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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군대

내 인생 최대의 시련 part 3

by LePetitPrinceHong 2023. 1. 14.

 때는 2021년 5월 5일,,,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솔직히 이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직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주 갔던 미용실 이모가 바리깡으로 길었던 머리를 모조리 잘라주셨다. 엄마가 따라왔었는데 속상해하기도 하시고 웃으시기도 하셨다. 동생은 웃기만했다ㅋㅋ.

아깝네ㅜㅜ

 5월 6일이 입대일이었다. 저녁에 짐을 차곡차곡 챙겼다. 입대하기 2주 전부터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으로 시키기도 하고 마트에 가서 모조리 쓸어왔다. 솔직히 필요할 것 같은 건 모조리 챙겼다 ㅋㅋ 아래 훈련소 갈 때 챙긴 준비물 목록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몸만 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거의 생존 캠핑 수준으로 챙겨갔다... 진짜 캠핑 간다는 마음으로. 그날 밤 잠은 나름 잘 잤다. 대신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싫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다 ㅋㅋ

 아침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가야 해서 터미널엘 잠깐 들렸다. 귀여운 핑크색 옷을 입고 왔다! 눈에 잘 보이는 옷이라 잘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차 안에는 아빠, 엄마, 동생, 여자친구, 나 총 5명이 있었다. 부모님과 동생은 이때 약 2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를 처음 보는 날이었다. (하필 그날이 또 입대일 ㅋㅋㅋㅋ) 나도 어색했지만 그래도 언젠간 마주할 사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말도 많이 했다. 엄마도 여자친구를 편하게 대해 주시고 여자친구도 씩씩하게 있어 다행이었다.


 입대하기 전, 논산 근처로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리 알아봐 둔 한정식 집엘 갔다. 근데,,, 이때부터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 몇 시간 뒤에는 이 사회에 없겠구나'. 그 생각이 드니깐 밥이 진짜 넘어가질 않았다. 맛있는 반찬이 진짜 많이 나왔지만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안 들었다. 이때 먹었던 식사가 내 인생 최악의 식사였다.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식사는 처음이었다. 여자친구도 양이 적어 우리는 반도 못 먹고 다 남겨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너무 아쉽다 ㅜㅠ(근데 다시 가서 먹기는 싫음) 밥을 먹고선 아마 카페를 갔던 것 같다. 카페에서 음료도 마시고 여자친구와 강가에서 산책도 했다. 기분이 진짜 싱숭생숭했다.

다시는 가기 싫은 곳

 입대 시간에 딱 맞춰 논산 육군 훈련소에 도착했다. 주변에 차들이 엄청 많았고 또 사람들도 바글바글 했다. 그 와중에 어느 여자들 무리가 포스터를 들고 서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엑소 변백현 님이 나랑 같은 날 입대를 하는 것이었다. ㅋㅋ(훈련소에서도 실제로 봤다.) ㅋㅋㅋㅋㅋ 진짜 정성이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노력이 진짜 어나더레벨이다. 훈련소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여자친구와 그곳에서 헤어졌다 ㅠㅠㅠㅠ 슬펐던 기억이다. 혼자 터덜터덜 걸어갔고 가족들과 여자친구도 끝까지 배웅을 해주었다.(휴가 때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걸어가다가 다시 가족들 있는 쪽을 볼 기회가 있었어서 여자친구랑 엄마가 손을 흔들었지만 내가 쳐다볼 생각을 안 해 아쉬웠다고 하셨다. 긴장을 했었나...ㅎㅋ)

 코로나 때문인지 이제는 코로나 설문지 작성 및 증상 확인을 하는 공간이 있었다. 그렇게 3시간 정도 그곳에서 대기하다가 인원이 다 모이자 걸어서 우리가 지낼 막사로 이동했다. (중간에 육교를 지나가는데 아직도 변백현 님 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ㅋㅋ) 나는 11명이서 같이 방을 사용했다. 2명은 의경, 1명은 공공보건, 8명은 의방이었다. 한 5시? 까지 핸드폰을 쓸 수 있었어서(몰래 씀) 연락을 하다가 여러 서류를 작성한 뒤 같이 냈다,,,


 나름 실전 체질(?)이라 그런지 막상 들어가니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오히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젠 진짜 아무것도 못하니,,, 오히려 훈련소 가기 전, 6시간이 진짜 지옥 같았다... 그 전날에도 괜찮았고 그 전주에도 괜찮았다. 그런데 당일 입대 직전이 제일 문제였다. 막상 부대 안에 들어오니 그저 그랬다. 유튜브나 티비로만 보던 훈련소 침상을 직접 보니 신기했고 '캠핑 온 거다' 생각하며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우리(의방, 의경, 공공보건, 공익 등)들은 훈련소도 3주(21일)밖에 안 해서 진짜 꿀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2021년부터 바뀌었다.

 훈련소에 있었던 이야기를 간단하게 써보겠다. 입대는 목요일이었다. 입대 당일은 이것저것 작성하고 교육을 받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코로나를 나름 지금보단 신경을 썼을 때라 밥도 급식소에 가서 먹는 게 아니고 생활관 복도로 음식이 쫙 들어서면 각 분대별로 나와 식판에 배식을 해주었다. 식판을 비닐로 싼 상태로 먹었다. (이땐 몰랐다,,, 이렇게 밥을 먹는게 핵 꿀이었다는 걸) 남은 음식은 각각 생활관 별로 통들이 돌아다녀 그곳에 처리했다. 비닐은 그냥 버렸다. 좌식 상태로 먹는게 편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일자로 다 같이 앉아 먹는 것도 아니고 한 명은 복도쪽보고 한명은 관물대 쪽보고 지그재그로 먹게 했다 ㅋㅋ. 입대 당일날 우리는 양치도하고 샤워도 했다.

' 당연한 이야기 아냐?'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우리 때부터 바뀐 거라고 했다 ㅋㅋㅋㅋㅋ 분대장 훈련병 얼굴엔 힘듦이 가득해 보였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입대하기 약 10일 전쯤 뉴스에 군 급식 문제가 터져 나오며, 코로나 상태로 훈련소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의 하소연이 큰 이슈였다. 며칠간 씻지도 못하게 하고(심지어 양치까지) 병사간의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인간대접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명백히 잘못이 있는 거다. 이런 사건이 꽤 심각하게 커지자, 국방부에서 해결하겠다고 하며 사건은 종료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첫날 양치, 첫날 샤워를 했다. 물론 아직 큰 공동 목욕탕은 사용하지 못했고 막사 안에 있는 작은 샤워장을 사용했다. 이것도 생활관 별로 돌아가며 씻어 우리 층만 씻는데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이 3시간 동안 본인이 씻는 시간 빼고는 그냥 자유시간이었다 ㅋㅋ 군대는 다 같이 끝나야 끝나는 문화여서 그런지 정말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나름 잠이 잘 왔다. 나는 이틀만 버티자 라는 마음을 되새기며 버텼다. 이틀뒤엔 이제 남은 기간이 10 일대로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다음 날엔 뭐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코로나 검사를 했나? 그랬을 거다. 아 코로나 때문에 약 21일 중 반 정도 훈련을 안 했다 ㅋㅋ 해도 생활관에서 이론 조금 하고 나머지는 그냥 격리였다,,, 진짜 너무 좋았다. 우리 생활관은 그 주 주말까지 분위기가 싸했다. 서로 어색해하는 게 보였고 표정이 좋지 않아 말을 선뜻 걸기가 어려웠다. 물론 나중에는 엄청 친해졌다. (훈련소 끝나고 갔었던 소방학교에서도 늘 같이 지냈다.) 훈련소 주말엔 터치가 거의 없었다. 밥 먹을 때랑 씻을 때 빼고는 부사관 또는 분대장 훈련병을 보기 힘들었다. 나는 가져온 책을 깨작깨작 읽으며 주말을 보냈다. 아무 훈련도 없고 또 생활관에선 말동무도 없이 그 긴 이틀을 보냈다. 그 시간에 가족, 여자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왕창 썼다. 우표도 나름 많이 가져갔어서 넉넉했다.

 아 그리고 전화도 나는 한 일주일 뒤에 시켜줄 줄 알았는데 토요일이 어버이날이었어서 어버이날 전화를 시켜주었다... 너무 좋았다. 비록 1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들에게도 전화하고 여자친구한테도 전화를 했다. 훈련소에서 목소리를 들으니 또 색달랐다. 근데 또다시 그곳에선 듣고 싶지는 않다,,,

 나는 목, 금, 토, 일 4일간의 훈련소가 기대이상으로 너무 편하고 좋았었다. 내가 너무 기대를 안 하고 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한 점이란 강제로 끌려왔다는 점뿐이었다. 우린 뭐 현역 육군으로 갈 것 도 아니었어서 존버하고 뜨자라는 생각뿐이었다. 심지어 부사관들이랑 분대장훈련병도 우리를 되게 나름 존중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1주 차가 지나고 2주 차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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