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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입시의 계절

by LePetitPrinceHong 2024. 11. 17.

 어느덧 올해 수능이 끝났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토록 친하게(?) 지냈던 수능과도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내 주변에서도 수능에 응시하는 사람들도 이젠 거의 없는 것 같다. 수능날엔 늘 날씨가 추워졌던 것 같지만 지구온난화 덕분(?)인지 올해 수능날엔 따뜻했다. 수능이라는 단어에 무감각해진 나 자신을 보면서 나도 이젠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마음속에선 애틋함 또한 느껴졌다. 

 3번의 입시를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시기에 배운 것들이(여기서 말한 배운 것이란 공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후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나는 나와 집단을 분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와 같은 집단주의 및 집단사고가 강력한 나라에선 이러한 힘을 갖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나도 한때는 지옥 같은 대한민국의 입시 시스템 추종자로서 그것을 선망해 왔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심지어 재수 때까지도. 하지만 주변에서 '굳이 또?'라는 말을 들으며 준비한 나의 삼반수 시절로 인해 위에서 말한 '나와 집단을 분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우리는 늘 어딘가에 속해 있다. 그 집단은 어떻게든 우리를 결속하게 만들고 그것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만든다. 억측이 전혀 아니다. 학교를 보더라도 선생님, 상벌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개인을 통제한다. 회사에서도, 지역에서도, 나라에서도 심지어 종교 집단에서도 말이다. 그들은 그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어떻게든 자신의 집단으로 끌어들여 그들을 통제하기 원한다. 

 오늘은 입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겠다. 언젠가부터 대학은 대학(大學)이 아니게 됐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고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가르치는 장이라기보단 본인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하나의 '자격증'을 받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특히 우리나라 학교는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대학에 입학한 이상 웬만하면 모두가 졸업이 가능하다. 졸업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졸업을 시켜준다. 돈만 내면 말이다. 졸업논문도 웬만하면 PASS. 우리나라 대학이 이렇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을 묶어두기보단 빨리 배출시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졸업생들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들어, 대학이 자신의 이름을 우리나라에 널리 알리고 또 높은 세계 랭킹에 들어가 유명한 대학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영어 수업이 있는데 정말 웃긴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한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해외에 오래 살다 온 한국인이 아니라면) 하지만 요즘 대학엔 '영어 강의'랍시고 영어로 수업이 꽤 많이 있다. 물론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능력을 갖출 수 있겠지만 '대학은 글로벌 진출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대학'이라는 이름에 맞게 학문을 배우러 대학(大學)에 들어가야 한다.

 이 영어 수업이 있는 이유 중 하나로는 국제 대학 평가를 할 때 영어 수업의 존재 유무 혹은 글로벌 대학인지가 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순위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문화에선 대학이 영어 강의를 여는 것은 거의 필수다. 과연 학생들은 영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부분 아니다. 영어로 배우게 되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두 번의 이해를 거쳐야 한다. 한국어로 설명을 했으면 한 번의 이해만 거치면 되지만 영어로 배우게 되면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이해를 하고 그 내용들을 또다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성적이 좋냐? 그것도 아니다. 작년과 비슷하게 올해도 영어 수업들을 듣고 있는데 시험 평균이 100점 만점 중 30점이다. WHAT? 시험이 어려웠나?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학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수님들도 그들을 묶어두고 있는 대학 집단 때문에 크게 상관하지 않으신다. 심지어 영어 수업을 하라고 학교에서 했는데 학생들이 이해도 못하고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그냥 한국어로 수업하시는 교수님들도 많다. 학교 규정 위반일 수도 있겠지만 그 규정은 어떤 놈이 만든 것인가? '대학', '교육'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만들었을까?

 이처럼 우리나라 교육을 보면 정말 눈앞이 캄캄해진다. 경제 성장률 저하, 부동산 극단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등 사회 기반 대부분은 '교육'이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미 썩을 대로 썩고 고여버린 '교육' 시스템을 아직도 떠받들고 있는 우리나라에 과연 희망이란 게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정치인 혹은 관련된 사람들은 이러한 것엔 전혀 관심이 없다. 현 정부를 욕하는 것이 아니고 이는 어느 당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수능 킬러 문제를 두고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웬만한 학원 선생님 혹은 인강강사들도 고3 혹은 N수생의 기분으로 수능 시험장에서 문제를 똑같은 긴장감을 갖고 정해진 시간에 풀었을 때 100점을 맞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말 특출 난 사람들은 맞출 수 있겠지만 솔직한 점수는 그들 본인만 안다. 이처럼 괴랄해진 수능 문제를 가지고 우리는 줄을 세운 뒤 학생들을 대학에 집어넣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망가지고 있다. 그 피해자 중 하나가 나이기도 하고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에 알바를 할까 고민하던 중, 초등학생 4학년 국어, 수학 과외 알바를 구한다고 연락이 왔었다. 초등생이 개인과외라니,,, 3시간당 54000원이었다. 맨 처음에는 덜컥 승낙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고민을 계속해보던 중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말이다. 누가 와서 내게 시간당 100만 원을 준다 해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집단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속에 나도 가담하며 똑같은 희생자들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소한 것이 대부분의 것들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원하지 않은 사상 혹은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는 힘을 활용할 것이다. 주변에서 혹은 내 집단에서 나를 욕한다 하더라도 그 욕 가볍게 먹을 자신도 있다. 분명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누구도 바꾸려고도 개선을 하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자랑은 절대 아니고) 그 결과 군대에 있을 때 나는 그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바꿨다. 다행히 내 말을 잘 이해해 주고 따라주는 선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중간중간 나도 그들로부터 욕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누군가는 해야 했고 누군가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혹은 교육제도를 비판하면 비판할수록 나 스스로도 피폐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마치 니체의 말처럼 말이다. '괴물과 싸우려면 괴물이 되선 안 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 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오늘부로 입시와 우리나라 교육엔 관심을 최대한 줄여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주된 교육제도의 방향이 급변할 때까지 말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좀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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