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곳에 있었던 할아버지, 아빠가 생각났다.

 과거 회상을 하던 도중 같은 탕엔 어느 아빠와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이는 온탕을 마구 휘젓고 다녔다.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바라보기도 했고 물속의 거품을 계속 보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 얼마 뒤 아빠 쪽으로 가서 팔을 마구 휘저으며 물을 튀기기 시작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를 공격하던 아이의 물은 나에게까지 튀었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좋았다'. 그러한 물 공격을 받은 아이는 아빠의 반격으로 소리를 지르며 내 쪽으로 뛰어 왔다. 아이가 걸려 넘어질까 봐 쫙 피고 있던 나의 다리를 확 접었다. 아이는 아빠의 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다시 아빠 근처에 가서 물을 팍팍 팍팍 튀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빠는 또다시 공격을 하고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망을 갔다. 그 아빠의 공격은 사실 정말 약했지만 아이에겐 그보다 세고 재밌는 공격은 없어 보였다. 아이는 자신의 팔을 온 힘으로 휘젓는 공격을 했지만 아빠는 딱밤을 때리 듯 물을 표면에서 튀기기만 했다. 그러한 아빠의 (봐주는) 공격에도 아닌 부리나케 도망을 다녔다. 어렸을 때 나와 나의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약 1년 전부터 나는 아이들의 위와 같은 '순수함'이 너무 그리웠던 것 같다. 내가 말하는 '순수함'이란 세상 어른들이 바라볼 때 별 거 아닌 일에도 재밌어하고, 슬퍼하고, 떼를 쓰고, 삐지는 그러한 순수함을 포함한다. 성악설이니 하며 아이들도 원래 영악하고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른들보다는 괜찮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의 편안함에 대한 '파급효과'를 '모르고'하지만 어른들은 '알지' 않는가.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 수치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고집 혹은 이기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하는 편이다. 나 또한 그랬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엄마, 아빠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혹은 자기가 해달라는 일을 안 해준다고 우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음을 한 번도 내지 않았던 과거가 있는 사람들에겐 내가 사과를 하겠다. 이처럼 아이들의 순수함은 어느 기준으로도 잘못됐다 말할 수 없다. 

 흔히 우리는 커가면서 '성숙해진다'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간다. 나도 들어왔고 또 나는 '성숙해진다'는 것이 '어른스러워짐'을 의미하기도 해서 더더욱 성숙해지고 싶어 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과연 여기서 말하는 '성숙'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그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비슷한 방향성을 띠고 있다. 흔히 사회적 관계 요소들을 습득한 어른들이 '본인이 성숙해졌다'라고 생각해도 나는 그들이 아직 그 자리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사회 소식 혹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알 것이다. 과연 '성숙한'사람들 혹은 '어른스러운'사람들이 만들어 낸 사회가 지금의 사회라면 그것이 꼭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 혹은 어린이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는 적어도 '희망'과 '순수함'은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희망 그리고 낭만은 버린 지 오래이며 순수함은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는 '같잖은' 신념 아래 살아간다. 오직 현실적이고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성숙한' 사람만을 우러러봐준다.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랑 다를 게 없다. 나는 이러한 어른들 혹은 또래 친구들보다 '아이들'이 더 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이들은 솔직하다. 가면뒤에 숨어 살지 않는다. 겉만 번지르르 치장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본인의 내면과 외면을 '본능적으로' 동시에 움직이려 하지, 모순적이지는 않다.

 우리는 아이들을 정말 많이 아껴줘야 하고 그러한 순수함과 내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가가 총전력을 다해 힘써도 모자라다. 하지만 몇몇 나라는 아니 특히 우리나라는 그러한 순수성이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자리가 없다면 누군가 만들어내거나 본인은 그렇게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미 그들은 그러한 목표를 놓은 지 오래다. 본인의 삶과 본인의 행복만이 중요하다. 기성세대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의견에 대해서 반감은 있지만 부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나의 세대만큼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엘 보더라도 그들도 기성세대와 다 똑같아졌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기성세대를 욕하고 있다. 욕을 할 거면 본인부터 바뀌거나 그러지 않아야 하는데 모순적인 행동을 정말 많이 한다. 그들에겐 그냥 자신만의 행복이 제일 중요해 보인다.

 한 달 반 전쯤인가 여름방학 때 공부하던 곳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었다. 그곳엔 미니 북 형식으로 다양한 세계 유명 문학작품이 놓여있었다. 수십 종류의 책 들 중에 왠지 모르게 '어린 왕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의 표지가 내 마음에 들었던 건지, 바로 구매를 했다. 독서실에 올라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감회가 남달랐다. 내가 늘 혼자만 생각하고 티스토리에 쓰던 나의 생각들이 책 속에 정말 많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한 번은 읽어봤었는데 사실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이나 '여우'와 같은 소재들만 기억이 날 뿐 스토리의 '여운'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꽤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본 어린 왕자는 아예 다른 책처럼 느껴졌다.


 그곳에 여러 스토리와 글귀들이 있는데 내가 감명받게 읽은 부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글을 마칠 예정이다. 내가 잘못해석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한 느낌대로 말해 볼 것이다. 책을 산 뒤로 한번 읽고 '하남스타필드'에 다녀오고 한 번 더 읽었다.

모자  vs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주인공 '나'가 그린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그림에 대해서 세상 어른들은(내 해석: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내 또래 세속적인 친구 포함)은 '모자'라고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그림이 무섭지 않냐고 어른들에게 설명해 주자 어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보아뱀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것보다 지리나 역사, 계산, 문법에 관심을 갖는 게 좋겠구나.' 주인공은 이러한 반응을 듣고 그 어린 나이에 가졌던 '화가'라는 꿈을 접게 된다. 우리나라 혹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사회가 선동하는 분야만이 정답이라 생각하며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다. 무언가 사회적으로 번쩍번쩍한 직업 혹은 활동들을 추구할 뿐 '본인이 무엇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자신을 사회가 우러러봐주길 원하며 그러한 직장 혹은 직업 혹은 지식들만 추구한다. 또 그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겐 그게 전부이며 아이들에게까지 강요한다. 책 속 주인공과 같은 아이들은 '그때' 죽는다.(진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주인공이 느낀 어른들에 관한 이야기에 적극 동감한다.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늘 설명을 해 주어야 하니..." 자신의 그림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지만 거의 모두가 '모자'를 잘 그렸구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던 도 중 주인공은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주인공에게 양을 그려달라던 어린 왕자는 주인공이 다른 그림을 그려주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냐! 그건 아냐! 보아뱀 속의 코끼리는 싫어. 보아뱀은 너무 위험하고 코끼리는 너무 거추장스러워...' 주인공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의 그림을 정확히 '느껴준'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엔 '어린 왕자'같은 친구들이 없다. 가끔 내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 순수하고 이상적이고 네가 하는 말이 맞아. 근데 과연 몇 명이나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식의 답변뿐이며 그들에게 딸려오는 대답은 항상 '현실은 원래 그래'다. 나에겐 본인이 패배자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자들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여러 행성들을 돌아다녔던 이야기를 해주며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다'라고 생각한다. 나랑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내 모습을 보고 사회는 내가 '철이 안 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지금의 내 모습이 철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나는 철이 안 든 상태로 살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철이 든 상태로 70년을 더 사나 그렇게 안 사나 상관이 없다. 어차피 우리는 죽고 그들도 죽는다. 몇 백 억년 우주 역사에 본인의 삶 약 100년이 그렇게도 중요하고 사람들을 평가하는 사람들과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이전의 글들도 포함하여 이러한 글들을 쓰면서 나도 지금의 어른들처럼 타락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정말 많이 힘을 쓰고 있다. '의식적' 노력 없이 이 세상에 몸을 맡기면 다 똑같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세상에서 아무리 가치 있다고 여기고 좋은 것이라 여겨도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그게 유망하고 뜨는 것들이라 본인이 추구하는 것인지 본인이 그러한 것을 직접 원하는지는 정말 다르다. 본인의 손을 가슴과 양심에 놓고 생각해 보면 본인들 스스로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어렸을 때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이번 글을 썼다. 어렸을 적 순수함이 그리운 나지만, 그랬던 시절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곁에 있어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는 어렸을 적 나를 더 그리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나는 그 성장이 꼭 좋은 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순수함을 잃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순수함을 잃는다면 그저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해 있을 뿐이다. 끝으로 어린 왕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하고 글을 끝내겠다. (이전에 쓴 귀멸의 칼날 '렌고쿠'의 발언도 이와 비슷하다.)

여기에 보이는 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