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을 보러 한양대학교로 향했다. 홈리스 월드컵이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을 약 한 달 전 인터넷 홍보 내용을 보고 알게 됐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시간이 애매한 것 같아 잠시 보류를 해 둔 상태였다. 운이 좋게도 갈 시간이 생겼고 대회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 '홈리스 월드컵'에 내가 관심이 생긴 것은 약 1년 전이다. 우연히 본 영화 '드림'을 통해 홈리스 월드컵을 알게 됐고 가장 중요한 '빅이슈'까지 알게 됐다. 1년 전 8월부터 최근까지도 빅이슈를 매달 샀던 이유도 그 영화 덕분이었다. 빅이슈 구매에 대한 고민이 생길 무렵 홈리스 월드컵이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을 듣고 꼭 가고 싶었다.
빅이슈 구매에 고민이 생긴 이유는 '읽을 정보의 홍수' 문제 때문이었다. 학교 공부도 하고 복수전공도 하면서 읽어야 할 '글자'들이 너무 많아졌다. 전공책은 물론 수업 내용 등등 심지어 가끔 책까지 읽는데 활자 중독이 된 것처럼 약간의 노이로제가 걸릴 뻔했다. 활자도 내가 지금 잘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눈으로만 훑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 매달 1권의 빅이슈를 읽는 것조차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90% 이상 읽어왔다. 빅이슈를 사는 것에만 의의를 둔다면 한결 부담이 줄어들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이 있기에 앞으로 계속해서 빅이슈를 사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양대학교에서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을 여자친구와 구경하러 갔다.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 관계자 혹은 선수들이었다. 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기보단 주변 장터나 푸드트럭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다. 체험 부스를 간단히 둘러본 뒤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생각보다 놀랐던 점은 선수들이 경기에 꽤 '진지'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전까지는 단순 행사 혹은 캠페인 같은 것으로만 생각하여 다 같이 즐기는 느낌이 강한 행사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골을 넣어 승리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고 치열하게 싸웠(?)다. 여자 선수들과 남자 선수들 둘 다 있었는데 여자 선수들 쪽이 오히려 더 치열했던 것 같다. 피지컬도 장난 아니었다. 싸우면 질 듯...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걸어가던 중 그 경기장 내에서도 빅이슈를 팔고 계신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빅이슈에 큰 변화가 생겼다. 빅이슈를 딱 7월 초까지 샀었는데 7월 호부터 월간지로 바뀐 것이었다. 책도 더 커졌고 내용도 많아졌으며 가격도 올랐다. 원래는 7000원이었는데 12000원으로... 물론 월 2회에서 월 1회로 바뀌어 그런 것이기도 했다. 나는 살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찰나 여자친구가 하나 사서 같이 보자고 했다. 여자친구는 이전 빅이슈가 더 좋다고 하였으며 나는 그 책을 받아온 뒤 책꽂이에 꽂아둔 상태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월드컵에 방문한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 때문인지 나의 마음도 한결 즐거워졌다. 집이 있든 없든 그 순간만큼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며 나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이 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티스토리에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마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과 별반 다름없음을 느끼는 순간 나 스스로가 순수한 목적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방문하여 이와 관련된 글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보려 한다.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꽤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황금과 같을 수 있는 주말 시간에 굳이 이곳엘 방문하여 모든 감각을 활용하여 느낀 그곳의 분위기는 나의 삶을 조금 더 꽉 채워주었다. 내면적으로 말이다. 요즘엔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시기인데 이러한 경험이 나를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동기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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