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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뮤지컬 후기]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by LePetitPrinceHong 2024. 1. 28.

 며칠 전 인생 첫 뮤지컬을 봤다. 작년 11월 30일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약 4달 동안 진행되는 뮤지컬이다. 그 뮤지컬의 이름은 바로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다음으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뮤지컬이었다. 오페라의 유령도 영화로 중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틀어주셔서 봤을 뿐 뮤지컬을 본 적은 없었다. 레미제라블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말 어렸을 때 울버린의 주인공 '휴 잭맨'이 장발장으로 나오는 '레미제라블' 영화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아직 몇몇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니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레미제라블 영화

 정말 감사하게 또 운이 좋게도 부모님 덕분에 난생처음 뮤지컬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다행히 현재 내가 서울에 살고 있어 부모님께서도 서울로 올라오시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 했다. 뮤지컬의 가격은 무려 18만 원이었다... 1인당... 평소 뮤지컬, 오페라 같은 공연들이 꽤 비싸다고는 생각했지만 진짜로 그 돈을 내고 볼 생각을 하니 더욱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구 입장에서는 비싸지 않을 수 있고 또 다른 양산 예술들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로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학생인 내 입장에선 너무나도 비싼 금액이었다. 1년 동안 영화관에 가는 횟수가 많아봐야 3~4주에 한 번꼴 일 것이다. 그렇다면 약 13~17회 정도 영화를 보는 것인데 18만 원이면 영화를 20번 볼 수 있는 가격이다. 요즘 영화 관람 비용은 약 15000원 정도이지만 할인을 많이 해준다. 통신사 할인, 티켓할인 카드 등등. 정가는 15000원이지만 나는 대체로 9000원 정도를 내고 봐왔다. 그에 비해 뮤지컬은 간혹 이벤트나 카드할인 등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할인율도 특별한 기간 아니면 10% 이내인 것 같았다. 내가 1년 치 이상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금액을 뮤지컬 관람에 투자해 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했다.

 비싼 금액은 그렇다 치고, 이왕 보게 된 거 재밌게 보고 싶었다. 첫 뮤지컬 공연 관람이라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장소는 서울 이태원 쪽에 있는 '블루 스퀘어 신한카드홀'이었다. 뮤지컬 시작 약 1시간 전쯤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뮤지컬장이 북적북적해졌다. 개인 셀카는 찍지 않았지만 공연장 밖은 포토부스 같은 것으로 꾸며져 있었다. 굿즈 상품도 몇 개 팔고 있었다. 좌석은 정말 좋은 좌석이었다. 뮤지컬이 처음이고 또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겐 2층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2층에서 보기로 했다. 앞에서 두 번째 줄 중앙이었고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야였다. 여기서 재밌었던 게 아빠가 '쌍안경'을 가져왔었다 ㅋㅋ. 야구장에서만 쓰는 물건인 줄 알았는데 뮤지컬 홀에서도 '오페라글라스'라고 비슷한 쌍안경을 약 4천 원을 내고 빌릴 수 있었다 ㅋㅋ. 혹시 쌍안경을 갖고 오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빌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쌍안경'의 역할은 정말 탁월했다!

 뮤지컬을 하는 도중엔 카메라 촬영을 하지 못한다. 또한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레미제라블' 뮤지컬은 더더욱 소음이나 휴대폰, 스마트 기기 불빛에 민감하다고 해서 더욱 조심해야 했다.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무대 전체 적인 배경은 첨부한 사진과 같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관람하시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좀 더 뮤지컬을 집중해서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영화 '레미제라블'을 통해 사전 학습을 하고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발장'에 대한 내용 혹은 '레미제라블'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볼 때의 새로움도 있겠지만 자칫하다간 내용 이해가 안 되고 스토리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귀한 시간을 혼동 속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지는 않더라도 줄거리 정도만큼은 꼭 보고 가시길 권장드린다.

전체적인 무대 배경

 약 3시간 동안 정말 지루할 틈 없이 뮤지컬을 봤다. 중간에 약 20분 정도 쉬어가는 시간이 있었으며 정말 알차게 봤고 가족들도 다 만족스러운 관람을 하였다. 아, 우리 가족은 '민우혁'님이 '장발장'을 연기한 회차를 관람하였다. 배우 멀티 캐스팅으로 두 종류(?)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나는 '민우혁'님 하나는 '최재림'님 회차였다. 아무 생각 없던 나는 누구를 보든 별 상관이 없었다. 그냥 뮤지컬을 본다는 것 자체에 이미 설레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뮤지컬을 처음 봐 본 결과, 무대 스케일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노래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돈 내고 보지는 않았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ㅎㅎ. 무대 장치들 소품들이 섬세했으며 김문정 지휘자라는 유명한 지휘자께서 맡은 음악은 정말 웅장했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고 직접 들어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민우혁'님의 발성, 성량은 정말 대박이었다. 다른 분들도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에포닌' 역할을 맡으신 '김수하' 배우님의 연기와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중간중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 영화관 스피커에서 나오는 정제된 소리들과는 달리 배우님들의 그때그때마다 즉석에서 나오는 연기를 통한 소리는, 표현 하나하나 나의 마음을 울렸으며 길다고 생각한 3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포토존

 내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 장면은 초반 '민우혁'님이 연기한 "장발장은 죽었다"라는 대사를 하는 부분이었다. 대사를 마치고 음악소리와 함께 배경화면에 'Les Miserables' 로고가 뜨는데 정말 소름이 쫘아아아악 돋았다. 이 부분은 자세히 얘기해도 되는 게 'TV'에도 나온 장면이기 때문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유명한 예능 채널에 '민우혁'씨의 '레미제라블' 공연 소개 영상이 있는데 여기에서 잠깐 나온다. ㅎㅎ 내용 유출은 아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TWkCjl6NV4

 끝으로 아쉬웠던 점 몇 가지를 쓰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선 2층에서 봐서 그런지 무대 전체적인 분위기와 많은 배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무대와의 거리가 멀어 배우들의 구체적인 표정 연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나마 아빠가 가져온 쌍안경 덕분에 중간중간 배우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지만 아마 그냥 육안으로만 보았다면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건 1층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1층 앞 좌석이나 중간 좌석까지는 보일지 몰라도 뒤로 갈수록 영화처럼 배우님들의 연기를 포착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1층 완전 앞자리를 노려봐야겠다 ㅎㅎ.

 두 번째로 처음에도 말한 가격 측면이었다. 너무 비싸다... 뮤지컬 관람객을 대거 유입시키기 위해선 약간의 가격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웬만한 대학생들은 갈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 할인 혹은 청년할인이나 여러 할인 혜택, 이벤트 등을 통해 뮤지컬 관람객을 늘린다면 장기적으로 뮤지컬 업계에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뮤지컬 업계의 구조상 문제와 그렇게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스토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예술'은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기 힘든 분야라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이 있다. '규모의 경제'란 쉽게 말해 10억 생산설비를 통해 자동차를 한대 만드는 것보다 자동차를 1000대 만들면 그만큼 생산 비용을 각각의 자동차가 1/1000 씩 부담하게 되어 평균 생산 비용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는 한번 찍고 연속해서 이 극장 저 극장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상영을 하며 접근성도 높일 수 있고 또 영화 상영을 하는데 배우가 굳이 직접 등장할 필요가 없기에 추가 비용이 덜 들어간다. 하지만 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은 그 합의된 시간 대에 관람객과 배우들이 동시에 그 자리에 있어야만 모든 것이 진행된다. 그래서 뮤지컬 시간대도 여러 타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많아야 하루에 두 타임뿐이다. 심지어 시간대도 평일엔 거의 다 저녁이다! 이렇게 공연예술의 특수성 때문에 제작비 또한 올라가고 기타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세일이라든지 좌석별 가격 차별화의 확대, 여러 할인 혜택을 통해 뮤지컬 관람객의 유입을 늘린다면 뮤지컬 업계에 장기적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스퀘어 홀

 이외 딱히 아쉬운 점은 없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와 목소리는 압도적이었다... 또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지만 정말 가끔은 '레미제라블' 덕분에 뮤지컬에 대한 생각이 종종 날 것 같았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며 이러한 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세상에 감사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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