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쓰러진 뒤...

안전요원들의 부축을 받고 앉을 의자도 없어서 돌덩이 위에 털썩 앉아있었다. 속이 너무너무 안 좋았고 머리도 심하게 어지러웠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안전요원 분께 나의 합격 여부를 물어보았다 ㅋㅋ 안전요원분의 표정에선 '진짜 얘도 정상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뒤 다행히 커트라인 안에 들어왔다고 해주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동안의 힘듦과 긴장이 풀어지면서 속이 더 안 좋아졌다. 아마 그 당시 탈수가 왔었는데 그 자리에서 토만 4번을 했다. 도저히 움직일 수도 없었고 계속 쓰러졌다. 엄마랑 동생이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갈 힘이 없었다.

결국엔, 구급대원이 들 것을 가지고 와 거기에 탄 상태로 구급차로 갔다 ㅋㅋㅋㅋㅋ(이땐, 내가 구급차를 타며 일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었다.) 119 구급차로 엄마가 허겁지겁 오신 뒤 나의 상태를 살피고는 많이 속상해하셨다. 병원을 아무래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난생처음으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약 2~3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고 퇴원을 하였다. 여자친구한테는 걱정을 할 까봐 연락을 바로 안 하고 병원을 나온 뒤 연락을 했다. 엄마랑 동생이 엄청 고생을 했다. 엄마는 폭염주의보임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체력시험에 불만이 많으셨다. 아들이 그런 상황에서 힘들어하니 충분히 그럴만하셨다고 생각한다.
어찌어찌해서 체력시험을 어렵게 통과하였다 ㅋㅋ.(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체력으로 1.2km 뛴다면 평균 이상은 아마 할 거다. 이 사건으로 인해 헬스도 현재 2년 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좋아,,,)
그런데 체력 검정을 본 날 이후로 심장 박동이 좀 이상했다. 두근두근두근 뛰는 게 아니고 두근드드근두근드드근 이렇게 뛰었다. 며칠 있으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 증상이 계속 유지되어 결국엔 2차 병원에 가서 심장 검진을 받았다.(돈이 엄청 깨졌다... 심장 쪽 검사가 이리 비싼 건지 처음 알았다.) 검사 결과 약간의 부정맥 증상이 있다고 하였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께선 심각한 건 아니고 미세한 증상이라고 하셨지만 커피도 줄이고 과격한 운동도 최대한 피하라고 하셨다.
진짜 솔직히 너무 짜증 났다 ㄹㅇ. 체력시험 때문에 이리됐으니,,, 네가 선택한 거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애초에 "징병"이 없었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다.

체력 시험 이후에는 필기시험을 봤다. 과목은 국어, 한국사, 일반상식, 소방상식이었다. 국어는 수험생활을 통해 배운 짬으로 봤고 한국사는 인강을 들었지만 많이 틀렸다ㅋㅋ(늘 청동기 시대까지는 마스터다) 일반상식과 소방상식은 그동안의 의방 기출문제를 통해 어느 정도 풀었다. 결과는 커트라인보다 넉넉하게 합격,,, 이제 남은 건 면접이었다.
면접 아마 110여 명 중 100명만이 뽑히는 거였다. 11명 중에 1명만 탈락이었지만 그 1명이 내가 되면 억장 와르르 맨션이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의방 면접 후기"를 많이 찾아봤다. 예상 질문과 대답도 정리해 가며 면접 준비를 하였다.
이 준비과정에서 또 건강 문제가 생겼다. 몇 차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그런지 위가 쓰리기 시작했다. 뭔가 신경이 딱 집중되면 위가 아프다...(이 증상은 아직까지 그런다. 병원에 가봤지만 계속 아픈 게 아니고 신경 쓰일 때만 그런 거라 스트레스 조절이 답이라고 했다.) 진짜 또 너무 짜증 났다 ㅋㅋ.

면접 당일 엄청 추웠다. 첫 번째 문제는 애국가 3절 가사를 말하라고 했는데 막상 노래가 아닌 가사를 생각하려니 갑자기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혹시 노래로 불러도 되냐고 양해를 구한 뒤 3절을 우렁차게 노래로 불렀다 ㅋㅋㅋㅋ 두 번째 문제는 무슨 스프링클러 종류 관련 질문이었는데 솔직히 몰라서 모른다고 했다 ㅋㅋ 또 화재 3요소를 말해보라고 했는데 이것도 기억이 안 나서 2개만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동물로 비유하라는 질문이었는데 치타(?)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달릴 땐 확실하고 빠르게 달리고 쉴 땐 쉰다고 했던 것 같다 ㅋㅋ
솔직히 합격 확신이 없었다. 소방상식 질문을 두 개나 절었어서,,, 하지만 앞으로의 시험은 없었기에 마음만은 홀가분했다.
시험 결과 발표날 두근두근하며 조회를 했다. 결과는 합격! 너무 좋았다. 아직 입대도 안 했지만 큰 짐을 덜은 느낌이었다 후후 이제 몇 달 뒤 입대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 속에 살아왔던 내가 너무 불쌍하고 대견했다...

지금까지 의무소방 합격과정까지의 일이다. 읽는데 조금이라도 재미가 있었나 모르겠다 ㅎㅎ
다음 이야긴 훈련소 입교날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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