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말 짜증 났던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학생이다 보니 대부분의 일들은 대학교에서 일어난다. 짜증 났던 일도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바로 Z교수님의 수업이다. (특정이 될까 봐 Z로 바꾸었다.)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대부분 정말 똑똑하시고 능력 있는 분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늘 말해왔지만 '훌륭한 연구자'와 '훌륭한 교수'는 너무나도 다르다. 대학은 단지 연구소에 불과한 장소가 아니기에 '훌륭한 교수'의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적극 채용하여 '훌륭한 제자'들을 길러내고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수전공을 하고 있는 물리학과 'Z 교수님'의 수업은 진짜 끔찍하다. 전공 교재로 쓰는 교과서의 모든 내용들을 빠뜨리는 부분을 찾기가 힘들게 읽어주신다. 그리고 관련된 예시나 물리학적 현상들 설명도 교재 그대로 읽어주신다. 화가 난다.
이럴 거면 교수는 왜 있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그냥 학생들이 교재를 읽고 이해하고 모르는 부분은 챗 gpt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공부일 것이다. 심지어 학생이 질문을 하면 교수님은 '왜 그럴까요?' 하고 재질문을 한 뒤 질문을 회피하신다. 질문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교수님을 처음 봤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모른다고 답변을 해주시거나 틀리게라도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라도 계셨다. 이분은 그냥 답변 자체를 싫어하시는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 1주 차 때부터 그러셨다. 그러다 참다 참다 지난주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커뮤니티에 강의평을 작성하였다. 차마 1점은 누를 수 없었다.
중간고사 전에도 진짜 심각했다. 진도 조절을 잘하지 못하셨다. 그러자 중간고사 바로 전 시간에 무슨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진도를 나가기 시작하셨다.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시고 '여러분은 똑똑하니까 다 이해하셨죠?' 하고 넘어가시는 ,,, 이게 대체 무슨 일? 학생들을 가르치시려는 마음이 있으신가 궁금했다.
물론 나에겐 나쁘지 않았지만 시험문제를 거의 다 교과서 문제를 끌어다 오셨다. 그렇다고 나의 솔직한 강의평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A+를 받아서 미화되고 그런 건 나에겐 없다. 이전에도 그래왔다. 성적을 잘 받든 받지 못하든 평가는 최대한 냉정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정말 오랜만에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습을 할 예정이다. 드랍도 할 수 없었던 게 무조건 들어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래서 수업시간에 혼자 자습을 할 예정이다. 심지어 교수님께서 본인 입으로 이 말씀도 하셨다. 수업이 너무 지루하면 문제를 먼저 풀고 있으라고... ㅋㅋㅋㅋㅋ 수업을 그럼 왜 하시는 건지 진짜로 모르겠다.
나의 글이 모든 교수님을 이런 교수님으로 여기는 글이라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당연하게도 이 교수님 한정해서 짜증이 난 것이었다. 어떻게 교수가 됐을까 싶을 정도였다. 본인이 하고 계신 분야에선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실 수 있겠지만 가르치는 능력에선 꼴찌라고 생각한다.
gpt 등 교수님보다 '지적' 측면에서 뛰어난 AI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이러한 교육방식과 본인의 교육 스타일을 괴팍하게 추구해 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교수는 '교敎'의 능력이 정말 중요할 것이다. 학생들이 어느 것을 어려워하고 어느 것을 궁금해하는지 '관심'을 갖고 본인 스스로가 발전을 해 나가며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교사가 될 것인지는 본인 몫이다.
내가 'Z 교수'였다면 스스로가 부끄러웠을 것 같다. 그대로 베끼는 자기 자신이, 학생들의 질문을 두려워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을 것 같다. 자신의 문제점을 개선하려 하기보단 회피하려고 하는 자기 자신을 보면 부끄럽지 않을까. 아니면 정녕 이런 것도 느끼지 못하시는 분이실까.
내가 너무한 사람인가. 기준이 너무 높은 사람인가 싶었다. 나도 못하는 걸 그들에게 바라고 있는 것 아닐까. 사실 이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솔직함'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지금의 내 감정과 나의 실력 혹은 능력에 대해 솔직한 태도로 직면하는 것이 왜 부끄러운가 싶었다. 나도 청소년기부터 성인까지(물론 지금도 가끔은)엔 내가 잘못한 일, 부끄러운 일들을 숨기고 계속 피하려고 했었다. 즉 솔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잘못을 하고 반성을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것은 크나큰 문제다. 그것이 권력을 가진 존재, 즉 교수님의 위치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 자리가 주는 권력과 권위 때문에 제자들 혹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
교수 한 사람의 문제도 있지만 현 대학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연구 실적에 목을 매는 집단이다 보니 '교육'보다는 '연구'에 집중하는 집단인 느낌이 강하다. 이것은 챗 gpt가 말해준 답변이다. gpt도 알고 있는 것을,,,
끝으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 수업을 듣지 않고 자습을 할 예정이다. 교수님의 필기를 노트에 작성했었는데 시험기간 공부를 할 때 한 번도 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공 교재에 그대로 똑같이 쓰여있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나도 화가 나는 일이었다. 지난주엔 일들이 너무 많아 바빴었는데 너무 짜증이 났다. 앞으로의 대학 교육이 지금의 현재,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챙기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세워 '훌륭한 교육자'를 채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어제 학교를 다니며 처음으로 수업 중간에 출튀를 했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이런 경험을 해봤다. 가족들과 야구를 보러 가기 위해 한 것도 있었지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수업이었다면 수업 중간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도 최악인 강의,,, 교수님은 과연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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