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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뇌의식의 증명'(feat. 후기 없는 책 후기)

LePetitPrinceHong 2024. 5. 26. 13:55

 오늘 쓸 글은 최근에 읽었던 책 리뷰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는 것이었는데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책 이름은 바로 '뇌의식의 증명'이다. 유안 스콰이어스 교수님이 쓴 책이며 책 이름부터 벌써 읽기 싫어지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생각의 폭을 확장시켜 준 책이며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책이다.

 나도 이 책이 읽고 싶어서 일부러 골라서 읽은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와 대학교 개강 전, 1박 2일 정도 힐링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갔을 때였다. 어떤 법당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날 입소한 사람들과 간단히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템플스테이 관리자께서 책장에 책도 있으니 자유롭게 읽어도 된다고 하시길래 나는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 거기서 만난 책이 '뇌의식의 증명'이다. 불교 관련 혹은 수양 관련 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 나의 시선이 꽂힌 제목이 뇌의식의 증명이었다. 

 템플이라는 곳에서 이러한 책을 만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물론 요즘의 템플스테이는 속세를 떠나 잠깐 쉬면서 힐링하는 곳으로 변해 종교적 의미가 많이 사라졌긴 하지만 그래도 템플에서 '뇌의식'이라니 그것도 '증명'을 하는 책이 꽂혀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 책을 들고 각자 쉬는 공간에 들어와 읽기 시작했다. 책의 제목과 지금의 공간 간의 괴리감을 느껴 이 책을 골랐기도 했지만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물리학, 의식의 본질을 말하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일단 나는 물리학에 관심이 많기에 과연 이 저자는 의식을 과연 어떻게 물리학으로 설명할지 궁금했다. 

 책을 스르륵 훑어봤는데 각 챕터의 주제들이 정말 다양하고 너무 어려워 보였다. 환원주의, 유심론, 심신 동일론, 이원론, 의식의 속성, 시간과 비대칭성 열역학, 괴델의 정리, 양자론과 결정론, 숨은 변수 모형, 염력과 양자물리학 등등 단순히 봤을 땐 '아 이런 내용~'하며 지나갈 수 있겠지만 자세하게 또 엄밀하게 파고든다면 정말 어려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정말 어렵고 재밌는 내용이 많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몇 분 뒤 졸음이 찾아왔다. ㅋㅋ 여행을 와서 피곤한 것도 있었지만 책 내용이 너무 어렵고 저자가 쓴 말 자체가 (번역판으로 읽었다) 학교 교수님이 해주시는 말보다 어려웠다. 이 저자가 설명을 잘 못한다거나 일부러 어려운 말을 썼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이해력과 문해력이 너무나도 딸린 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저자도 말했듯이, 자세한 내용들은 이 책에 모두 담기가 어려워 생략한 부분이 많다고 했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부족한 내 자신을 만나게 됐다.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내가 그와 관련된 지식이 있어야 했고 나의 독해력 또한 더 높은 상태여야 했다.

 졸음을 꾹 참고 계속해서 읽어가자 드디어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 '개념'들이 어디선가 들어보거나 혹은 고등학교 때나 다른 책에서 배운 내용들이 있었지만 그 당시 배운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방식을 바꿨다. 새로운 내용들을 조금씩만 담아간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약 1시간 정도 읽었다. 그러다 굳이 템플까지 찾아와 템플 스테이에서 보내는 시간인데 책만 읽기엔 아깝다 생각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책을 덮고 템플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템플 스테이 글도 써보겠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개강을 하고 학교를 다니던 도중, 아쉬움이 남았던 그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템플 스테이를 할 당시 이 책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한 행동이 하나 있었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인 만큼 대학생 때 학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싶어서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책이 없었다... 그러나 나에겐 방법이 하나 있었다. 재학하는 동안 (구체적인 액수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꽤 컸다) 책을 학교에 주문해 무료로 빌려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시스템을 활용해 학교에 책 주문을 하였다. 그 책이 드디어 학교 도서관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책을 빌려 약 2주간 버스를 타고 가면서 혹은 잠깐 수업 중간 틈이 날 때 읽어 나갔다. 뒤로 점점 갈수록 미로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고 꾸역꾸역 읽어갔다. 뒤 쪽엔 양자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이를 의식과 연결하는 내용이 본격적으로 나왔다. 사실 이 책의 앞부분은 이 마지막 부분 내용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이전 내용들 그 자체도 의미는 있지만 이 책의 주제는 그 내용들이 아니었기에) '의식'에 대한 저자의 여러 의견과 지식들이 담겨 있었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뒤 나의 감상평을 짧게 쓰고 글을 마치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의식의 문제를 '심리학' 혹은 '인지과학'으로만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 뇌 현상은 '물리 법칙'이 적용될 수 없으며 뇌는 뭔가 심리랑 연결이 되어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예를 들어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현상, 조수간만의 차, 전자기 현상 등은 물리학 범위라고 생각하지만 뇌와 관련된 '의식' 문제는 물리보단 뭔가 '심리' 쪽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생각이지만 당연한 생각은 아니다. '물리학'이 이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학문이라면 물리학은 '뇌'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지금으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심리학이나 인지과학만으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뇌는 생각 이상이상이상이상으로 복잡한 대상이며 현재의 대부분의 연구도 뇌가 그냥 그렇게 '반응'하는 것을 토대로 연구를 하는 것이지 '왜 그런 현상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건 물리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자물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시대의 많은 학자들은 양자현상은 받아들이는 것이지 절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해'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말은 달라지겠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런 현상이 이 현실에 나타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양장본으로 구매해주셨다

 그렇다면 양자 물리학 혹은 그 이상으로 복잡한 '뇌', 그리고 '의식'의 문제 또한 우리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만 해야 되는 것인가? 이 책엔 이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는 뇌와 관련된 많은 부분 중 '의식'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의식의 본질을 증명하려고 했다. 제목은 증명이긴 한데 증명이라기보단 '의견'에 가깝긴 하지만 어찌 됐든 저자의 그런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이러한 복잡한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 우리는 정말 많은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는 곱하기 나누기만 잘해도 우수한 수학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고등학생이라면 이 내용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적분, 확률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학 석사 과정 생들은 미적분뿐만 아니라 선형대수학, 해석학, 정수론, 군론 등을 알고 있어야 석사 과정을 잘해나갈 수 있다.

 '의식'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개념적 측면 이상으로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지식들이 필요하다. 이 저자가 바로 그런 지식들을 섭렵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저자는 이론물리학 교수님이라 그런지 정말 많은 물리학적 내용 심지어 그 이상 심리학 혹은 과학적 내용을 알고 계신 분이다. 이러한 교수님이 쓴 책을 한번 읽고 단 한 번에 이해를 했다니,,, 그래서 어느 정도 물리학적 지식이 쌓인 뒤 다시 한번 더 읽어볼 예정이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최근 읽었던 '사피엔스'보다 책의 분량은 훨씬 적었지만 읽기가 10배 정도 어려웠다.(사피엔스가 easy 했다는 이야기가 아님.) 

 당신은 우리의 '의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인식하는 빨간색과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빨간색은 과연 똑같을까? 혹은 우리는 어떻게 '상상'을 할 수 있는가? '텔레파시'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컴퓨터와 당신과 구별할 수 없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 프로그래밍된 컴퓨터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은 왜 스스로가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과는 차원이 다른 현상이다. 이는 심리학 혹은 뇌과학 만으로는 절대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들 중 가장 최적 방법은 단언컨대 '물리학'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학문들이 쓸모가 없다는 것이 아니고 물리학이 다른 학문들보다 많은 현상을 잘 설명해 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정말 어렵고 복잡하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싶을 땐 물리학이 거의 필수적이며, 최근 학교 교수님께선 '요즘엔 영화를 보거나 SF 소설을 읽으려면 물리학 지식이 없고서는 온전하게 이해하기가 힘든 것 같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과연 물리학조차 '의식'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최근엔 양자 물리학이라는 정말 유용한 툴을 알게 됐기에 물리학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물리학이 자연의 정말 많은 현상들을 설명해 왔듯이 양자 물리학도 '의식', '뇌', '우주'와 같은 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