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 이유로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을 지구라고 이름 지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는 지구가 아닐 수도 있다. 퍼렁별, 구동동, a715-z 행성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 하나의 물질일 수도 있다.
인간이 지구상 다른 존재보다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이 지구가 유일한 행성이 아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는 이론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밖을 벗어나 다른 행성 혹은 우주를 떠다니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생물들은 지구 밖으로 스스로 나갈 수 없다. 새들마저도 지구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할 수 있다.
비록 우리 모두는 우주비행사는 아니지만, 우리는 우주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태양을 보며 혹은 밤하늘의 별들이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주를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지금의 세대뿐만 아니라, 몇 천년 전 이 지구상에 살던 사람들도 했던 행동들이다. 이러한 관찰이 지금의 현대기술을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유튜브도 잘 되어있어 우주에 관한 이야기 혹은 별,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한 영상들을 볼 때면 너무나도 신기하다. 우리가 어떻게 그 넓은 우주 공간 속 지금 이 자리에 이곳에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감히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그 이유가 어떻든간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의 시각이 더 넓어진다. 우주엔 지구뿐만 아니라 더 많은 행성, 항성들이 있으며 그 수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인간이 만들어 낸 수 체계로는 이해하기 힘든 정도의 정보가 들어있을 것이다. 1천만은 뭔가 느낌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1경이라는 숫자만 해도 체감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우주엔 1경은 무슨 그 보다 훨씬 많은 별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이런 과학적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우주를 상상할 때 혹은 우주와 관련된 영상, 책을 볼 때 느끼는 점을 주저리주저리 쓰고 싶어 쓰고 있는 것이다.
우선 나는 우주에 대해 생각을 할 때면 약간의 허무함에 빠진다. 이 세상이 보잘것없어 보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내가 목표한 일들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누군가와 트러블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할 때는 더더욱 말이다. 이 예시들의 공통된 부분은 모든 힘듦을 겪을 때 더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허무함도 포함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행복할 때도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재밌는 영화를 볼 때도 연애를 할 때도 과연 이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허무주의 빠지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허무함을 느껴야지만 '덜어냄'이라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
허무하니깐 많은 것을 덜어낼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버릴 수 있다. 마치 "너 전쟁이 터졌을 때 집에서 가져갈 3가지 물건만 골라봐"라고 말할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3가지 빼고 나머지는 버려야 하며 그 3가지는 본인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일 것이다. 나는 우주를 생각할 땐 자연스럽게 허무함을 느낌과 동시에 '덜어냄'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중요한 것들도 큰 맥락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덜어냄으로써 더 풍족함을 느끼고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허무함을 느끼면서 또 이 세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허무하니까 많은 것들이 소중해 보인다. 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보는 식당 간판, 자동차, 유모차, 강아지, 아기 등 많은 것들이 소중한 존재로 보인다. 거기서 인간의 위대함을 엿볼 수가 있다. 물론 이러한 아름다움을 보면서 지나다닐 때 예의 없는 사람, 무개념 사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면 약간의 불쾌함도 생겨나지만 이러한 것들마저 품을 수 있는 소중함을 언제 간 느껴보고 싶다.
많은 것이 부질 없어지면서 성공, 명예, 돈과 같은 목적에 있어서 큰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성공의 정의는 무엇이며 과연 성공이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나도 일론 머스크를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누군가에게 그는 필요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간단한 끼니조차 먹지 못하는 아이들 입장에선 유명한 검사, 변호사, 금융계 큰손보다 그들을 도와주는 자선단체 사람들이 더 위대해 보이고 그들이 성공한 사람이며 그들의 명예를 더 높게 쳐줄 것이다. 명예뿐 아니라 돈은? 곧 죽어버릴 사람들이 80억 명이나 있는 지구상에서 그러한 것들이 정말 본인에게 가장 중요할까? 본인이 믿는 대로 세상은 보인다.
우주를 상상할 때면 우주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지 혹은 과연 생물들이 살기나 할지 궁금하다. 이러한 고민들은 사실상 우리의 삶에서 생각을 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나는 인간이라면 현재는 가능하지 않은 것들 더 나아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상상을 하는 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동물들도 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저런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라는 것) 인간은 덧없는 존재다. 더 많은 것을 갖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큰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나중에 이 세상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단 한 개도 없다.
상상이라도 해가며 지내는 것이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마약보다 상상이 더 무섭다. 마약은 마약을 정말로 하는 순간 그 쾌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더 양을 늘리지 않는 한) 하지만 상상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상상이 현실에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우리를 편리하게 해 주거나 유용한 물건들 대부분은 상상으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자동차, 스마트폰, 냉장고, 컴퓨터, 세탁기, 건조기 등등 말이다. 상상이 없으면 인류는 없다.
우리가 우주를 상상할 때 더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주는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며 미지의 공간이다. 자동차는 너무나도 익숙하며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존재다. 화성에 가는데 약 5시간만 걸렸더라도 인간 대부분은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듯 쉽게 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빨리 가까운 화성에 도달할 수도 없고 지금의 능력으로선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그곳을 향한 인류에 염원이 담기기 시작한다.
우리는 별까지의 거리를 광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표현하는데 1광년이면 빛의 속도로 1년을 간다는 것이다. 빛은 1초에 30만 km를 갈 수 있다. 이것 또한 관련된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체감하기 힘들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빛은 1초 동안 지구를 약 7바퀴나 돌 수 있다. 1초에 말이다.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나 도는데 이 속도로 1년을 간다 생각하면 그 거리는 감히 인간이 살아생전 로켓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다. 그 거리를 인식하는 순간 허무함도 동시에 찾아온다. 우리가 도달하기 힘든 곳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허무함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허무함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곳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주로부터 얻는 허무함은 우리르 더 풍족하게 만들어준다. 지금의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구분시켜 주며 그것은 나를 이끌어준다. 이것이 내가 우주에 대한 상상을 즐겨하는 이유다. 현재 읽고 있는 코스모스를 얼른 다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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