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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여행

인생 최고의 여행 "20박 22일 유럽 여행" 일대기 (11) 로마

by Quantum_H 2024. 8. 16.

로마

로마 후기는 첫 이틀과 마지막 이틀로 나눠 쓸 예정이다.

첫 이틀 동안의 로마

 우리는 로마공항에 저녁 6 30분쯤 도착하였다. 숙소를 가려고 열차를 끊으려 했는데 이때 첫 문제가 발생했다. 생각보다 난관이 일찍 찾아왔다. 아빠의 트래블 월렛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기차 티켓 결제가 되지 않았다. 아빠가 갖고 있던 다른 카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카드는 비밀번호를 몰라 잘못했다간 정지가 될 판이었다. 나는 아빠에게 갖가지 물음을 던졌고 알고 보니 해외 실물카드 허용을 안 해놓은 것이었다. 아빠도 엄청 당황한 모습이셨다. 어찌 됐든 우리는 열차 티켓을 끊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 가는 길

 나는 로마공항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나머지 얼른 숙소에 가 짐을 풀어놓고 관광을 하고 싶었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관광을 하려 했던 이유는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예정되었던 비행 일정이 하루 뒤로 밀렸기 때문이었다.(엄마는 알 것이다.) 나의 이러한 목표가 문제가 되었을까... 우리는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유럽 식사 예절을 처음 배웠던 곳이었다. 한국처럼 '저기요' 하며 웨이터를 불러서는 안 되고 결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에서 첫 음식으로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튀김을 먹었다. 입맛에 잘 맞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먹었다.

첫 유럽 음식!

우리는 야간에 '콜로세움'을 보러 약 30분 동안 걸어갔다. 긴 시간 이동을 끝내자마자 강행한 여행은 점점 우리의 체력을 소진시켰다. 야간에 보는 콜로세움을 정말 이뻤다. 만화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보니 그 느낌은 더욱 좋았다. 너무나도 웅장했고 대단한 건축물이 로마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진짜 멋있음

 우리는 계속 걸으면서 '포로 로마노'를 지나갔다. '베네치아 광장'까지 열심히 걸어간 뒤 '조국의 제단' 앞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서 좋았다. 우리가 일정을 마친 시간이 약 12시였었다.

조국의 제단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게 무슨 일... 우버가 몇 분째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호텔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때 갈증이 너무 났었다. 탈수 급. 물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였었다. 어디든 편의점과 자판기가 있는 한국과는 달리 로마의 밤에 열려있는 상점들은 없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우리 가족 모두 목이 너무 말라 구글 맵에서 지금 시각에 운영 중인 편의점만을 바라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 곳 중 단 한 곳도 열려있지 않았다. 구글 맵이 사기를... 멘탈이 많이 나갔다. 거리엔 쓰레기들이 꽤 많았고 그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동생과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공포에 휩싸였다. 나는 괜찮았다. 나의 목표는 오직 물이었기에.

분수물을 먹고 싶단 생각을 처음해봤다.

 꾸역꾸역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로마 중앙역에 다시 도착했다...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새벽 1시에 열려있는 타바코 가게에서 물을 살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악몽 같았던 로마의 첫 투어를 마친 뒤 숙소에 들어와 개운하게 샤워를 하였다.

샤워 후 자기 전. 너무나도 아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투어는 장점이 더 많았지만 가족들의 멘탈과 체력을 소진시켜 힘들게 만들었다는 단점이 있었던 투어였다.(그 결과 밀라노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아침에 첫 유럽에서의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뒤 밀라노행 열차를 타러 다시 중앙역으로 갔다.

유럽에서의 첫 조식

로마 중앙역엔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피지컬이 장난 없었다. (20일이 지난 뒤 다시 로마에 왔을 때 많은 건축물과 유명 장소들이 내년 희년을 위해 보수 공사 펜스가 쳐져있었고 공사 중이었다. 첫날 일정을 진행한 곳들 중에도 그런 곳이 있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마지막 이틀 동안의 로마 스토리

우리는 다시 로마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다시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일 전 방문한 이곳에 다시 온 것이었다. 처음 왔을 때보단 당연히 어색함이 덜했고 여행에서 얻은 경험들로 중무장이 된 우리는 여유가 있었다.

다시 돌아온 테르미니 역

 이번에 잡은 호텔은 중앙역에선 거리가 좀 있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유럽여행을 하며 갔던 숙소들 중 완벽한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씩 소개를 해보겠다. 우선 체크인을 한 뒤 냉골처럼 시원한 방안엘 들어갔다. 미니바에 있던 2개의 물 2개의 탄산수 3개의 음료가 전부 무료였고(대부분의 호텔에선 유료다). 과자나 간식거리도 제공되었다.

귀요미 물

 심지어 우리가 머물렀던 층에는 무료 제빙기까지 있었다. 빨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었으며 젤 중요했던 SHOWER & GO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 귀국하는 날까지도 투어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투어를 마치고 씻을 공간이 필요했다. 40도에 가까운 로마 날씨에서 돌아다닌다면 땀범벅이 될 게 분명한데 씻지도 못하고 약 10시간 비행기를 탄 채로 한국에 돌아온다는 건 상상만 해도 찝찝했다. 그래서 샤워 서비스를 이전에 알아봤었는데 우리가 비행기를 타는 시간 이전엔 이미 전부 마감이었었다... 그렇다고 호텔을 하나 예약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방문한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각자 수건으로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땀을 닦고 비행기에 타기로 결정을 하고 동전 티슈를 나눠가졌었다.

이 호텔만 특별히 공개!!!

 그런데 이게 무슨 행운인지 예약하는 도중엔 부랴부랴 변경한 숙소라 숙소에 뭐가 있는지 잘 확인하지 못했었다. 평점이 너무나도 높아 예약을 했었다.(심지어 가격도 다른 호텔과 비슷) 그런데 와보니 이 숙소엔 SHOWER & GO 서비스 즉 체크아웃을 하고 난 뒤에도 돌아와 샤워를 하고 갈 수 있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대박!!! 정말 행복했다. 여기에 플러스 샤워를 하고 나서도 짐을 들고 로마역까지 가거나 잘 잡히지도 않는 우버를 이리저리 부르다간 다시 땀범벅이 될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 호텔에선 택시 예약 서비스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여행 가방이 4개나 돼 밴 한 대를 불렀고 가격이 싸지는 않았지만 정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피날레로 아침 일찍 투어가 있어 여유 있게 즐기지는 못했지만 조식이 유럽 숙소 중 1등이었다. 싱싱한 과일에 조식 구성이 정말 좋았다. 다른 호텔들도 꽤 괜찮았지만 여긴 너무나도 완벽했다. 동생 눈이 뒤집힐 정도였다.

조식 땅땅

우리는 피렌체에서 로마에 도착한 날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로마 투어를 바로 하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처음으로 이탈리아 까르보나라를 먹으러 갔다. 나는 평소 한국에서의 까르보나라는 먹지 않는다. 크림과 파스타 면의 조합이 너무나도 느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까르보나라는 아예 다른 음식이었다. 노른자와 치즈만 가지고 만든 음식이 근본 까르보나라였던 것이었다.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까르보나라는 내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한국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르보나라 2개, 알리올리오, 시저시저샐러드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트레비 분수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후에 잠깐 백화점을 들려 기념품 몇 개를 구입하였다.

의외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트레비 분수

 이후 '판테온'을 구경하고 카페에 잠깐 들렀다. 엄마와 나는 야외 테이블 담배 냄새로 고생을 하였다. 아 여기서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키니깐 얼음을 그릇에 한 7개 정도 따로 줬다. 자신들의 손으로 커피에 얼음을 넣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고 한다.

멋져부러
15000원짜리 스무디인데 맛은 있음

 카페에서 재충전을 한 뒤 '성천사성' '성천사성의 다리'로 향했다. 이곳에서 보는 노을도 이뻤다.

앤젤 성
새 보이시나요?

 우리는 이날 처음으로 유럽에서 우버 택시를 이용하였다. 택시를 타고 숙소 근처 한식집에 가 유럽에서의 마지막 한식을 먹었다. 닭강정이 너무나도 맛이 없었는데 10조각인가에 2만 원이 넘었었다.

맛을 기대하진 마시라

 모든 것이 완벽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조식 오픈런을 하였다. 왜냐하면 마지막 투어이자 두 번째 가이드 투어 '바티칸 투어'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가이드님과 함께하는 투어였는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에 들어가 박물관 투어와 여러 가지 건축물 구경하는 투어였다. 우리는 아침 8시쯤 집합장소에 모였어야 했기에 이른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짐 보관을 한 뒤 우버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아침 9시인데 줄이 이미 수도 없이 길었다 우린 패스트트랙으로 입장

너무나도 만족했던 투어였다. 가이드 분이 서양화를 전공하셔서 그런지 역사나 관련된 이야기를 잘 융합하여 설명해 주셨다. 나무위키 마냥 단편적인 스토리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내용과 상황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으며 우리의 투어를 잘 이끌어주셨다. 다른 가족이나 한국 여행객들도 있었는데 다들 표정이 지쳐 보였다. 우리 가족이 제일 쌩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1일 째도 쌩쌩한 우리 가족은 도대체... 아담의 창조, 아테네 학당 등 희대의 걸작들을 볼 수 있었던 바티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조각상의 의미를 알면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알 수 있다.
교과서에 자주 나온 그림
바티칸 투어 끝!!!

다시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총 3번 우버를 이용하였다. 원래는 더 많이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동생이 교통편을 잘 알아봐 준 덕분에 택시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짐을 찾고 SHOWER & GO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개운하게 샤워를 한 뒤에 우리는 공항 이동 서비스까지 받은 채 편안하게 로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국수속을 하고 공항에서 꽤 맛있었던 라멘을 먹으며 유럽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3주동안 고생한 나의 신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길래 로마 공항에 버리고 왔음

 

로마->한국

 약 10시간을 날아왔다. 이땐 출국 때와는 달리 조금 피곤했어서 기내식도 잘 못 먹지 못하고 헤롱헤롱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건 별로였다
이건 꽤괜

아 이때도 한국에서 로마 갈 때처럼 내 옆자리에 아무도 타지 않았다... 이게 무슨 행운? 두 번 연속이다. 다른 좌석들은 거의 다 차 있었다. 너무나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아시아나 기내 좌석 스크린이 커진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몇 년간 그대로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