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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음악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feat. 로이킴)

by Quantum_H 2024. 10. 20.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인 로이킴 님의 신곡을 소개해 볼 예정이다. 로이킴 님의 노래들을 티스토리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나온 신곡 제목은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다. 마침 올해 내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찰나, 이런 곡이 나왔다는 게 기뻤다.

 4월부터인가 여러 영상, 여러 노래, 여러 책들을 살펴보며 '사랑'이란 게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하며 지내왔다. 그동안, 인간과 삶,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많았지만 삶에서 꽤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사랑'에 대한 고민을 처음 하게 됐었다. 이전부터 있었던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얻는 감사함, 행복감도 있었지만 어려움, 못마땅함도 있었기에. 올해는 더 많은 문제들이 생겼어서 이런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신뢰 및 책임감에 대한 나의 과도한 집착이었을 수도 있지만.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몸소 깨달았다. 내가 '사랑'이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랑'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했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가족들에겐 편지로 밖에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해'였지만,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대부분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해'라는 말을 여자친구에겐 자주해왔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였다. '사랑'이 무엇인지 혹은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으레 커플들이라면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의 문화(?)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었다. 내가 정말로 사랑이 뭔지 알고 사랑해서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습관적으로 혹은 특별한 생각 없이 사랑해라고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에 말했듯이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며, 한 사람에 있어서도 그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그 사랑의 모습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가족을 사랑할 때의 '사랑'과 연인을 사랑할 때의 '사랑', 애완동물을 사랑할 때의 '사랑',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고 할 때의 '사랑'은 모두 다르다. 이러한 것을 살펴보면 이 지구상엔 약 80억 종류 이상의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아니 8000억, 혹은 무한의 사랑이 존재한다.


 내가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랑'의 정의에 내가 어느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한 달 전 친구랑 밥을 먹고 있을 때 친구가 내게 질문했었다. "지금 여자친구를 사랑해?". 나는 그 질문을 듣고 이전의 나처럼 "그렇지, 사랑하지"라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대충 말하고 넘길지 말 지 이 당시에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 친구에게 반대로 질문했다. "네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뭔데?".

 내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그 친구가 생각하는 '사랑'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그렇지, 사랑하지"라고 말했을 때 그 친구가 생각할 나의 사랑이 왜곡되는 것이 싫었다. 높은 확률로 내가 "그렇지, 사랑하지"라고 대답했으면 그 친구는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처럼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 이유로는 그 친구는 나에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겐 내가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나에겐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그 친구가 생각하는 '사랑'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더 싫었다.


 이처럼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여러 생각들을 해오던 중 로이킴 님의 신곡이 나온 것이었다. 타이밍 무엇... 이전에도 사랑에 관한 노래나 다른 가수들이 부른 여러 사랑 노래가 있지만 이번의 로이킴 님의 신곡은 조금 달랐다. 제목부터가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기 때문이다. 딱 내가 원하는 질문이었고 또 내가 올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가장 매력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정답이 없다는 것에서 그 매력을 찾을 수 있고 이 질문을 생각하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와 아름다움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킴 님의 신곡을 소개하기 전 내가 읽었던 '사랑' 관련 책 중에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해보려 한다. 바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다. 사랑에 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간 한 번 들어봤을 책일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땐 그냥 후딱후딱 읽었었는데 2024년부터 사랑을 고민하면서 다시 잡은 이 책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로이킴 님의 신곡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의 가사 소개 및 나의 의견, 관련된 영상을 공유해 보며 글을 마치겠다.


https://youtu.be/5ly8tAU-n_w?si=xQeXT7ew-Y7oLEC3

 

뜨겁게 사랑했던
계절을 지나
처음과는 조금은 달라진
우리 모습을
걱정 하진 말아요

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사랑을 한다. 하지만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처음과는 점점 달라진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로이킴은 걱정하지 말라고 썼다.(존칭 생략)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을 보며
사랑을 약속했던
우리의 마음은
영원한 거라

저물어 가는 노을도
그리고 찾아올 밤하늘도
우리 함께한 시간 만큼
아름다울 거예요

아침-노을-밤하늘 순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을 약속했던 아침도 아름다웠지만 저물어 가는 노을, 이후 찾아올 밤하늘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

드디어 나오는 로이킴 님의 사랑에 대한 정의다. 누구를 만나든 처음의 설렘은 점점 익숙함으로 변해간다. 이건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나 공부를 해도 처음에는 힘이 나고 설렜어도 그것을 계속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면서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익숙함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지루함을 느끼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더 좋다 나쁘다를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로이킴 님이 말하는 사랑은 그 익숙함을 소중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솔직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사랑하는 대상이 자신의 마음에 100%들 확률을 0이다.(0에 가깝다) 살아온 배경, 생활 방식, 하는 일, 읽을 책, 본 영상, 들은 음악이 나와 100% 일치할 확률은 이런 변수들을 더 넣을수록 0에 수렴한다. 물론 잘 맞는 부분도 매우 많겠지만 자신 맘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럴 때 누구는 더 나은 사랑을 찾아 떠날 수도 있고 누구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할 수도 있다. 로이킴 님이 말하는 사랑은 이러한 것이고 또 이후 서로에게 더 솔직하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그게 사랑일 거야
내가 아는 사랑인 거야

 이 부분도 내가 좋아하는 가사 중 한 부분이다. '그게 사랑일 거야'라며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의 방식과 정의를 알려준다. '그게 사랑인 거야'라고 표현을 하지 않은 부분이 좋았다. 사랑'일'거야 와 사랑'인'거야 는 한 글자 차이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이후 가사에서도 '그게 사랑인 거야'가 아닌 '내가 아는' 사랑인 거야 라는 표현이 나온다. 자신이 아는 사랑의 의미를 전달해 주는 것이지 이것이 '사랑'의 보편적인 정의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바다가 지겨워지고
숲이 푸르르지 않다고
그 아름다움을 잊는다면
사랑이 아닐 거예요

이 부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 중 한 부분이다. 나도 바다와 숲을 정말 좋아한다. 아직까진 바다를 갈 때나 숲을 갈 때 지루함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간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바다와 숲을 좋아하는 이유도 '가끔' 봐서 일수도 있다. 맨날 눈앞에서 바다를 보며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바다가 지겨워져도 숲이 푸르르지 않다고 본인이 느껴 그 아름다움을 잊는다면 사랑이 아닐 거라 이야기하고 있다. 첫 가사 부분과 유사하게 익숙함 속에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로이킴 님이 정의하는 사랑인 것이다.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솔직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

내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것엔
그대가 물들어 있어서
없이는 나 살 수 없어서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한 시간에 '물들어 있어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인상 깊었다.

네가 노래가 된다면
나만 알고 싶고
그 어떤 가사보다
아껴 부르며
간직하고 싶은 것

마치 좋은 건 자기만 갖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들의 귀여운 욕심(?). 사랑하는 대상을 노래로 비유하며 자신만 알고 싶은 노래 그리고 쉽게 가사를 읊는 것이 아닌 아껴 부르고 싶고 간직하고 싶다는 것. 사랑에 대한 찰떡같은 비유다.

그게 사랑일 거야
내가 하는 사랑인 거야

그래 그게 바로 사랑일 거야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반복하며 노래가 끝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유사한 부분이 정말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소개한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들이 나도 유사하게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였다. 특히 이전부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을 마음 깊이 살아왔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https://youtu.be/cA93cRYLBUc?si=KTUSnEhdTjJx254d

 끝으로 유튜브에서 본 여러 영상들 중 신곡 출시 기념 로이킴 님과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이 같이 출연한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너무나도 재밌고 정말 깜짝 놀란 부분이 있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랑이 어떤 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영상을 참고해 보면 좋을 것이다. ㅎㅎ 과학자들이 사랑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탐구하고 연구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이 영상에서 내가 가자아아아아아아아아앙 좋아하는 책과 그 책 속에 있는 내용들 중 의미를 많이 둔 부분을 그대로 말씀해 주시는 부분에서 진짜 깜짝 놀랐다. 이전 티스토리에 자주 언급했던 책이기도 하며 그 구절 또한 소개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장동선 박사님이 소개해주신 부분에 대한 내용을 몇 달 전 여자친구에게 그대로 똑같이 말했었다. (힌트: 여우가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