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영화를 자주 보는 것 같다. 한 달에 2개 이상은 보는 듯? 최근에 본 영화는 '진격의 거인 The Last Attack'이다. 진격의 거인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진격거 시리즈의 종결 편이다. 본 내용은 영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보지 않으시길 추천해 드린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진격의 거인을 접했었다. 그 당시 애니 드라마로 봤었는데 2기까지 봤었다. 나중에는 '벽이 거인으로 이루어져 있대'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진격의 거인을 다시 보지는 않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관심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올해 1월쯤, 한국에 '진격의 거인'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극장판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영화가 3월쯤 개봉한다길래 앞부분 내용들을 전부 본 뒤 영화를 보러 가고 싶었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는 넷플릭스에 진격의 거인 시리즈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너무나 많은 영상들이 공개되어 있었다. 90개가 넘었다........................ WHAT? 이것을 언제 다 보지 라는 걱정이 들었다. 한 시리즈당 20분 정도다. 90X20=1800분 정도. 60분으로 나누면 약 30시간 동안 봐야 하는 것이었다. 하루에 1시간씩만 봐도 한 달이 걸리는...
처음에는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보고 있던 드라마나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도전했다. 1화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고 어렸을 때 기억이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딱 2기까지는 약 25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2월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해서 3월 중순쯤까지 다 봤다.
사실 개봉 예정이었던 '진격의 거인 The Last Attack'은 별다른 내용이 아니고 시리즈에 있는 마지막 시즌 파트 3을 묶어 영화로 낸 것이었다. 그래서 그전까지만 다 보고 마지막 부분은 영화관에서 보면 됐었다. 물론 7~8개 정도의 에피소드 분량이지만. 중간에 지루했던 부분도 있었다. 전반부부터 중반까지는 재밌는데 중반 후반(벽 바깥에서의 다른 사람들 스토리를 장황하게 들려줄 때는 조금 지루했다.) 그러나 그 부분이 지나가고 그 부분에서 알게 된 내용들이 후반부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스토리는 다시 재미있어졌다.
아 진격의 거인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설명하지 않았는데 진격의 거인은 '거인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높은 벽 안에 사는 사람들, 이후엔 그 사람들이 벽 바깥에 나갔을 때의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이 벽은 마치 자신의 한계 혹은 자신의 생활권, 바운더리를 의미하는 느낌으로 나는 느껴졌다.
내가 작성한 여느 영화 리뷰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줄거리나 내용에 대해선 최대한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이 영화 및 시리즈를 보고 느꼈던 점과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1. 아르민이 자주 하던 말
영화 주인공들 중엔 아르민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는 브레인 역할을 맡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결단력이 있거나 대담하거나 통솔력이 있는 흔한 브레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마음속 안에 결핍이 있고 자신에 대한 불신, 트라우마 등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브레인 캐릭터였다. 중간중간 꼭 필요할 때 나타나 의견을 내며 팀원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줬다. 그러던 그가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입에 달고 산 말이 있었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이 말이었다. 나는 이 말에 극히 공감을 했다. 내가 늘 말해왔던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포기'의 미덕 등을 이야기해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이 그렇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을 수는 없다.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무조건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포기'라는 단어를 싫어하지 않는다. '포기'란 그 반작용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갖거나 이루면서 살기는 힘들다. 물론 젊었을 때 피나는 노력을 해서 중장년 혹은 노년엔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젊음'을 희생시킨 것이고 시간도 희생시킨 것이다. 이런 인생의 진리 아니, 자연의 진리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왜 중요한 지 또 그만큼 중요한 것인지 늘 생각하는 것이다. 우연히 혹은 강제적으로 행동을 하는 일들이 있겠지만 그런 일들에 최선을 다하거나 나의 온 힘을 쏟는 것도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살 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 더 중요한 일들에 나의 최선과 시간을 쏟을 예정이다. 다른 것에 까지 쓸 시간과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원치 않은 행동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나는 단팥빵을 만들어 내고 싶지 식빵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식빵을 만드는 경험도 좋지만 단팥빵이라는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나에겐 단팥빵이 더 중요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다른 것을 포기하기가 쉽다.
2. 왜곡된 역사와 기억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기억과 역사 내용은 정말로 '진실' 혹은 '사실'일까? 우리의 생각들은 과연 '자유'로운 생각들일까? 진격의 거인의 메인 주인공 '에렌 예거'는 끝까지 자유를 향해 삶을 살아왔다. 마지막엔 과연 자유로워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이 된다. 과장이 될 때도 과소평가가 될 때도 있다. 기억 왜곡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도 최대한 왜곡을 안 하고 싶지만 가끔은 왜곡을 해서 사람들에게 말할 때도 있다. 안 좋은 습관이다.
이러한 일들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솔직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은 과장을 할 필요도 겸손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 겸손은 사회적 미덕 중 하나라고 꼽히는 데 나는 이러한 것도 결국 솔직하지 못한 것에서 온다고 본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과장'없이 '가감'없이 솔직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솔직한 이야기라고 얘기를 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다. 듣는 사람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편견, 선입견들이 자연스레 작동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겠지만 사실은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누구에겐 그저 자랑하는 이야기, 누구에겐 성공적인 교훈 스토리, 누구에겐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모든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최소화시키는 태도가 '겸손'이다. '겸손'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사회적 이미지를 쌓아갈 수 있다.
다시 왜곡된 역사로 돌아와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초중반까지 진격의 거인 시리즈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0년 전에도 사람이 살았을 텐데 저 거대한 벽을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모르지?', '할아버지 혹은 증조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해줬을 텐데 왜 벽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지?'라는 생각말이다. 그러나 뒤에 가서 알게 됐는데 거인의 능력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거인의 능력 중 '기억 조작'이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와 관련된 기억을 모조리 삭제시킨 것이었다. 사실 모든 사람은 아니었다. 몇몇 가문은 거인의 기억 조작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거인의 힘을 갖고 있는 자들은 그들을 싫어했다. 아 여기서 또 스포일러가 됐는데 거인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이 거인이 된 것임이 나중에 밝혀진다.
우리의 기억이나 역사인식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국가에서 지정한 역사책을 통해 역사를 배우지만 역사책 출판서마다 그 해석과 담겨있는 내용이 다르다. 역사서를 쓸 때는 최대한의 '객관성'을 요구하지만 역사는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누군가의 편견이나 견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외압도 들어갈 수 있고 관련된 투자자들 혹은 출판사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아니면 민족주의적인 정신 국가 전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주입시켜주고 싶은 가치관들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역사책을 믿지 않는다. 모든 역사적 내용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흐름과 줄거리만 이해할 뿐이다. 세세한 내용은 따지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 역사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더라 하지만 나는 이 말의 의미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민족의 고유성 즉, 역사를 잊게 되면 한국 사람이라는 민족성이 사라질 수 있으니 미래가 없다는 말로 이해한다. 역사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잊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우리나라 역사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 전부 사실로 생각하는가? 아무런 왜곡 혹은 편견 없이 쓰인 책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타국을 핍박한 내용, 학살한 내용은 왜 쓰여있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혹은 쓸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우리나라가 피해를 받은 내용 자랑하고 싶은 내용은 끝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쓰여있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조차 정치색이 묻은 발언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 허다하다. 과연 이런 사람들로부터 역사를 배우는 것이 맞을까? 역사책으로 역사를 배우는 것이 맞을까? 더 나아가 역사 자체를 배우는 것이 맞을까? 왜곡된 내용, 과대평가된 내용, 과소평가된 내용, 부끄러운 역사의 삭제, 피해자 코스프레 등등의 역사 내용도 모두가 객관적인 사실인가?
진격의 거인의 주제 중 하나인 '우리 모두는 기억이 조작된 존재다'라는 말이 와닿는 시점이다.
3. 현재 세대에 대한 책임전가 및 억까(억지로 까내림)
위 내용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더 중요한 내용이기에 따로 빼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일본에 대한 격한 반일 감정이나 편견을 갖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말하는 것이면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일본 사람까지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민족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핍박하고 강점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핍박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일본 청년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한 것인가? 그들은 그냥 그곳에 태어난 것이고 (100% 운에 가까운 확률로) 그들이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정해 태어난 것도 부모를 고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들을 욕하는 것인가? 아니 더 나아가 왜 우리나라는 일본을 그렇게 적대적으로 대하는가? 또 언론들은 왜 일본과 대한민국 프레임을 씌운 뒤 한일전에 열광하도록 만드는 것인가?
나는 도무지도무지도무지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또는 우리나라 국민의 이러한 태도 '나치'와 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나치'를 욕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지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이런 태도, 언론의 반응, 시민들의 인식도 '민족주의'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당신이 일본을 싫어하거나 편견이 있거나 한일전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일본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당신이' 입었으면 그럴 수 있다 생각한다. 당신이 살아있을 때 일어난 일 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태어난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 계셨는데 일제 강점기로 인해 죽임을 당하셨거나 극심한 피해를 입으셨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들 때문에 당신이 분노해도 되는 정당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
일본에 대한 역사 인식도 우리는 대한민국으로부터 주입받았다. 사실도 있겠지만 왜곡된 역사가 천지에 널려있다. 그러나 역사책에선 단 '한 줄'도 쓰여있지 않다.(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이러한 민족주의, 피해자 코스프레 역사를 습득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전쟁 중인 북한보다 일본을 더 싫어한다. 북한은 화합에 대상이지만 일본은 절대 화합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우리나라 정부 더 나아가 기득권이나 힘이 있는 사람들은 국민들에게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있는 것이 '더 좋다'. 국민들을 쉽게 이리저리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를 이용하는 혹은 관련된 과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다. 역사 이용은 민중들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다시 한번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일본을 또는 일본 사람들을 싫어할 만한 혐오할 만한 차별할 만한 이유가 '정말' 존재하는가?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 아니면 윗 세대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받은 것 아닐까? 일본 사람들도 우리처럼 그냥 '태어난 것'이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을 왜 싫어하고 그들에게 적대감을 가져야 할까? 우리나라 정부나 언론에서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퍼뜨릴 땐 정말 기가 찰뿐이다.
긴 애니메이션이었지만 그만큼 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에 대해, 우리의 기억에 대해, 앞으로 살아갈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TMI. 에렌을 향한 미카사의 한없는 사랑과 보살핌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I MISS 미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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