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여자친구의 추천으로 넷플릭스에 나온 '체인즈 데이즈'를 봤다. 이별을 고민하는 커플들이 모여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주제가 너무 자극적이고 평소 예능은 잘 안 봤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나름 재미있었다. 어느 출연진이 한 이야기 중에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어떤 영화 시작 부분에 나온 이야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음과 같다.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그러자 스승이 답했다.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한동안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프로그램 상 이 대화는 내가 했던 '생각'과는 결이 달랐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출연진은, 자신의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있었을 때의 심적 흔들림을 표현했던 것 같다. 나는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일체유심조', 바로 원효대사가 중요시했던 말이다. 정말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무엇이든지 내 마음이 판단의 근원이며 내가 보고싶은대로 보이는 것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누군가 아무리 나의 생각을 부정해도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전부다.(단,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이는 고집과는 다르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고집이어도 상관을 것 같다. 내가 사는 인생인데 누가 나를 판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누구한텐 중요한 요소가 다른이 한테는 보잘것없는 요소일 수 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청소들에겐 '입시'라는 것이 중요한 일 일 수 있지만 저기 먼 대륙 아프리카 한 부족 청소년들에겐 '생활 터전 보존 및 사냥법'이 더 중요하지 우리나라의 입시은 전혀 의미가 없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소리다.
'판단'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기준이나 근거에 따라 어떠하다고 생각하거나, 어떠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신의 '판단'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모든 분쟁의 원인이다. 정치인들이 서로 당을 만들어 싸우는 모습을 보면 서로가 각자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너도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할 때 싸움이 생긴다. 과거 피부색으로 차별하던 사람들도 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맞다고 해서 발생한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남녀갈등도 마찬가지고 노조갈등도 마찬가지다. 전부 '자기들 입맛'대로 생각하고 그 뜻을 어떻게든 관철시킬까 하는 생각으로부터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적절한 타협이 없다 그냥 자기 '판단'대로 갔으면 좋겠는 거다. 현 사회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폭발한 시대며 결국 인간은 인간 때문에 멸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 생각하다가 결론을 내린 것이 나 이외의 타인 또는 사회 현상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당히 '소시민'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간은 다르다. 왜냐면, 타자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을 뿐 자아로부터 나온 생각들은 실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믿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치갈등, 인종갈등, 성별갈등, 노조갈등 등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잠깐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샜다 ㅋㅋㅋㅋㅋ 막 짜임새있게 쓰는 글이 아니니 혹시라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부탁한다 ㅎㅎ
즉, 내가 하고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우직하게 내 마음을 컨트롤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세상엔 불가능한 일도 거의 없을뿐더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고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우직하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주변의 조언은 조언에 불과하다. 타인의 시선은 상관없다. 그 사람들이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그러한 조언을 들었다고 해서 목표가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본인의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며 이는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신있게 살자.
컵에 물이 반 정도 차있는 것을 보고 누구는 물이 반이나 담겨있네, 누구는 물이 반밖에 없네, 또 다른 누구는 아무 생각 없이 마셔버릴 수 있다. 틀린 태도는 없다.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이점을 인정해 준다면 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 같다.
이 글은 과거 나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기도 하다. 나도 한때는 올바른 사람, 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내 기준에서 이게 올바른 길이라 판단을 종종 하였었다. 도덕이란 누가 만들었으며 그것만이 바람직한 것일까? 물론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규범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기가 생각하기에 의문이 드는 규범들에 대해선 회의적인 모습도 괜찮아 보인다. 어쩌면 사회가 우리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한 번 밖에 못사는 인생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밀고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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