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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드라마

[드라마후기] '삼체'(The Three Body Problem)

by LePetitPrinceHong 2024. 5. 5.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를 봤다. 총 8부작으로 되어있다. 10화까지 있는 줄 알고 보다가 8화에서 멈추길래 너무 아쉬웠다. 시즌 2를 또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평소 넷플릭스에서 여러 시리즈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쉴 때나 밥 먹을 때 나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꽤 친한 친구다. 물리적으로 만나지는 못하기에 친구라는 표현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웬만한 친구보다 재밌고 나에게 큰 울림을 줄 때가 많은 존재다. 이 드라마는 중간시험기간 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8화를 보는데 약 2주 좀 넘게 걸린 것 같다.

 정말 재밌었고 신선했다. 물리학을 복수 전공해서 그런지 물리학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번뜩 깨어있는 상태로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 드라마에 나온 모든 물리학적 내용을 빠삭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내용이 많이 나와서 더 흥미로웠다. '아, 저런 물리학적 지식들이 저렇게 활용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시청했다. 입자 가속기, 삼체문제, 양자역학, 빛의 속도, 증폭, 핵폭탄, 뇌 등 다양한 분야의 물리학적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간단한 줄거리를 '위키백과'를 참고해 써보자면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드라마를 볼 예정이신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길 바란다. 어느 날, 많은 과학자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물리학과 관련된 사람들이 죽어갔다. 지금 세상이 믿고 있는 물리학 법칙들이 전부 부정을 당하기 시작했다. '삼체'라 불리는 외계종족이 보낸 '지자'라는 양성자 크기의 컴퓨터가 지구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깜빡깜빡거리며 윙크를 하기도 하고 사람 눈에 카운트다운 표시가 뜨기도 하며 하늘에 눈(eye)이 생겨 깜빡거리면서 지구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이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누구는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고 누구는 그것을 신이라고 믿기도 했다. 신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삼체'의 명령을 받아 지구에서 여러 작업을 수행한다. '삼체'라는 종족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지구로 오는 중이다. 지구까지 오는데 400년이 걸릴 예정이다. '삼체'가 사는 행성과 지구와의 거리는 약 4광년 정도다. 빛의 속도로 4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삼체들은 빛의 속도의 약 1% 수준의 속도로(지구보다 엄청나게 발전된 기술 보유) 지구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지자'라는 컴퓨터가 '양자 얽힘'을 활용하여 지구에 도달하여 지구를 조작했던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람과 또 이 위기를 신의 방문이라고 믿는 사람, 중립자 등 여러 성격의 캐릭터들이 나온다.

 줄거리를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다. 이 글에선 내가 이 드라마를 보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 써 볼 예정이다. 중국의 역사 혹은 자세한 물리학 내용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도 이런 내용들을 멋있게 써보고 싶지만 아직은 능력부족,,, 내가 중요하고 또 인상 깊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오히려 내가 쓰는 내용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더 흥미롭지 않을까라는 자만을 해본다...


1. 400년이라는 시간

 지금으로부터 400년 뒤는 2424년이다. 과연 지금의 우리가 400년 뒤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이 주제는 드라마 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다. 어떤 주인공들은 우리 후손들을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한다. 물론 후자는 400년 뒤를 위해 살인 혹은 분쟁과 같은 무지막지한 계획을 진행하는 현재의 권력자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모습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다. 이 드라마에서도 웃겼던 부분이 400년 뒤에 외계종족이 온다고 했는데 곧장 여러 집회 및 시위가 진행되고 마트의 물건들이 사람들의 사재기로 인해 전부 사라진다. ㅋㅋ. 마트에서 사재기했던 사람들이 400년 뒤에도 살아있을까? 여하튼 400년 뒤에 오는 '삼체'라는 종족을 지금의 우리가 생각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흠,,, 나도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이라고 느꼈다. 이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이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외계종족의 침입은 다른 문제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지금의 사람들을 괜한 희생자로 만들 수도 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다 죽을 수도 있는데 굳이 400년 뒤 미래에 돈과 노력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다. 

 4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구를 향해 오고 있는 '삼체'들이 지구로 오던 도중 깨달은 것이 있다. 400년 뒤 지구가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삼체'는 지구보다 농업 혁명, 산업 혁명, 컴퓨터 혁명이 더디게 발전한 존재들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구는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의 짧은 시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났으며 그 이후엔 컴퓨터 혁명이 발생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엔 지금과 같은 컴퓨터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세상의 컴퓨터는 인간보다 어떤 분야에선 뛰어난 존재가 되었다. 앞으로의 발전이 어떻게 될지 모르며,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지금의 기술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그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삼체가 400년이 걸려 지구에 도착했는데 그 2424년의 지구가 삼체가 가진 기술 이상으로 발전해 있다면 삼체는 지구인들로부터 학살당할 것이다. 그래서 삼체는 '지자'라는 컴퓨터를 활용해 지구의 기술발전을 저해하려 하는 것이었다. 400년 뒤의 세상은 어떨까,,,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곳이 될지 지금과 비슷한 공간이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2. 불가항력 존재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

 삼체라는 종족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구는 그들을 공격하기 위한 대비를 하지만 어떤 이들은 삼체가 '신'인 것 마냥 따르기 시작한다. 신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것이 '삼체'는 '진짜' 반응을 해주기 때문이다.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고 인간 앞에 나타나 많은 일들을 행한다. 삼체에게 도움을 요청한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삼체'가 그들의 '메시아'인 것처럼 생각한다. '주님'이라 부른다. 인간은 신 앞에서 나약해진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세상의 여러 종교가 있다. 나는 기독교를 믿기는 하지만 어느 종교든 어떤 절대적 존재를 상정한 뒤 그의 말과 힘을 빌려 인간을 통제하려고 하는 건 팩트다. 자신과 다른 집단이면 배척하려 하고 자신과 같은 집단이면 우호적으로 대한다. 또한 종교전쟁과 같은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만의 대의를 위해 자행된 학살 또는 살인이 전부 합리화된다. 과연 신이 원하는 것이 정말 그런 것일까? 기독교인들이 행했던 종교적 과오를 보면 나는 이렇게 확신할 수 있다. 신은 인간의 그런 행동을 원하지 않았다. 그냥 인간이 문제인 것이다. 인간들은 신의 말(있다고 전제)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 자기 식대로 행동하고 합리화한다. 네 이웃과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데 과거 기독교에선 몇 백만 명이 넘는 비기독교인들을 학살한 역사가 있다. 이게 과연 맞는 일일까 싶다. 불가항력 존재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은 있을 수 있지만 이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상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삼체

3. 죽음

 나는 드라마 속 여러 주인공들 중 '죽음을 앞둔 주인공'에게 큰 애정이 갔다. 췌장암 4기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 남자 주인공이다. 30대 초반이나 중반인 젊고 똑똑한 물리학 교수다. 그가 췌장암이라는 '죽음' 앞에 섰을 때 그는 상당히 덤덤한 모습을 보여줬다. 맨 처음 그도 부정을 몇 번 했다 했지만 결국 순응하고 받아들였다. 죽음이 다가오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저귀는 새들로부터 오는 행복감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남자친구 있었다. 죽음을 앞둔 그는 그녀와 대학 때부터 친한 친구였는데 그녀에게 한 번도 그의 속마음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죽는 마지막 날까지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다. 그게 그의 선택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는 '삼체'로 인해 400년 뒤 일어날 상황 혹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 큰 혼란을 느끼지 않았다. 곧 죽을 운명이기에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냥 별장 같은 곳에 친구들과 함께 떠나 바다를 피부로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상기해 보자. 죽음 앞에선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선 그 모습이 변화할 것이다. 내가 죽음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만 비로소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하루하루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 끝으로 췌장암 4기 주인공은 인류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앞당긴다.


 지금까지 드라마 삼체를 보며 느낀 점을 써보았다. 오래간만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드라마를 볼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넷플릭스에서 나온 오리지널 시리즈나 드라마 대부분이 명작인 것 같다. 이전에는 드라마를 양산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요즘 나온 드라마들은 신선한 소재와 플롯을 통해 드라마 퀄리티를 높여주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워낙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봤어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 수준이 조금 높아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단순한 재미를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겠다!

p.s) 최근 영화관에서 요즘 흥행하는 '범죄도시 4'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너무너무 노잼이었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뭐 개인적 취향이니... 범죄도시 1,2는 진짜 재밌었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