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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여행

6일간의 休憩する

by Quantum_H 2023. 7. 16.

 2023년 7월 10일부터 15일까지 약 6일 동안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2023년 초, 친구와 방학기간 동안 유럽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취소를 했었다. 그래서 이번 방학 땐 여행을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사실, 안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해야 할 공부들이 많았기에 약 두 달간의 방학기간 동안 죽은 듯 공부를 하려 했었다. 

 개강 한 3월 2일부터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사람들도 자주 만날 기회가 적어졌고 가족, 여자친구 빼고는 거의 못 만났던 것 같다. 내 의지로 '안' 만났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더 많은 변수와 상황들이 발생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나임을 알기에 최소한으로 내가 생각하는 필수적인 인간관계만 다져왔던 것 같다. 최대한 덜어내려 했었고 또 내가 하고 싶었기에 그렇게 했다. 인간관계 관한 말들 중 '인간관계는 가족, 친구 포함해서 셋도 많다'라는 말은 내게 위로를 준다 ㅋㅋ

 약 4개월 동안 친구들과의 약속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밤늦게까지 놀았던 적은 기억하기로 3일 정도 됐던 것 같다. 나머지 약속들은 전부 점심 한 끼 정도였다. 아, 딱 한번 저녁 식사 약속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밤늦게까지 놀면 그다음 날까지 영향이 가는 게 너무 싫었기 때문이었다. 또 점심 약속만 잡은 이유도 저녁때 약속을 잡으면 이후에 술을 마시러 가거나 놀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겐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또는 일들을 해 나가기 위해선 '덜어냄'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 '덜어냄'을 통해 얻는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잃는 것도 많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가 무엇을 더 원하는가를 고찰해왔기에 후회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행복한 시기였다.


 그렇게 이번 방학도 똑같이 지낼 예정이었다. 그러던도중, 부모님께서 일본 홋카이도로 같이 가족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일본엔 몇 번 가봤었어서 맨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가는 해외여행이라는 점 빼고는 특별해 보일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날짜와 큰 틀은 부모님께서 세우셨고 나머지 구체적인 계획과 이벤트들은 나와 동생이 짜기로 했다. 요즘엔 웹 서핑이 너무나도 잘되어있어서 이것저것 정보를 찾으며 계획을 짰다. 그렇게 모든 계획을 잘 정리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바라 본 하늘

  6일 간의 여행이랑 챙겨야 할 짐이 좀 많을 것 같았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많이 없었다. 10일 월요일 아침 4시 반에 일어났다. 오전 9시 비행기였기에 오전 7시에 인천공항에서 부모님과 만나기로 했다. 나와 동생은 5시 55분 집 앞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 공항에 오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 또는 해외에 나가는 줄 몰랐었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들이 많았었고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잠깐의 멈춤

  그렇게 6일간 많은 추억을 쌓고 어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착했을 때가 4시 반쯤이었는데 가족과 저녁을 인천공항에서 먹고 부모님은 본가로 가시고 나랑 동생은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 여행 이야기를 쓰기엔 너무나도 분량이 길어질 것 같고 또 내 글보다 훨씬 더 재밌는 이야기를 담은 글들이 많기에 '홋카이도 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른 글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이 여럿 있었다.

 첫째, 가족은 너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가족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끊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가족은 좋든 싫든 가족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모를 때가 간혹 있지만 그럴 때마다 인지하고 다시 소중함을 느껴야 가족 간의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또는 기분이 상하게 행동하고 말할 때가 있다. 안 그래야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행동들이 나온다. 예전 유튜브에서 어느 상담사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 한 내용을 들려주자면, 우리는 살면서 가족과 트러블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 가족들은 나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존재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바로, 가족과 나는 너무 긴밀히 연결이 되어있어서 '나와 가족'을 동일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들어, 그저 그런 친구가 나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와 다른 방향 또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그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그냥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은 '친밀하기에' 더 태도가 필터 없이 나오게 된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는다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나=가족'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가족 누군가에게서 나오거나 내가 싫어하는 방향성이 가족 누군가에게서 발현되면 내 기분대로 이야기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100%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나는 나도 자세히는 몰랐지만 나에게도 정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인 것 같다. 나의 그전까지의 글들을 어느 정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정말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친구들은 딱 '친구' 거기까지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과 '여자친구'에겐 나에게 적용시키는 잣대를 들이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종종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었고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다고 느낀 적이 많았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이 왜 나오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나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해 주었으면 했기에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어찌 보면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존재들이기에 그러한 존재들이 나의 방향성과 생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었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또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이기에 더 잘해주고 더 아껴주려 하지만 나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일 땐 받아들이기보단 내 식대로 바꾸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나의 잘못을 성찰하며 앞으로 가족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고 품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여행은 여가의 최고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3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시간, 돈, 건강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부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을 쓸 시간이나 여유가 없는 사람이 과연 부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 있다 하더라도 쓸 시간이 있어야 한다. 또 그 시간은 정말 여유롭지 않으면 생기기가 힘들다. 부자 중 최고의 부자는 개인 전용기가 있는 부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선 일반인이라면 행선지 편이 있는 공항까지 가야 하고 입국심사, 수하물 위탁 줄 대기 등등 준비해야 할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 하지만 전용비행기가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들은 거의 다 생략한 채 집 근처 비행장에서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이처럼 교통 시간도 여행에 가는 데에 있어 어마어마한 차이를 낸다.

 또 은 정말 어딜 가나 빠지면 섭섭한 존재이다. 돈이 있어야 여행을 갈 수 있다. 여행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교통비, 숙박비, 식비, 기타 비용 등등 정말 많이 들어간다. 특히, 해외여행은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옛날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해외여행은 누구나 쉽게 가는 것들이 아니다. 부모님도 열심히 일하셔서 돈을 쓰고 싶은 곳들이 있을 텐데 가족들을 위하여 쓰신다는 점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정말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건강. 사실 건강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여행 갈 시간이 많고 돈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여행 가기는 정말 어렵다. 어느 정도의 체력은 일상생활에도 필수적이지만 여행에선 더더욱 필수적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몸도 노쇠해 가기에 어쩔 수 없지만 그 정도는 건강을 관리한 사람과 관리하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는 점점 더 날 것이다. 10년 전 만하더라도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건강하셨다. 가족 8명이서 여행을 가도 이곳저곳 잘 돌아다니셨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긴 하지만 이전과는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님과 우리들이 더 노력을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오히려 힘들어하신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가능하실지도 모르겠다. 10년 전과 완전하게 똑같으시진 않겠지만 아직까지도 정정하시고 등산도 하실 수 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천재지변 수준의 재앙이 아닌 이상 집 근처 대학에서 1시간씩 정도 매일 조깅을 하신다. 80세가 넘으셨는데도 말이다 ㅎㄷㄷ 외할아버지께선 젊었을 때 직장 출근 전에 약 2~3시간 정도 걸리는 산을 몇 백번을 타셨다고 한다. 그렇게 유지한 건강이 지금에 와서도 빛을 발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처럼 우리의 몸은 소모품이기에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건강은 정말 모든 것들의 우선순위인 것 같다. 진부한 내용들이 인생의 전부이다.


 세 번째, 여행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다양한 시각을 갖고 싶다면 여행은 필수적이다. 물론 요즘엔 유튜브로 볼 수 있지만 직접 가서 그곳의 향기를 맡고, 경치를 보고,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세상이 점점 더 발전하여 각국의 언어를 AI가 알아서 통역해 주는 이어폰이 나올 것 같기에 이제는 외국어 공부를 덜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물론 그러한 이어폰은 효과적이겠지만 직접 내가 그들과 그들의 문화 속에서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대화를 위한 것들이 아닌,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그 속에 녹아들어 가기 위해선 직접적인 대화가 주는 메리트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다양한 시각을 갖고 싶으면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해봐야 한다. 나도 이전에는 해외를 정말 많이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여러 사람과 관계를 갖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듯이. 그러나 올해 복학을 한 뒤 굳이 해외를 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지 못한 경험들이 많고 우리나라도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 중 하나기에 정말 여러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 그냥 괜히 나가서 고생하지 말고 이곳에서 열심히 지낼까라는 생각이 굳혀지던 찰나였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역시 해외 경험은 국내 경험과 다르긴 다르다고 느꼈다. 그곳에서의 문화를 체험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메리트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여러 경험 거리가 많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는 그 우물 속에선 수압만 다른 부분들을 경험할 뿐이다. 우물밖엔 수 십 개, 수 백개의 우물이 있지만 우물 안에서만 지낸다면 그 사실을 모를 것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기에 한 우물 속에서 각각 다른 수심의 깊이를 경험하는 것 또한 좋은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얕게라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기에 지금의 우물을 하루빨리 벗어나 이곳저곳 다니고 싶다. 엄청난 호화스러운 여행은 나에겐 필요 없다. 건강에 큰 타격 없는 곳들이라면 최소한의 의, 식, 주만 있으면 된다. 넉넉한 여행 1번 가기보단 최소한으로 3번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넉넉한 여행 3번을 갈 수 있는 돈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 ㅎㅎ.

다시 출발

 이렇게 여행을 갔다 온 뒤 느꼈던 나의 감정들을 써보았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리며 열심히 리더 역할을 수행해 준 동생에게도 감사하다. 가족들과의 시간은 일분일초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더더욱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매번 같이 있지는 않더라도 늘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이 되길 진심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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