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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

평범한 삶

by LePetitPrinceHong 2025. 6. 29.

 언제부턴가 '평범한 삶'에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삼반수를 하면서부터였을까.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은 무엇이었을까. 또 나는 왜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을까.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시점 그동안의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꽤나 특이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나의 삶의 궤도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게임 개발과 XR 공부를 하고 있기에 더더욱.

 내 주변 친구들만 보더라도 (대부분 문과) 전문직을 준비하거나 금융권,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주류 문화에 쉽게 적응을 했다면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갔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모두가 특이한 삶을 살아가기에 큰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먼저 대학에 오면서 어른들 말에 더 이상 따르기 싫었던 반항심도 한몫했던 것 같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어른들은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었다.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때는 꾸역꾸역 참았던 것 같다. 당시에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와서 보니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아기코끼리 마냥 어른들 혹은 선배들의 말에 그들의 삶을 맡기고 있었다. 세상에서 도태되기 싫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일까.

 바이오 과를 나오면 생명 제약 쪽에 취업을, 경영학과를 나오면 기업 재무팀 혹은 기획 마케팅을, 컴공과를 나오면 개발자를, 전기전자과를 나오면 반도체 회사를. 공장 부품마냥 똑같은 것들이 찍어져 나올 뿐이다. 나는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 갇혀있기가 너무 싫었다. 경제학을 전공했어도 디자인 쪽으로 갈 수도 있고 반도체 쪽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세상은 바닷속 거북이에게 말한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길 꿈꾸질 말라고. 그렇다. 누군가 알게 모르게 만든 기준에 따라 살라고 모두에게 종용한다.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거북이가 그러한 생각들을 하지 않고 '죽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찬란한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세상에 대한 반항심, 어른들에 대한 반항심은 왜 생긴 것일까.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임을 느끼고 난 이후였을까. 아니면 신뢰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부터였을까. 어린이들에겐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말하지만 성인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한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금기어인 수준이다. 그들은 그것이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내가 보기엔 '죽은 현실'이나 다름없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고 모자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세상천지에 널려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 다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50년 후에 죽나 10년 후에 죽나 삶에서 바뀌는 것은 무엇일까. 남들이 안된다고 하면 안 하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안 할 것인가? 그게 당신의 그릇의 크기인가.

 돈을 벌어 꿈과 이상, 희망 없이 자기 배만 불리다가 가정을 꾸리고 병이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다 눈을 감는다. 그들은 죽기 위해 삶을 살아간다.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에 대한 내용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듣기 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생각해 본 것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고민, 철학적인 생각을 해 보면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프레임 아래 우리나라 문화는 많은 부분을 합리화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비교, 눈치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당신은 현재 당신의 진짜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인정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당신의 진짜 삶이 아니다. 인정은 뒤따라오는 하나의 행운에 불과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에서 멀어지게 되면 여러 부담이 따른다. 남들보다 뒤처지진 않을까.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지 않을까. 내 삶이 평탄하지 않을까 등등. 그러나 어떤 새로운 행동을 할 때 이러한 생각부터 든다면 그 사람은 평범한 삶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100배 더 낫다고 생각한다. 굳이 힘들게 어려운 길을 걸어갈 필요가 있을까. 

 요즘 드는 생각은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거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또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누구는 국어를 잘하고 누구는 수학을 잘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는 운동을 잘하고 누구는 음악을 잘하고 등등의 재능처럼 말이다. 어떤 사람은 한 분야에서 월등히 타고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두루두루 전부 다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즉, 주류에서 벗어난 행동하기 및 생각하기 또한 재능이다. 이런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들은 다른 쪽에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점은 주류를 따르는 삶이 기회가 더 많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결국 본인의 성향, 스타일, 성격을 잘 들여다본 사람만이 본인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가 계속 평범한 삶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삶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삶이 아니더라도 더 행복해지고 더 본인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부정적인 말들에 잠식되어 그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용기를 잃어버리고 자신감을 잃었다. 

 용기, 자신감, 두려움은 '죽음'을 떠올려보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것들이다. 내일 아침 죽을 사람인데 무엇이 두려울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죽음이 거의 두렵지 않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아쉬움만 살짝 있고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있겠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다. 죽으면 정말 다 그만이다. 모든 것이 끝난다. 당신이 죽으면 세상도 같이 사라진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점점 더 평범한 삶에서 멀어진 것 같기도 하다. 죽음을 직시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세상의 흐름에 또 자연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이다. 하루하루 재밌게 살아갈 뿐이다. 힘들면 힘든 자연을 받아들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놓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다. 남들 의견에 휘말리지 않고 판단에 신경 쓰지 말고 내 삶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 길이 그 아무도 걸어가 본 길이 아니더라도 내가 처음으로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즉, 내 삶이 하나의 역사다. 그 누구도 걸어가 보지 않았기에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결과,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이란 '남 의견과 판단, 눈치가 개입된 삶'인 것 같다. 남 의견을 따르는 삶, 남들이 본인의 커리어 혹은 미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멋있다, 대단하다 등등),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사는 삶. 이것이 바로 평범한 삶이자 자유가 없는 삶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내면을 더 들여다 보고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루하루 어떤 생각으로 눈을 뜨며 일어나 인생을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면 세상이 좀 더 맑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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