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역 후 친구들을 자주 만났었다.)
part 4 마지막 부분부터 이어서 써보면, 많은 소방 훈련병이 쫄아있는 상태로 소방학교 버스에 탔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하겠다. 버스에 타 안내사항 설문지를 썼다. 아 그리고 훈련소에서 버스 탑승하기 1시간 전쯤부터 휴대폰을 나눠줬다 ㅜㅜ 진짜 며칠 만에 만져보는 휴대폰인지 3주 동안 안 만지다 만지니 너무 느낌이 이상했다 ㅋㅋ 내가 쓰던 폰도 아닌 것 같았다. 폰으로 그동안 자유롭게 연락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여자친구랑도 연락을 했다. 이 자유를 빼앗긴 게 너무 분했다. 소방학교까지 가는데 한 30분 정도 걸린다 해서 그동안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관이 5분 뒤에 걷어간다고 했다 ㅋㅋ 진짜 얼탱이가 없었다. 그것도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니 솔직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무슨 다 큰 성인을 참,,, 말을 아끼겠다 ㅎㅎ

부모님과 여자 친구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폰을 제출했다. 소방학교는 공주에 위치했었는데 산골짜기에 있었다. 공기는 좋았다. 경치도 이쁘긴 했다. 숙소 또한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3~4인 1실, 개인 1인 침대에 관물대까지 있었다.
소방학교에서 약 4주간의 과정을 받았다. 1주 차는 이론 2주 차, 3주 차는 실기 4주 차는 시험이었다. 여기서도 시험을? ㅋㅋㅋㅋㅋ 이 시험까지 치면 소방서에 배치받기까지 약 5차례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소방서 배치는 훈련병의 성적으로 배치받는 것이었다. 입대 전 봤던 필기시험 점수+소방학교 실기점수+소방학교 필기점수+소방학교 생활태도 점수로 결정 났다. 나는 입대 전 봤던 소방학교 필기시험에서 총 9개 틀렸었다. 컷이 13개였어서 중간정도에 위치해 있었다.
1등부터 원하는 도, 원하는 지역을 쓰는 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눈치 싸움도 엄청 일어났었고 또 마지막 결과 땐 속이고 속여 이상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내가 썼던 지역은 동기들이 착했어서 그런지 전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여하튼 사기의 발생 원인은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사이에서 고민하던 친구들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는 경남을 가는 게 좋다. 그러나 경남도 넓어서 경남엘 가더라도 먼 곳에 가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교통편이 편한 곳을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성적이 애매한 친구들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하며 자신이 가고 싶은 지역을 어떻게 해서라도 가고 싶어 했다.

나는 솔직히 이제 아무 미련이 없었다. 소방학교 성적이 꼴찌여도 어찌 됐든 소방서 배치는 되기 때문이다. 소방서배치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스트레스받기가 싫었다. 나는 그래서 실기도 대충 준비했고 필기도 공부도 안 했다. 또 생활성적도 깎이면 깎인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ㅋㅋ 입교날 버스에서도 아무 타격이 없던데 그러한 생각 덕분이었다ㅋㅋㅋ
그래서 나는 정말 행복한 소방학교 생활을 보냈다. 이것저것 동기들이랑 놀고 연습할 땐 재밌게 하고 ㅋㅋ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랑 추억도 많이 쌓고 즐거웠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진짜 열심히 했다... 사실 소방학교 성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사전필기시험 성적이 거의 80~90% 정도 들어갔었기 때문이었다. 10개인 친구가 나를 뒤집기 위해선 거의 최고성적을 다 받아야 했다. 그래서 나도 대충 했던 것 같다 ㅋㅋ 나도 엎을 수 없고 역전당한 일도 적으니,,,
소방학교에선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았다. 수업은 확실히 육군에서 받았던 훈련보다 더 체계적이었고 우리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여러 가지 소방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짧게 짧게 해 보겠다.
1. 밥은 육군에 비해 2000배 정도 맛있었던 것 같다. 후식도 가끔 나오고 식단도 풀무원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매우 잘 짜여있었다. 육군에서의 밥을 어떻게 먹었을까,,,
2. 매점도 있었고 피자, 치킨, 햄버거 파는 상점도 있었고 카페도 있었다. 그런데 자유롭게 이용하진 못했다. 뭐 관리 차원인지 뭔지
3. 각 층마다 약 30개 정도 생활관이 있었다. 3~4명씩 한방을 썼다. 여기서 하필 또 생활관 반장을 맡아 4 주내내 생활관 점호를 받았다. 어느 점호하던 날엔 앞방 생활관 반장이 웃긴 행동을 하길래 나도 그쪽 생활관에서 교관이 점호할 때 웃긴 행동을 하다가 창문에 내 모습이 비쳐서 걸렸었다. 그래서 기합을 받았다
4. 매점을 우리 생활관이 전체 생활관 중 첫 번째로 이용했다. 어느 수관 굴리기 미션에서 우리 생활관이 1등을 해서 허가증을 받았다. 진짜 이땐 웃으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매점 가서 아이스크림, 과자, 주스, 커피를 마시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날 이후로는 차차 매점이용이 풀렸다.
5. 피자, 치킨, 햄버거, 카페는 층별로 경기를 해서 이긴 층만 먹을 수 있었다. 한 층은 다른 층이 2,3번씩 시켜 먹을 때 한 번도 못 시켜 먹었어서 결국 나중에는 그 층 몰아주기 식으로 했었던 적도 있다. 원래 규칙상 그 층만 먹을 수 있는데 나는 몰래 훈련소 동기들도 갖다주고 또 친해진 동기들 보고 몰래 내려와서 먹으라고 했다. 한 번은 내가 10만 원어치를 쐈다.
6. 대회의실에 모여 자습 또는 이론 공부할 때가 제일 지루했다. 다만, 끝날 때 아이돌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만 행복했었다^^ 한창 에스파 'next level'이 뜰 때였다. 스테이씨 asap도 있었다.
7. 각 층별로 티비도 있었다. 초반에는 티비 시청을 금지했었는데 1주 차 정도 지난 뒤 티비를 보게 해 주었다. 야구 시즌이었어서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야구를 엄청 봤다. 또 슬의생 2? 인지 했어서 그 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한 층에 모여서 다 같이 보기도 했다.
8. 전화는 훈련소보다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너도나도 다 했었는데 나중에는 비어있을 때가 많았다. 전화도 공평하게 시간을 나눠서 사용했다. 손편지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보냈던 것 같다.
9. 1주 차 때 주말에 축구를 시켜줬다. 오랜만에 하는 축구라 많은 동기들이 참여했다. 나는 다칠까 봐 무서워서 안 했다. 괜히 다치면 나만 개고생,,, 그런데 진짜로 한 명이 다쳤다. 쇄골이 부러져서 중간에 병원 가서 수술을 받고 왔다. 그 친구는 끝까지 깁스를 하고 소방서 배치를 받았다. 아마 실기는 거의 기본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진짜 다치면 나만 손해 ㅜㅜ
10. 6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더웠다. 비도 오고 습한 날도 많았다. 여기서도 식당 갈 때 우의를 입고 갔는데 냄새가 많이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찝찝했다.
11. 아침마다 체조 및 구보를 했다. 구보가 진짜 너무 힘들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체력 고자(이전에 쓴 글에 있는 탈수이야기)였어서 아침마다 뛰는데 너무 힘들었다.
12. 야간에 불침번을 가끔 섰다. 진짜 지루했다. 그냥 방마다 인원체크가 주 업무였다.
마지막 4주 차에는 시험을 보았다. 그동안 배웠던 과목들 중 실기는 호스전개, 매듭묶기, CPR 총 3가지 시험을 봤다.

호스전개는 망했다 ㅋㅋ 연습 때는 꽤 잘했는데 실전에서 호스가 방향을 잃어 감점을 많이 받았다. 매듭묶기는 만점을 받았다. 재밌어서 동기들과 자주 연습을 했었다. 동기들한테도 자세하게 가르쳐줬었다. 대망의 CPR, '애니' 기계를 통해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압박 세기는 너무 세게도 안되고 너무 약하게 해도 안 됐다. 내가 세게 하는지 약하게 하는지 시험을 볼 땐 체크할 방법이 없었다. CPR 시험 단계를 차근차근 진행하다 압박 단계가 왔다. 압박을 열심히 하고 난 뒤 숫자를 체크해 봤다. 결과는 60개 만점 중 2개 성공 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기계 운도 너무 심했고(기계마다 편차가 심하다) 열심히 했는데 최저점보다 4점인가 더 받았다 ㅋㅋㅋㅋㅋㅋ(소방서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할 거지만 실전에선 진짜 더 힘들게 해야 한다.)
소방학교 실기 성적은 진짜 상위 70% 정도 됐던 것 같다. 이제 필기시험을 봤다. 나름 열심히(솔직히 거의 공부 안 했다...) 공부했다. 결과는 기본점수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밤새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불침번을 서면서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내 소방학교 성적은 아마 상위 90% 정도였을 것 같다. 이제 성적이 다 나오고 지역 선택날만 남아있었다. 막상 중요한 날이 찾아오느니 떨렸다.

일단 나는 지역에 관한 고민이 엄청 많았다. 일단 고려사항 1순위는 일이 적은 곳이었다. 거리는 상관없었다. 그냥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개인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성적이 애매했기에 인기 많은 경기도는 쓰지 못했다. 그래서 고향이 있는 도를 써야 하나 생각하던 도중 제주도가 생각났다ㅋㅋ.
비행기 타고 오면 되고 또 휴가도 하루정도 더 주기 때문이었다. 나름 1년 반동안 제주도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제주도를 가진 않았다. 의방은 주 1회 주말외출이 가능했기에 제주도에서 여행도 하고 운전연습도 할까 생각했었다... 행복회로였다. 물론 제주도를 갔다면 그랬을 것 같지만 항상 모든 일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듯이 잃는 것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집 근처에 배치가 됐다. 집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소방서였다. 지나고 보니 정말 편했던 것 같다. 남들은 휴가 나오는 날 또는 복귀날 버스시간이나 교통편 때문에 온전하게 휴가를 쓰지 못하던데, 집에서 15분 거리니 그냥 딱 맞춰갈 수 있었다. 외출 때도 한 10번 정도는 제주도여행도 근사 했겠지만 힘들었을 것 같다. 외출 때도 바로 집에 가서 편히 쉴 수 있었던 게 큰 메리트였다. 하도 자주 외출을 나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군대 간 거 맞냐는 소리를 많이 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진짜 피하고 싶었던 곳이 된 것이다. 내가 복무했던 소방서가 전국 모든 소방서들 중 출동건수가 10등 안에 드는 소방서였던 것이다...
홀리몰리 shit,,,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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