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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대학

9주간의 유학생 멘토링 후기

by LePetitPrinceHong 2024. 6. 2.

 이번 학기가 시작된 이후, 학과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여 평소 외국 친구들과 만남을 원했던 나는 지원서를 넣었었다. 2024년이 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 경쟁이 심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운 좋게 받아왔던 성적이 좋았어서 그런지 멘토로 선정되었다. 약 15명 정도 멘토가 되었는데 그중 나를 포함한 2명만 새로운 멘토들이고 나머지 멘토들은 한 번 이상의 멘토링 경험이 있었던 경력자였다. 

 학과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9주 동안 진행됐다. 시험기간 2주를 제외한 나머지 1주일에 하루 이상 한 시간 이상씩 멘티와 만나야 했다. 같이 밥을 먹거나, 공부를 하거나,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거나 등등의 활동을 하며 중국인 유학생 멘티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멘토들이 하는 것이었다. 

 0주 차에 간단한 오티 교육을 받은 뒤 멘티를 1주 차에 처음 만나게 됐다. 솔직한 마음으론 멘티를 처음 만나기 몇 시간 전, 멘토링 프로그램에 신청한 것을 후회했었다. ㅋㅋ 갑자기 엄청난 부담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 나는 외향적인 스타일이 아니고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 하거나 만남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혼자 있을 때 더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성향이었어서 그런지 멘티를 만나기 전부터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굳이, 스스로, 자처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멘티와의 첫 만남은 카페에서 이뤄졌다. 각자 소개를 한 뒤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멘티의 고향, 이 학교를 오게 된 이유, 앞으로의 목표, mbti, 멘토링을 통해 하고 싶은 것들, 평소 좋아하는 음식, 취미 등등 멘티를 잘 알고 있어야 9주 동안의 멘토링 과정이 편할 것 같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 하나 자랑하자면 멘티가 원하는 멘토 스타일에 외향적인 사람을 원한다고 썼었다. 그래서 나도 내가 너무나도 외향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노력했던 나머지 멘티가 나의 mbti의 성향이 i(내향)가 아닌 e(외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i(내향) 수치가 90% 이상인 사람인데...ㅋㅋㅋㅋㅋ

 매 주 멘토링 과정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멘티와 조금씩 더 친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멘티의 표정이 밝아졌고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여기서 멘티에 대한 소개와 그와 했던 이야기들을 쓰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생활이 될 수도 있으니 삼가고 소감만 쓸 예정이다.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1주 차엔 학교 근처 카페에서 수다, 2주 차엔 다른 멘토링 그룹과의 그룹 멘토링, 3주 차엔 홍콩반점에서 한국 중국음식 소개 및 학교 건물 투어, 4주 차엔 마라탕 및 꿔바로우 먹기와 학교 근처 view 스폿 보여주기, 5주 차엔 카페에서 수다, 6주 차엔 일식 텐동집, 7주 차엔 조용한 학교 구내식당 소개, 8주 차엔 일식 초밥 먹기 및 학교 축제 투어 끝으로 9주 차엔 한국 소곱창, 막창 소개 및 멘토링 마무리로 진행하였다.

 길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지 않았던 멘토링 과정이 끝나니 마음이 좀 후련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였다. 매주 멘티와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긴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평소 나는 진짜 친한 친구도 반년에 한 번 볼까 말까다.) 멘티가 한국말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다른 멘토링 그룹들 중 몇몇 그룹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멘티를 만나 번역기로 대화를 자주 한다고 들었었는데 나와 만났던 멘티는 한국말을 정말 잘했다. 6개월 어학당에서 공부를 했다고 했는데 적어도 2년 이상 한국에서 지낸 사람처럼 한국말을 해 정말 놀랐다. 

 이 멘토링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약 1년 전부터 나보다 힘든 사람 혹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의 삶이 많이 변화하였다. 삼반수를 할 때까지, 또 이후에 코로나 시절을 지날 때까지, 이후에 군 생활을 하면서까지도 세상의 힘든(?) 모습에 대한 생각을 하기는커녕 내 삶과 행복만 챙기면서 살아왔다. 그렇다고 이전의 시기들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의 생각들 예를 들어 죽음, 사랑, 인생(삶)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해 온 결과가 작년 여름에 나타났다. 그제야 내가 해야 할 것이 보이고 또 세상에 대한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마 군 생활 시절 책을 읽거나 운동을 꾸준히 했어서 지금의 내가 됐지 않나 싶다. 

멘토링 지원서 중 일부

 중국인 유학생을 처음 대면으로 만나 도움을 주며 9주의 과정을 보내고 난 뒤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뭐 해준 게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멘티에게 큰 집중을 쏟아부을 수는 없었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온 과정을 쓱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았다. 멘티의 성별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 더더욱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하더라도 편하게 할 수 없었고 이 부분에선 멘티 매칭이 살짝 아쉬웠지만 멘티 사람 자체는 정말 좋았다. 

 나도 타국에 하루빨리 나가 생활해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일찌감치 한국에 유학을 온 멘티를 보고 큰 깨달음과 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타국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말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진짜로' 가서 살아본 사람들이다. 누구에겐 중국이란 나라도 좋은 나라지만 어떤 사람에겐 우리나라가 더 좋을 것이다. 한국인 또한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만 또 누구한텐 다른 나라가 살기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어딜 가나 장단점이 있다. 본인이 직접 가서 살아보지 않는 한 '절대' 모른다. 포도가 높은 나무 위에 달려있다고 해서 "저 포도는 분명 시고 맛없을 거야"라고 합리화하는 사람들을 피하자.

 멘티와 '위챗'이라는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채팅 어플을 통해 약속을 잡기도 하고 멘티의 질문을 받아주기도 하였다. 평소 카톡이나 연락을 잘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답장이 늦을 때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해 열심히 도와주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멘티 및 학교에 감사함을 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 멘티가 마지막 날에 선물을 주었다. 정말 놀랐다. 짧지만 한국어로 또박또박 쓴 편지와 귀여운 자석 배지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나도 작게나마 쿠키를 준비하여 선물해 주었지만 내 선물이 너무나도 소박해보일정도로 멘티의 선물이 나에겐 너무나도 큰 선물이었다. 멘토링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멘티가 착한 사람이었어서 더 그랬겠지만) 나의 노력과 희생(?)으로 세상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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