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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사진

'사고력'만이 생존한다(feat. 비문학)

by LePetitPrinceHong 2023. 2. 21.

 사고력. 정말 수도 없이 많이 들어 본 단어다. 특히, 어린 시절 사고력을 키워준다고 광고하는 학원이 정말 많았다. 또, 지금도 인터넷에 사고력이라고 쳐보면 관련된 사교육 시스템이 많이 나온다. 정말 그러한 학원을 다니면 '사고력'이 키워질까?

 사고력이란 간단히 말해 생각하고 궁리하는 힘이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일까. '생각 좀 하고 살아', '생각 없이 행동하지 마' 또는 '그런 생각을 하다니...' 등 많은 곳에서 쓰인다. 생각이란 결국에 '스스로' 무엇을 헤아려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조성희 작가님의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라는 책 프롤로그에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이 옳은 지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생각은 저마다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편할 듯싶다. '생각'은 중요하다! 

 점점 세상은 '사고력'만이 살아남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미 변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점점 일자리를 뺏길 것이다. 단순 반복 작업은 기계에게 대체된 지 오래이며, 이제는 AI라는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기존처럼 똑같이 살아간다면 언젠간 다 죽어!!!

출처: 셔터스톡

 나는 과거엔 지금보다 더더욱 사고력이 부족했던 아이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 문화에 그 탓을 어느 정도 돌리고 싶다. 유치원생, 혹은 그전까지는 세상에 모르는 것이 많기에 어떠한 것이라도 질문을 하더라도 어른들은 친절하게 알려준다. 모르는 게 당연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턴 점점 이야기가 달라진다.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워 놓는 시험 제도에 들어간 순간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데리고 학원에 갔다고 한다. 학원에서 테스트를 하나 봤다고 한다. 나는 한 문제에 정말 엉뚱한 답을 하나 썼다고 했다. 그러자 학원 원장님이 '진짜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에요. 어서 빨리 학원을 다녀 배워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학원 등록을 위해 과장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러자 엄마는 그냥 알아서 키우겠다고 하고 학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엄마 짱!!!) 이처럼 어느 순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고 이로 인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안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아왔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국어공부 시작과 함께 '사고력의 멈춤'은 정점을 찍는다. 시의 종류가 무엇인지, 시의 어조가 무엇인지, 객관적 상관물이 뭔지 등등...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작품을 진정으로 느끼고 공감하려는 것이 아닌 시험에서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맞힐지가 주된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확실하게 잘못된 교육 방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너도 그렇게 공부하며 성적 받고 대학엘 갔잖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도 똑같은 존재였고 그 당시 남들처럼 똑같이 지내왔다. 웬만하며 과거 후회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을 받아온 내 과거들은 너무 안타깝고 정말 슬프다. 그 당시 깨닫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된다. 그래서 대학에 왔어도 기쁘지 않은 것 같다. 대학에와서도 이런 문화는 이어진다. 특히, 질문을 하라 하면 대부분 손을 들지 않는다.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그렇게 '교육'을 받았었기 때문일까.

 질문이 멈추면서 '사고력'도 같이 멈추었다.

 스스로 생각해 내는 힘을 기른다면 이는 정말 큰 힘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을 듣거나 읽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그것이 왜 그럴까를 생각하게 된다면 좀 더 고차원(?)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도 한참 부족하고 '생각'을 안 하고 넘어가고 싶을 때가 많다. 왜? 그게 편해서다. 그냥 굳이 귀찮게 신경 쓰이게 생각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지금의 상태에서 '불편함'을 얻기 싫어서다. '원래 그건 그래'라는 말이 제일 멍청한 말 같다. 한번도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았으니 본인들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이점을 직접적으로 깨달았다. 3번의 수능을 치르면서 말이다. 국어 때문에 수능을 3번이나 보았다. 국어 성적에 늘 미련이 있었다. 왜 공부한 만큼 나오지 안 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컸다. 이전 글 '노력과 결과에 대하여'에 쓰여있듯 당연한 거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2년 공부시간의 70%를 투자했는데도 그런 거면 진짜 한 번은 잘 나올 만도 하지 않겠는가 ㅠㅠ 어렸을 때부터 책을 싫어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내가 글을 읽는 방식은 읽어도 읽는 게 아니었다. 한 문장을 읽고 그다음문장을 읽을 때 이미 그전 문장 내용들이 머리에서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생각을 하지 않고 읽었기 때문이다. "누가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안 해? 너만 안 해!"라고 할 수는 없다. 수능 비문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전국에 넘쳐나지 않는가. 긴장감 때문도 있겠지만, 생각하며 읽어 이해가 가고 납득이 가면 문제는 풀린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분명 눈으로 읽었지만, 생각하며 글을 읽지 못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재수과정 중간에 깨달았다. 하지만, 시험 때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읽기 양도 너무 부족했었다. 결국 그 해 국어도 망쳤다. 이 방법을 깨닫고 난 뒤 부터는, 글이 정말 생생하게 잘 읽혔다. 그렇게 3번째 수능 끝에 마침내 국어 1등급이라는 성적을 받게 되었다. 1등급,,, 고1~재수를 거쳐 삼반수 때까지 본 모의고사에서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국어 등급이었다. 인생 첫 국어 1등급이자 마지막 1등급이 되었다. (어느 사설 모의고사 시험에서는 국어 98점을 받았어서 첫 1등급 받나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1등급이 100점이었다 ㅋㅋㅋㅋ 실환가?)

문득 성적표를 정리하다 글의 소재가 떠올랐다.

 나의 예시는 한 사람의 예시에 불과하지만 '사고력'이 부족했던 나에겐 정말 효과가 있었다. 생각하며 읽는 것이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그 전의 내용들을 스스로가 납득이 간다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납득시키지 않고 눈으로만 읽고 쓱 지나가면, 진짜 머리에서도 쓱 날아갈 것이다. 이 방식은 오르비 인강 선생님 '심찬우' 선생님으로 인해 알게 됐다. 광고는 아니다. 그 선생님께 감사한 점도 많고 죄송스러운 점도 많다. 한 명의 인강 학생이었지만, 그 선생님에게서 배운 글 읽기 태도, 사유의 힘,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태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찬우 선생님의 관한 이야기는 개강 전 꼭 쓸 것이다!

 이제 글을 마치려 한다. "사고력"이란 정말 인생에서 중요하다. 사고력이 있는 한 인간은 무너지지 않을 거고 또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한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선 우선 "독해력"이 뒷받침해주어야 하기에 글을 정말 많이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정보들은 글로 쓰여있기 때문에 독해력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귀로 듣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양이 글보다는 매우 적다. 늦더라도 스스로 차분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가는 시간들을 갖다 보면, 본인의 생각의 외연이 확장될 것이고 또 이는 인생을 바꿔줄 만큼 큰 힘이 되어줄 것임은 분명하다.

+수능 비문학 가지고 사고력 타령하네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나름 50만 명이 보는 공식적인 시험이다. 국어 비문학 문제 하나당 2000만 원짜리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수능 비문학은 글의 짜임새가 완벽에 가까우며 어느 정도 수준의 '사고력'과 '독해력'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지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