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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요즘 공부,,,

by Quantum_H 2024. 1. 21.

 작년 12월 말 방학을 하고 다시 새로운 공부가 시작 됐다. 새롭다기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공부들이라 진행해 왔던 이라고 쓰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말 새로운 마음로 시작했어야 했기에 나름의 포부를 담아 쓴 표현이다. 대학 시험기간 때 말고는 물리 공부를 꾸준히 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물리학 개념은 고등 물리 1 1회, 대학 물리 1,2 2 회독&유튜브 '신상진' 교수님 영상 완강을 하며 다져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공부는 물리 공부에 있어 새발의 피였다.

 작년 2학기 기말 시험 기간 이전부터 기존에 학습한 물리학 개념들을 활용하여 본격적으로 물리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열심히 개념 공부를 해 왔기에 문제 풀이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 또한 존재했다. 이 '두려움'은 당연한 감정이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여전히 낯설었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두려움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본인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초, 중, 고 시절 교육을 거치면서 혹은 다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혹은 어떠한 도전의 결과를 확인하는 데 있어 자연스레 따라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풀거나 시험을 보면, 우리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이 나름 정확히 구분된다. 알고 있으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고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헷갈리거나 찍어서 운에 맡기는 것이다. 나는 중, 고등학생 때 나름 열심히 개념을 공부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시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을 때가 많았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선 '운'도 정말 중요한 요소다. 또 시험문제의 의도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정말 말이 안 되게 출제자가 꼬아서 낸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우리에게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 준다. 
 예를 들어, 나는 학생 때 친구나 부모님한테 "아는 건데 실수로 틀렸어"라는 말을 종종 해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핑계에 불과했고 사실상 그 문제에 대한 내용을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개념을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니 마치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시험을 보면, 긴장감과 여러 다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학에서 156+154를 300으로 쓰는 실수와 말로 설명된 객관식 선지 2개 중 하나를 찍고 난 뒤 실수한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정확하게 맞힌 문제를 복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확하게 확신을 갖고 체크한 답의 문제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개념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확신을 갖고 정답을 마킹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매모호하고 헷갈린다는 것은 (출제 오류가 아닌 이상) 우리가 그 개념에 대한 지식과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나도 문제를 풀기 전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ㅋㅋㅋㅋㅋ 물리학이 그런 특성이 강한 분야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념과 문제'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념을 안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사실 이것도 내가 제대로 된 물리학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대입문제 혹은 정말 기초 수준의 문제는 풀 수 있었지만 물리학에서 요구하는 문제는 그런 1+1=2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물리학 대가들께선 이것마저 단순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 물리학 뉴비 입장에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약간 '벽'을 느낄 뻔했다.
 1단원, 2단원, 3단원 문제를 풀어가며 답과 비교를 했다. 한 절반 정도 맞았을까,,,? 물리학을 수학과 동일하게 대하면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해설집을 보고 다시 모르거나 헷갈렸던 문제를 보며 공부를 했다. 왜 저런 과정에서 저런 개념이 필요하고 이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등 말이다. 답지를 보고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답지라도 이해하니 어디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지를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면 정말 더 슬펐을 것 같다. 문제 풀이를 통해 느낀 나의 '현타'는 꽤 오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다음 단원 문제 풀이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된 고민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여러 가지 칼럼과 먼저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조언, 댓글 등을 찾아봤다. 어떠한 방향성으로 혹은 어떻게 공부해야 물리학을 잘 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그냥 기존의 내 스타일처럼 정보를 빠르게 찾아본 후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미 그 경험은 물리학 공부를 하면서 했었다. 일단, 학교 중고장터에서 물리학과 학생에게 물리학 책을 산 뒤 읽기 시작했다.ㅋㅋ 무모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때 나는 물리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하튼 관련된 글이나 칼럼들을 보면서 내가 '벽'을 느낄 필요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조급함'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조급함이 생겼던 이유는 약 2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첫째, 물리학과 수학을 잘하고 싶었다. 사람이 잘하려고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지금의 내 상태를 알지 못한 채 그냥 잘하고만 싶기에 자연스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축구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 공차는 연습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초 체력, 기초 움직임, 전술을 먼저 길러야 한다. 내가 흥미를 느낀 분야이기에 하루빨리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발생할 확률이 0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 지금의 수준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구는 중학교 때부터 과학 학원을 다니거나 스스로 과학 공부를 해서 고등학교 이과로 진학한 뒤 약 3년 동안 '먼저' 물리에 접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터무니없는 실력자에 불과했다. '비교를 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다행히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내 모습을 마주할 때면 더 빨리빨리 공부하고 싶었다. 가장 안 좋은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물리를 접한 지 약 9개월 차 어린이가 3년 차 어른을 이기려고 한다니,,, 조급함은 늘 일을 그르칠 것이기에 마음을 다시 잘 잡아야 했다.

으쌰으쌰

 하지만 지금은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은 2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 이전보다 조급함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물리학 지식이 쌓이고 공부를 꾸준히 해오다 보니 그러한 조급함은 사라졌다. 묵묵하게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성을 또 느꼈다. 둘째, 비교의 대상은 상대가 아닌 늘 '이전의 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는 정말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물리학에 관한 칼럼들을 찾아봤을 때 크게 도움을 받았던 글이다. 물리학 30년 차 교수님이 쓰신 글인데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분도 수학과 물리학 공부를 뒤늦게 시작하신 것 같았다. 결국 '꾸준히 하다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진부할 수 있지만 나는 진부한 말들을 진정으로 다시 느낄 때 큰 영감을 받는다. 진부한 말이 결국 진짜다. 
https://plusthemath.tistory.com/215

물리학교수가 들려주는 <수학과 물리학을 잘하는 몇 가지 방법>

김현철 교수님의 수학 물리학 잘하는 법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 체득하신 방법입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쓰다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혹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올립니다. 이

plusthemath.tistory.com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은 공부를 되게 재밌게 해 나가고 있다. 틀린 문제나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땐 약간의 '정신적 타격'이 있지만 '오히려 좋다.'라고 생각하며 공부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고 아직 공부할 거리들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들이기 때문이다. 또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 물리학 전공서적을 3 회독째 하면서 문제를 푸는 중인데 이전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거나 잘 모르겠던 내용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기존에 알고 있었던 정보들 이외에 정말 많은 개념 내용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지금도 정말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반물리학 전공 서적 내용의 아직 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고 더 잘 이해가 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개념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도 풀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은 현실의 문제나 현상을 해결 또는 분석하는 학문인데 이와 같은 과정은 문제 풀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풀이가 없다면 물리학은 정말 '의미 없는' 개념과 지식들로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현실에 적용되는 지식만이 세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 능력은 물리학 문제를 풀어가면서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작년에는 몰랐지만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얻은 큰 능력 중 하나는 바로 '물리학적 사고 능력'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 때 그 문제의 근원까지 파고파고파고파고파고파고 들어 설명을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의 시발점까지 간 뒤 그때를 기점으로 차례차례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끈기와 노력을 요구한다. 나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여러 개념을 쌓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지만 위와 같은 '사고 과정의 개선'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에서 물이 빠진다고 물을 계속 넣는 것과 같은 단기적인 방도보단 물이 빠지는 원인을 찾은 뒤 그 독을 바꾸거나 고치는 것과 같은 장기적인 방도를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삶의 변화에 있어, 물리학은 내게 행운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늘 꾸준하게 또 겸손하게 공부해 나가길 다시 한번 다짐하고 소망한다. 끝까지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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