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시험이라는 제도는 정말 무섭다. 우리는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시험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 문화에 '당연하게' 참가한다. 시험기간이 되면 많은 대학생들은 예민해지고 이전까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마저 열심히 사는 척을 한다. "시험기간 때라도 하는 게 어디야"라고 말을 할 수가 있을 텐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 시험기간 때 학습한 내용이 기억이 남는다고 할지라도 단기간에 습득한 내용은 단기간에 날아가버리는 것도 맞는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단기에만 더 효율적인 공부를 했을 것 아니겠는가. 90% 이상 날아가는 공부를 하고 받은 학점에 우리는 당당해질 수 있을까? 작년에 본 시험지를 그대로 준다면 당신은 지금 그때와 같은 혹은 반 이상이라도 맞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저번 학기 배운 내용들 마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이러한 교육 및 시험 문화를 정말 예전부터 싫어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재수를 끝낸 뒤부터 느낀 것들이다. 우리는 과도한 경쟁에 뇌가 절여져 있고 어떻게든 내 주변 혹은 남들보다 아주 약간, 정말 많이도 아니고 정말 약간만이라도 앞서 있길 원한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학자들의 말이 전부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를 분석한 그리고 살아본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경쟁과 비교 문화를 이야기할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둘 중 하나로 나뉠 확률이 높다.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을 부정하며 본인은 경쟁하지 않고도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거나 경쟁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
오늘은 이와 관련된 좋은 영상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전 글들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던 인플루언서다. 바로 '조승연' 작가 님이다. 아마 이 분 유튜브를 구독자가 20만 명도 채 되지 않았던 때 구독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가끔 쉴 때면 유튜브에 들어가 '조승연의 탐구생활' 채널 영상을 찾아본다. 지금은 구독자가 무려 174만 명이다.
이 영상은 조승연 작가님과 전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하셨던 김용 총재님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영상이다. 김용 총재님은 2009년 3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이비리그의 총장에 선출되신 분이다. 이 영상의 주된 내용은 미국 대학 시스템과 한국 대학 시스템 간의 비교에 관한 내용이다. 앞으로 부분적으로 이 영상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긴 하겠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들으시길 바란다.
몇몇 평론가들은 미국이 지금처럼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가 군사무기보다 대학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미국의 대학 시스템은 우리나라와는 정말 다르다.
미국에선 많은 졸업생들이 엄청난 금액을 학교에 기부하며 자신이 나온 학교의 명성을 높이려 한다. 물론 그게 기부로서도 좋은 점도 있겠지만 그 기부가 결국 '본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기부를 함으로써 똑똑한 학생들이 점점 많아져 졸업 후 사회에 공헌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배경인 출신 학교가 판단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이 순환이 계속되면 기부자들에게도 좋은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보면 어떤 건물을 짓거나 할 때 동문들이 기부를 해 벽돌 혹은 강의실 같은 곳에 기부한 동문들의 이름이 새겨진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몸소 느낄 수 있을 만큼 얻는 혜택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의 명문대라 불리는 아이비리그는 '스포츠 리그'라고도 불린다고도 한다. 김용 총재님께서 아이비리그 총장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교육 문화의 개선점' 혹은 '교육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할 줄 알고 기대하고 갔었는데, 다른 아이비리그 총장들은 자신의 학교 스포츠 럭비팀 선수를 어떻게 잘 영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뭐 체육 특기자 전형 이런 것이 있지만 일반적인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아니며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미국은 아이비리그에선 공부 '만' 잘하는 학생은 거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공부 외적인 요소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뭐 우리나라도 학생부 종합 전형 이랍시고 만든 전형이 있지만 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해본 학생 혹은 관련된 부모님, 선생님 들은 거의 다 알 것이다. 대부분이 '주작'이라는 것을.
학생부에 적힌 내용이 전부 사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활동을 진심으로 하고 싶은 '목적' 때문에 한 것인지 아니면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내용을 더 쓰고 싶은 '수단'으로 사용했는지 판단하면 각자 답이 나올 것이다. 양심에 손을 얹고 말이다. 책을 읽을 때도 생기부에 쓴 내용처럼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기부의 '통일성'과 본인이 적어낸 목표와 꿈 그리고 학과 틀에 '맞춰 끼워' 쓰는 것에 급급해하지 않았는가.
물론 미국에서도 동아시아 교육 문화처럼 바꾸려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교육으로부터 생긴 '창의성'과 '헌신'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는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헌신'이라는 덕목마저 어른들이 진실되게 전달해 주기보단 입맛대로 강제적인 압박을 통한, 마치 공장의 기계가 물건을 만들어 내 듯 찍어내려 한다. 창의성과 헌신은 찍어낼 수 있는 것들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종특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조승연 님이 예로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치열한 입시 문화 혹은 경쟁문화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이나 유학을 간 학생과 부모들이 알고 보니 그곳에 가서 '아이비리그 합격을 위한 학원'엘 다니고 또 몇몇은 그 학원을 차린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의 종의 특성으로부터 나오지 않고서야 만들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심지어 미국 대학에선 학생들 공부 성적만 보고 뽑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바이올린을 많은 한국 학생들이 시작했는데 그렇게 되면 차별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다음 해부터는 하프 학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근데 더 웃긴 건 다른 학부모들도 다 그렇게 생각을 해 전부 하프 학원엘 한국 학생들이 왔다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
한국에선 평균적으로 부모들이 자녀 대학을 위해 4억 원을 쓴다는 기사가 났었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부모님들의 노후를 포기하고 4억 원을 통해 얻은 자녀들의 대학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는 각자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부터 낙오되기 싫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우리나라처럼 남과 비교가 습관이 된 문화에선 그 문화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김용 총재님이 언젠가 IMF 총재를 만나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은 7시부터 11시까지 공부를 해요" 그랬더니 IMF 총재가 "와, 한국은 국제 교육 평가에서 언제나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하루에 4시간만 학교에 가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용 총재님께선 "아니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학교나 학원을 다녀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에 크리스틴 총재는 정말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다. 크리스틴 총재는 2019년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한국의 모든 데이터와 문화를 살펴보고는 한국은 잘못하다간 '집단 자살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엄청 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인데 한국에 대해선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이 더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지표들 중 몇몇 주된 분야(?)에서 1등 아니면 꼴찌다. OECD 자살률 1등, 출산율 꼴등이다. 청소년 자살률도 정말 심각하다. 이러한 지표들이 있는데도 한국이 '경쟁 문화'가 아니고 '비교 문화'로부터 나온 산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1등인데도 왜 여기에는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것인가? 공부 1등, 올림픽 1등, 재산 1등, 전문직 1등 이런 것에만 관심 있지, 나쁜 점이나 심각한 문제에서 1등을 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 아니, 그냥 눈을 감을 뿐이다. 자기에겐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그 결과 지금의 출산율과 청년 문화가 발생한 것이다. 요즘 젊은것들은 문제가 있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의 모든 문화를 그 윗세대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잘못한 건 반성하고 다 같이 힘을 합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전혀 바뀔 행동조차 하지 않는다. 크루즈는 침몰하고 있는데 11층 방에 묵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방에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히히덕거리며 침대에 누워 티비만 보고 있을 뿐이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안 낳고 결혼을 안 할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내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 것 같고 심지어 우리의 부모님들이 나에게 해 준 것만큼 돈을 쏟아부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중요한 고려 대상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낳으라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뭐 30억을 줄 것도 아니면서 말만 하는 것은 이 현상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 문제의 원인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려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영상에 대한 리뷰 및 나의 소감과 더불어 다른 영상도 엮어 쓰려했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져 그 영상의 핵심만 가져와 소개해볼 예정이다.(언젠가 글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에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만든 한 미국인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지내면서 느끼고 직접 경험한 것들을 공유했다. 그가 말하길,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에 가장 큰 단점인 '물질주의'는 받아들였지만 가장 큰 장점인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유교 문화의 가장 큰 단점인 '수치심'과 '타인에 대한 판단'은 그대로 둔 채 가장 좋은 부분인 가족이나 주변과의 친밀감은 버렸다'라고 했다.
당신은 이 말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적극적으로 동의하는가? 아니면 반감이 들어 화가 나는가? 적극적으로 동의를 한다면 당신도 '실재하는' 이러한 한국문화에 지친 것이고 화가 난다면 '촌철살인'같은 말을 듣게 돼 그런 것 아닐까? 우리도 이제는 인정할 건 빠르게 인정하고 개선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고 교사, 학부모, 공장 직원, 회사원, 변호사 등등 어느 직업 할 거 없이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한국인의 '끈기'와 '혁신의 역사'를 기억하며 개선을 해 나아가야 한다는 김용 총재님 말에 적극 동의한다. 나도 우리나라를 100%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의 기성세대 혹은 그 윗세대 덕분의 지금의 나라가 있는 것이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나라에서 지금처럼 세계 경제 대국이 되는 데에는 그들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장점만 있을 수 없는 법. 급속한 성장에 따라 발생한 심각한 부작용들이 정말 많다. 사람들의 시민 수준과 의식이 경제와 함께 올라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간극의 차이 때문에 이제야(?)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것들을 꾹꾹 억누르거나 잠재울 수만은 없다. 과연 그 누가 먼저 이 문화 혹은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인가? 당신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답은 당신이다. 당신부터 기존의 사고과정을 버리고 싹 다 바꿔야 한다. 나부터 변해야 주변이 변한다.
종종 썼던 AI 관련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의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그저 좋은 대학에 갔다 해서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직장에 갔다고 하더라도 5년 뒤 잘릴지 10년 뒤 잘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가 올 때 당신은 국회에 나가 노동조합 시위를 할 것인가? 본인이 예상한 미래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또 사회가 기존에 만들어 놓은 틀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사람들은 꽤 많을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자연스레 사회가 시키는 대로만 그게 정답인 것 마냥 착각하며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생일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노력에 대한 보상', '권리'를 찾고 싶을 것이고 이전 세대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만약 내 주변 또래 혹은 청년들이 위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망하는 것에 있어 실망하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윗세대가 지금과 같은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에 동조하는 건 그냥 그들이나 당신이나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경쟁, 비교, 판단만을 하며 살다 죽음의 문턱 앞에선 당신들이 느낄 감정은 무엇일까? 그 순간을 상상하며 현재를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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