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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시계 구입

by LePetitPrinceHong 2024. 9. 14.

 최근 시계를 구입하였다. 갑자기 시계? 그렇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소비를 했다. 지난 유럽 여행을 갔을 당시, 면세점에서 아버지께 시계를 하나 선물해 드렸다. 엄마와 동생과 내가 돈을 모아 아빠의 근속 기념 선물을 드린 것. 아빠는 원래 시계를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가 시계를 사시는 것을 보고 나도 갑자기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때 종종 시계를 선물 받았었다. 대부분 아빠께서 선물해 주신 것이었다. 그 당시엔 몇 번 차고 다녔었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또 성인이 된 이후로는 손목에 뭘 차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 의무소방 복무 당시 무료 사은품으로 받은 '갤럭시 핏 2'를 몇 달 정도 찼긴 했었네.)

구매했던 애플워치 SE2

 아날로그 시계나 디지털시계를 내 돈을 주고 사 본 적은 단 한 번 도 없었다. 지난 학기 중간에 처음으로 스마트워치인 애플 워치를 구매했었다. 당근 마켓에서 중고로 싸게 얻어왔다. 정가를 주고 사기엔 너무 비쌌고 또 내가 애플 워치를 계속 차고 다닐 지도 미지수였다. 초기에 조금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 뒤, 그것이 본인에게 잘 맞거나 자주 사용하게 될 때 비싸고 성능이 좋은 물건을 사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헤드셋을 샀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축구화를 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물건을 사더라도 처음에 제대로 된 물건을 사고 싶다. 그게 값이 비싸도... 헤드셋을 예로 들어보겠다. 작년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괜찮은 제품을 찾아보던 중 BOSE와 SONY 회사에서 나온 헤드셋이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가격은 무려 40만 원 정도였다... 몇 주정도를 고민한 뒤 결국 구매하기로 했다. '원모어'라는 회사에서 나온 소노플로우 라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가격은 8만원. BOSE나 SONY 제품보다는 상당히 싼 제품이었지만 그래도 8만 원은 비싼 돈이었다. 이후 헤드셋을 계속 사용하게 됐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가끔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강의를 들을 때 쓰긴하는데 한 달에 한두 번 쓸까 말 까다. 결과론일 수도 있겠지만 40만 원짜리를 샀다면 처치 곤란이었을 것이다. 

가격이 올랐넹

 애플워치도 마찬가지였다. 새제품 혹은 더 성능이 좋은 애플워치를 살까 했었는데 내가 스마트워치를 잘 차고 다닐지 또는 잘 활용할지 의문이었어서 중고 마켓을 활용했던 것이다. 애플워치 SE2를 구매했었는데 산 지 3주 만에 재 당근행 즉, 다시 중고 마켓에 팔았다. ㅋㅋ 막상 써 보니 편하기는 한데 평소 휴대폰 알림도 꺼두고 잘 확인도 하지 않아 차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사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제일 불편했던 점은 애플워치의 배터리 충전이었다.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 밴드와 달리 자주 충전을 해줘야 한다. 하루가 지나면 배터리의 반 이상이 사용되어 충전 안 하고 이틀 정도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충전이 의외로 귀찮다. 여하튼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애플워치를 사용해 보고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의 상황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인 '빠르게 실패하기'에서 나온 매커니즘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생 전체를 '빠르게 실패'하기 위해 살아야 손해 혹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히 혹은 좋은 제품을 사기보단, 저렴하거나 가성비가 있는 제품을 하나 사 본 뒤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지 혹은 본인에게 정말 유용한 물건인지를 판단한 후 더 좋은 제품을 사도 늦지 않다. 이중 지출을 유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을 훨씬 줄여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소비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그 당시에만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읽어보시길!

 이제 다시 최근에 구매한 시계 얘기로 넘어가보겠다. 우선 시계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첫째, '그냥 사고 싶어서'였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괜찮은 시계를 찾아봤고 돌아오고 나서도 시계 탐색을 했었다. 그러면서 아날로그 시계의 역사, 쿼츠 시계의 역사, 일본 시계가 유명한 이유, 유럽 시장에선 더 이상 쿼츠 시계 생산을 하지 않는 이유, 비싼 시계 브랜드 등등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시계에 대한 관심이 팍 줄었다.

 시계를 구매하기 전 나는 내 나름대로의 시계 선택 기준이 있었다. 첫째, 현존하는 스마트 워치 중 내가 사려던(예를 들어, 42mm 이상 스마트 워치) 애플 워치 가격보다 비싸서는 안 됐다. ㅋㅋㅋㅋㅋ 이상한 기준일 수도 있는데 아싸리 스마트 워치보다 비싼 100만원이 넘는 시계를 사거나 아니면 스마트 워치보다 싼 시계를 사려고 했다. 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격 대비 유용성 측면에서 애매모호한 가격대는 스마트워치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애플워치 최 상위 버전이 120만 원에 육박하여 100만 원이 넘는 시계를 사도 제한이 있었을 것이긴 하다. 둘째, 시계에 너무나 큰 돈은 절대 쓰고 싶지 않았다. 시계에 대한 애착이 지난 26년간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라 그런지 시계에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당시 '사고 싶은 욕망' 하나 때문에 큰 지출을 하기 싫었다.

 그 결과 나는 일본의 유명한 시계 회사 3곳에서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의 이름은 카시오, 세이코, 시티즌이다. 이 3 시계 브랜드 때문에 유럽 시계 브랜드 중 다수의 브랜드가 부도가 났으며 시계 혁명에 있어 엄청난 역사를 갖고 있는 브랜드들이었다. 과거 시계는 오토매틱 시계가 대다수였어서 기술력에 있어 유럽이 꽉 잡고 있었다. 특히 스위스 쪽에서. 하지만 세이코, 시티즌 같은 브랜드들이 '쿼츠' 기술을 사용한 정확도 높은 시계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스위스 시계 시장엔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시계가 비싼 이유도 오토매틱 시계의 영향이 컸었다. 어떻게 하면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하여 엄청난 고도의 기술력을 사용해 만든 시계들이 그 당시의 시계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손목시계 가격이 비쌌고 그 결과 부자들만 구매하여 차고 다닐 수 있었다. 그 작은 손목시계에 엄청난 기술과 고도의 장인 정신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나도 그 매력에 살짝 빠져들 뻔했다. 

 시계 가격이 일반층 시민들은 살 수 없을 정도로 높았었는데 그것을 깨부순 회사들 중 가장 유명한 회사 3개가 바로 카시오, 세이코, 시티즌이었다. 시티즌의 회사 설립 철학이 " 시계는 더이상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라도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인 것을 보면 그들의 의지를 알 수 있다.

카시오 수능시계

 지금은 위 시계 브랜드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이전보단 저렴한 가격에 시계를 구매할 수 있다. 카시오 시계는 세이코와 시티즌 시계랑은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카시오도 엄청난 브랜드 중 하나다. 우선 치킨 한 마리를 안 사 먹으면 시계 한 개가 생길 정도다.(물론 비싼 가격 대도 수도 없이 많다.) 우리나라 대표 수능 시계로도 카시오가 사용되고 군대를 가는 남자들의 시계 중 대다수는 카시오 제품이다. 심지어 px에서도 카시오 시계를 판매한다. 이처럼 카시오 덕분에 더더 저렴한 가격으로 초등학생도 부담없이 정확도가 높은 시계를 착용할 수 있게 됐다.

 난 현재 2종류의 시계를 갖고 있으면 만족도가 5000%라 앞으로는 시계에 관심 갖는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돈도 없고. 막상 구입하고 몇 주 차고 다녀보니 비싼 시계들의 욕망이 다 무너졌다. 엄청난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화는 존경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시계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들이 많았다. 그나마 카시오, 세이코, 시티즌 정도선. 카시오 세이코 시티즌이 단순 싼 브랜드라고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1만 원짜리 시계도 만드는 카시오에서는 몇십만 원 시계도 정말 많이 있다. 카시오 브랜드 내속해있는 지샥은 600~800만 원 시계도 많다. 시티즌이나 세이코도 마찬가지다 몇 십만원에서부터 몇 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1000만원 ㄷㄷ

 내가 구입한 시계를 소개해 보겠다. 첫번째는 시티즌 브랜드의 '시티즌 문페이즈 에코드라이브(AP1055-87L)'이다. 지금봐도 정말 영롱하다. 맨 처음 나는 이 시계의 블랙 색상이 아닌 은색을 사려했었다. 그러나 동생이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인다 해서 몇 만 원을 더 주고 블랙 색상으로 구입하였다. 지금은 완전 만만족. 이 시계를 고른 이유는 언젠가 '문페이즈' 시계를 사고 싶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라는 유명 브랜드에서 문페이즈 시계를 처음 봤었다. 정말 이뻤다. 하지만 가격은 이쁘지 않았다. ㅋㅋ 최근에 안 사실인데 돈을 왕찬 번 '시티즌'이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인수한 것이었다. 앞으로 '시티즌X프레드릭 콘스탄트' 시계가 나올 수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시계 판 아래쪽에 달의 모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날짜에 맞게 자동으로 달 모양이 돌아가면서 변한다. 하늘의 달과 시계의 달 모양이 똑같다. 문페이즈 시계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 이뻐서였다. 나는 시계를 포함하여 모든 제품을 살 때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아니면 살 마음이 사라진다. 아무리 비싼 차를 준다 해도 디자인이 구리면 별로다. (그 차를 안 받는다는 얘기가 아니고 받자마자 팔고 이쁜 차를 살 듯^^)

 시계의 인덱스 즉, 숫자 표시가 로마 숫자로 표현되어있는게 너무나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로마 숫자가 디자인 측면에선 아라비아 숫자보단 몇 천배는 이쁘다고 생각한다. 청판 다이얼, 청색의 판까지 너무나도 완벽한 시계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파란색이다 보니 다른 색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바로 파란색을 선택하였다. 매번 조정해줘야 하는 아날로그시계가 아닌 쿼츠 시계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현재 차고 다닐 때마다 심리적 만족감은 최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꽤 가격이 있는 시계다보니 조심스레 차는 것이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애지중지 사용해야지...

다양한 카시오 시계 종류

 그러면서 휘뚜루마뚜루 착용할 수 있는 전투 시계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튼튼하고 평생 쓸 만하고 아무래도 오차가 어느 정도 있는 아날로그시계보단 디지털시계였다.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눈에 들어온 제품은 카시오 사 안에 있는 지샥 라인업이었다. 지샥의 역사도 정말 웃기다. [ 지샥의 역사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의외로 업무에 쫓긴 한 신입 연구원의 한 줄짜리 기획서가 시발점이 됐다. 당시 카시오의 연구원들은 매달 신제품 기획서를 1부씩 내야 했는데, 시계에 큰 관심은 없지만 어쩌다 보니 카시오에 입사한 이베 키쿠오가 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기획서(이미지나 데이터 란은 전부 백지로 제출했다고 한다)가 윗선을 통과한 것이다.(출처:한경 MONEY)] ㅋㅋㅋ 그냥 올린 기획서가 통과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튼튼한 미친 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러 지샥 제품 중 내가 구매한 제품은 흔히 빨테(빨간색 테가 둘러져있어서)라고 불리는 '지샥 gw-m5610u' 제품이다. 11번가에서 특가로 나름 싸게 얻어왔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위 시티즌 시계와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딱 봐도 튼튼해 보이지 않는가! 우선 디자인이 너무 콤팩트해서 이쁘다. 디자인과 실용성, 가성비 측면에선 1등이다. 스퀘어 형태의 시계가 괜찮다면 단연 추천하는 시계다.

 이 시계를 산 뒤로 위 시티즌 시계를 괜히 샀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안샀으면 후회하고 시계에 대한 더 큰 미련이 남아있을 것 같아 합리화를 빠르게 했다. 내가 산 지샥 시계는 정말 완벽했다. 방수는 물론이고 가벼운 무게, 날짜, 요일, 스톱워치, 알람, 타이머, 세계 시간 등등 없는 기능을 찾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이 시계는 10만 원 정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롤렉스도 명품계에선...

 이렇게 간단한 나의 스토리와 시계에 대한 내용을 써 봤다. 흔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엔 시계 계급도라는 게 있다. 계급 매기는 것을 왤캐 좋아하는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롤렉스' 하면 우와 대박 또는 허세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요한 건 롤렉스 정도면 고급 시계 브랜드 중에선 애기 수준이다. 여하튼 시계에 대한 그런 인식들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 누가 무슨 시계를 차든 혹은 내가 무슨 시계를 차든 그냥 남 시선 혹은 평가를 생각하기보단 본인이 만족하는 시계를 차면 그게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오메가, 롤렉스와 같은 몇 백에서 몇 천만원짜리 시계를 차도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가야지 저 사람에 대한 평가가 시계로부터 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옷도 마찬가지다. 명품을 입었다고 그 사람이 명품인가? 이건 다른 문제다. 또 본인이 어떤 시계나 옷, 차등을 살 때 본인이 만족하는 것을 사야지 '누가 이게 낫다더라', '그 돈을 왜 거기다 써?', '그 돈이면 다른 거 사겠다'와 같은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결국 사람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생각이 형성되고 태도가 나타난다. 본인이 남을 외적인 옷, 차, 물건들로 평가하는 사람이면 본인도 언젠가 그런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고 본인도 그러한 시선들로부터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본인을 돌아볼 때 비로소 본인이 원하는 것이 보인다.

 시계에 괜한 돈을 쓴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이 아날로그적 문화에 큰 매력을 느꼈다. '스마트'라는 키워드가 세상 어디에나 붙는 시대에 작은 아날로그적 소품 하나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행복을 준다면 그걸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다른 시계를 더 살 지 안 살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살 마음이 전혀없다. 시계가 고장 나면 똑같은 지샥 시계로 하나 더 살수도! 아니면 그랜드 세이코를... K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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