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영화

[영화 후기] 컴패니언

by LePetitPrinceHong 2025. 3. 23.

 최근 재밌게 본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컴패니언'이다. 혹시 보실 분들은 나의 글 또는 관련된 영상이나 내용들을 보지 않고 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나는 예고편도 보지 않고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미리 말씀을 드리고 글을 쓰려한다.

 '컴패니언'과 비슷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다. 로봇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로봇은 더욱더 특별한 로봇이다. 'her'와 비슷한 느낌인데 더 사실적이다. 로봇인데 자신의 애인 혹은 더 나아가 부인이 될 수 있는 로봇 이야기다. 특히나 요즘 시대엔 더욱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최근의 로봇 '아틀라스' 영상을 본 사람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전에는 특정 분야에서 반복된 행동만 하는 로봇 또는 인간을 부수적으로 도와주는 로봇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I44_zbEwz_w&ab_channel=BostonDynamics

 

 21세기엔 차원이 다른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의 관절을 흉내 낼뿐더러 보통의 인간이 하긴 힘든 동작도 이 로봇은 해 낸다. 나중에 피부를 입히고 인간의 형상처럼 꾸미고 옷만 입힌다면 '로봇'인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너무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가? 크나큰 착각이다. 2023년 초 'chat gpt'와 같은 챗봇들이 이끈 지금의 상황을 보면 기술 발전은 그 가속도가 가늠이 가질 않는다. 

 영화 이야기로 넘어오면, 남자 주인공은 로봇 업체에서 자신의 연인이 될 로봇을 주문한다. 이 로봇은 겉으로 보기엔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영화에선 인간이 연기를 한다) 인간처럼 먹기도 하고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물론 자세한 특징들은 인간과는 전혀 다르다. 눈물도 순수한 물이며(중간중간 서비스센터에 가서 넣어줘야 한다.) 피부도 인간의 피부와 생물학적으로 다르다. 아마 내장과 같은 장기나 기관들도 거의 기계랑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식 기관은 그대로 본떠 만든 것 같다. 이러한 요소는 현실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성'과 관련된 로봇이 돈이 먼저 될 것이고 이러한 로봇 개발에 힘을 쏟는 기업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로봇과 성관계도 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에게 이러한 로봇의 기능도 로봇 구매 동기 중 하나였다. 

 로봇은 전부 '프로그래밍'화 되어 있었다. 인간과 유사한 컴퓨터인 것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컴퓨터는 이미 현실에 많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쓸 때를 생각해 보자. 원하는 대로 터치를 하고 버튼을 누르며 전화를 걸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보기도하고 알람을 켜기도 하고 벨소리를 바꿀 수도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로봇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대로 성격, 지능, 목소리, 눈 색깔, 머리 색깔 등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마치 우리가 맞춤 양복을 구매하듯 말이다. 스마트워치처럼 핸드폰에서 로봇을 관리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이 "잠에 들어"라 외치면 시스템이 종료된다.

 초기값으로 자해 금지, 살인 금지 등 여러 조항과 코드들을 넣어놨지만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백신이 나오고 더 강한 바이러스가 나타나 듯 남자 주인공은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해 '탈옥'을 한다. 본인이 더 구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되었다.

로봇은 자기가 인간과 똑같다고 느낀다.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도 어렸을 때 기억들 전부가 세세하게 기억나는가? 1살 때 기억은? 2살 때 기억은? 당신도 로봇일 수도 있다. 1~2살 때 프로그래밍 해놓은 대상이 당신이다. 뻥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지다. 여자 로봇 주인공은 남자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려 한다. 남자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 로봇은 그것이 본인 의지라고 생각을 한다. 

 어찌 됐든 영화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로봇 사이의 사랑 + 남자의 욕심 + 로봇의 인간화가 섞이며 진행된다. 영화의 끝에 가선 로봇이 남자를 죽이게 된다.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기능을 넣어놨는데 어떻게 죽였냐고? 영화를 보면 다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시길 바란다.

 나는 만약 이러한 기술이 나온다면 구매해 볼 의향이 있다. 나를 너무 비인간적 부도덕적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로봇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단순하게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내가 인상 깊게 생각했던 점은 남자 주인공과 로봇 여자의 관계가 현실에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커플 혹은 부부는 현실에서 엄청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뜻' 대로 움직이길 바라고 자신의 생각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 번도 연인 혹은 배우자랑 싸우지 않은 사람이나 인간에 대해 짜증을 한 번도 내지 않은 사람만 이 로봇 구매의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도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뜻대로 혹은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이길 바란다. 바라지 않았다면 상대에게 짜증을 낼 일도 화를 낼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없기 때문이다. 본인의 뜻대로 상대가 행동하면 우리는 만족해한다. 또는 어떤 일이 우리 생각대로 이뤄지면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로봇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줄 뿐이다. 우리가 화를 낼 필요도 짜증을 낼 필요도 상처를 줄 일도 없다. 감정싸움을 할 일도 없다. 따져보자면 나는 타인에게 가스라이팅을 하거나 타인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사람보다 로봇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낫다 본다.

 그래도 인간과 로봇은 다르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당신은 당신이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 우리가 만약 전자로 창조된 존재 혹은 (매트릭스에서 처럼) 프로그램된 존재라면 어떡할 것인가. (아무도 아직까진 증명할 수 없지만) 막상 죽었는데 우리의 인생이 알고 보니 게임에서 게임 캐릭터들이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 체험 장비'를 벗고 "와 진짜 사실 같은 삶이었어요"라며 깨어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가? 당신이 이 지구상에 태어난 확률처럼 저 확률도 0은 아니다.  살면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은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확신'을 갖고 사는 것이 우리를 어떤 일을 할 때 큰 힘이 되어줌은 분명하지만 그 '확신'은 반작용으로써 언젠가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통제 욕구가 있다. 그것이 본인에게 편안한 상황을 만들어준다면 더더욱 말이다. 밸런스 게임을 해 보자. 모든 것을 맞춰주는 인간 vs 고집 불통인 인간 중 후자를 택할 사람들은 거의 드물 것이다. 차라리 본인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후자를 택한 사람은 고집 불통인 사람과 관계를 겪어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나는 이 영화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재밌었다. 많은 의미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봇, 인간, 정체성, 연인, 감정, 연인 간 가스라이팅 등 많은 것들에 대해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