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AI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 힘들어졌다. Chat GPT, Grok, Perplexity, Gemini, Claude 등 많은 AI 챗봇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과제를 할 때 도움을 받고 공부를 할 때도 도움을 받는다. 기존 검색엔진과는 달리 내가 입력한 사항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기에 이런 프로그램들은 나에게 많은 통찰력을 주었다.
그러나, AI의 등장으로 나의 지적인 레벨이 올라갔는지는 의문이다. 무언가를 하더라도 AI가 도움을 줘서 했기에 이것이 온전한 나의 지적 산출물인지 혹은 복사 붙여 넣기에 불과한 행위인지 분간이 어렵다. 복사 붙여 넣기도 뭘 알아야 찾아내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의미가 없는 것인가를 따져 보았을 때는 갑론을박이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지적 능력'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주판과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계산을 빨리하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계산하는 능력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굳이 몇 분씩 에너지를 쏟아 계산을 할 필요가 없고 컴퓨터 혹은 계산기에 입력만 하면 몇 초만에 답을 알려준다. 옛날처럼 빠르게 계산하는 능력은 필요가 없어졌다. 크게 크게 암산하는 능력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에 딱 이 정도의 능력만 갖추면 아주아주 충분하다.
오늘은 크게 AI와 시험제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최근 나의 대학교 4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늘 시험을 볼 때 느끼는 것이지만 (AI 등장 이후로) 기존의 시험 제도에 문제점이 극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시험제도는 정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A+, A, B+ 성적을 내는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비단 지금의 문제만은 아니다. 애초에 대학 수시 전형만 보더라도 이 전형 저 전형 수 없이 많은 전형을 만들어 놓았다. 더 나아가 갖은 편법을 사용하여 혹은 짱구를 굴려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수만 트럭이다.
수시 제도를 통해 들어온 사람과 정시제도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정시 또한 지적 능력을 제대로 테스트하는 시험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점 괴랄해진 수능 문제를 보고 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지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을 할까? 애초에 학생들이 뛰어들고 있는 입시판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 혹은 모래성에 불과한데 이곳에서 각자의 지적인 능력을 따지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흔히들 요즘엔 좋은 대학을 가기가 더 쉬워졌다고 한다. 물론 현재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입시 제도가 바뀌어 더 어려워졌을 수도? 그러나 '인구 감소'는 상위권 대학 진학에 큰 도움이 됐음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수험생이 30만명일 때 상위권 대학에선 1만 명을 뽑았다 가정하자. 그러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20만 명이 되었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들은 아직까지 1만 명을 뽑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대학은 하나의 교육 기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학도 엄연한 사업체이기 때문이다.(그나마 국립대를 제외하면) 무슨 무슨 재단, 협회 등이 대학 사업에 끼어들어가 있고 뽑아놓은 교수나 연구원들도 너무 많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상위권 대학들이 자신의 대학에 뽑는 학생수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대학이 과연 이런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교수들의 월급은, 연구비는, 지금의 대학 건물 및 시설 유지비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복지는 누구의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오히려 상위권 대학에선 뽑는 학생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이 지적으로 똑똑하며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다 떳떳하게 생각하면 그만일까? 20년 전 서울대를 들어간 사람과 현재의 서울대를 들어간 사람들의 경쟁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현재도 어렵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대학은 더 이상 똑똑함, 지적능력을 판단하는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AI가 나온 시점엔 더더욱 말이다. 아직도 상위권 대학에선 AI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아는 척' 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그것들은 제대로 활용하고 그것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들이 너무나도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의 개인적인 사례를 통해 느낀 것들이다. 그냥 현재 자신의 과제 혹은 보고서만 잘 써주면 될 뿐 그래서 성적만 잘 받으면 될 뿐이다. AI의 기술적 원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이 미래에 줄 영향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도 안되어 있고 그러한 미래를 감당한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
나는 극단적으로 'AI를 잘 활용하여 유의미한 산출물을 내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대학생을 뽑는 것이 지금의 대학 제도보단 훨씬 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 또한 기준이 애매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더 터무니없다. '공정'이라는 탈을 쓴 기만자들만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진짜 순수하게 열심히 했던 사람들에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학 시험제도도 아직까지 몇 십 년 전과 똑같다. 몇십 년 전 사용한 교재를 통해 공부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교수였다면 'AI를 활용한 시험'이 무조건 기본 베이스로 깔고 진행했을 것 같다. 기초적인 지식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들을 짧은 시험기간 동안 속성으로 학습하고 암기한 뒤 시험을 보게 되면 이후 2주만 지나도 기억의 80%는 날아간다.
이러한 시험이 '지적' 수준 향상에 진정 도움으로 될까? 그저 현실에 닥친 문제만 급급하게 처리하고 빠르게 암기를 통해 좋은 성적만 받아내면 된다는 '결과주의'를 이끌어내지 않을까?
여기서 무서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다라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스스로는 바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예외는 있다. 조금 자극적으로 써 본 것.) 역시 인간은 자연의 산물이라 그런지 변화를 싫어한다. 기존의 관성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며 늘 하던 대로 늘 먹던 대로 하고 싶어 한다.
자기 전 휴대폰을 보며 자던 사람은 내일도 그럴 것이고 모레도 그럴 것이다. 매일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은 내일도 커피를 마실 것이고 1주일 뒤에도 커피를 마시고 있을 확률이 크다. 이러한 것에서 벗어나려면 '외력' 즉 외부의 추가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추가적인 힘 형성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 힘이 조금이라도 가해지면 약간이라도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시간과 노력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그냥 지금 이대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는 시험 제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정부, 기업, 국회, 군대, 대학, 동사무소 등등 모든 기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누가 뭐라도 바꾸려면 힘과 시간 노력이 들어가고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질타를 받을 때도 있다. 이를 무서워하거나 피하고 싶어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너무나 짙다.
다시 시험제도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금의 시험제도는 10년 전과 거의 유사하다. AI가 등장했지만 교수들은 아직까지도 그것을 활용해 시험 보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내 기준에선 AI를 활용하여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AI가 교수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존재라 그들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일까? ㅋㅋ
살면서 느끼는 게 이상한 부분에서 지적인 우월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똑똑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 본인의 지적인 능력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제 그들은 AI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AI 시대에 진정한 똑똑함은 어떻게든 인류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 학벌, 학위는 이제 의미가 없다. 그것들은 본인이 죽을 때 본인 묘비에만 잘 새겨 놓길 바란다. 지금은 초등학생이라도 중학생이라도 고졸이라도 AI를 활용하여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사람들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정말 한참 멀었다.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해 볼 예정이다. 나도 아직까진 힘이 없어 대학 시험 제도 혹은 입시 제도를 따라왔던 사람이지만 내가 힘을 가졌을 땐 그러지 않을 것이다. 먼 미래를 보고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나의 관성을 이길 수 있는 외력을 길러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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