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굳이 Day'(feat. 듄2)
한 달에 하루. '굳이 저걸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날이 있다. 일명 '굳이 Day'. 3월의 '굳이 Day'는 나름 특별했다. 금요일, 토요일도 아닌 학교 다니기 바쁜 주중에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바로 새벽 1시 30분에 영화 보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만했다. 바로 여자친구가 그토록 기대하고 기대하던 '듄 2'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 개봉한 '듄 1'의 열렬한 팬이었던 여자친구는 올해 2월 말 개봉한 '듄 2'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물론 나도 코로나 시절에 여자친구 덕분에 접한 듄 시리즈를 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듄은 웅장한 사운드와 스펙터클한 화면이 중요하기에 큰 화면에서 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용산 아이맥스다. 아이맥스는 이전에도 몇 번 봤었지만 용산에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용산 아이맥스가 왜 유명하냐면 바로 아래 사진처럼 스크린 크기가 국내 최고로 크기 때문이다... 어메이징 사이즈다. 가장 바깥 민트색 화면이다.
사람들도 이것을 다 알아서 그런지 용산 아이맥스의 듄 예매는 정말 치열했다. 우선 영화 시간이 오픈되자마자 1분 안으로 중앙석 및 괜찮은 좌석은 전부 매진된다. 어느 정도냐면 다른 영화관에선 팔리지도 않는 사이드 좌석까지 다 매진될 지경이다. 심지어 cgv에서 만든 svip기능으로 cgv 사용 실적이 높을수록 미리 영화 오픈 알림을 해주는데, 이 알림 때문에 주기적으로 영화 오픈을 확인하지 않는 한 명당을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 업자를 통해 사거나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에서 구할 수는 있다. 물론 이런 되팔이 사람들 때문에 더더욱 명당을 잡기가 힘든 것이기도 하다.
svip도 아닌 나는 한번 잡아보자 라는 생각에 cgv 어플을 깔아 확인하기 시작했다. 1주 차, 2주 차, 3주 차 오픈 영화는 전부 명당자리는 매진이었어서 4주 차를 노려야 했다. 영화 오픈은 정말 랜덤이다. 언제 열릴지 그 누구도 모른다. (담당자 빼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했다. 영화 상영 1주일 전인데도 영화 오픈이 되지 않았었다. 정말 많이 cgv 어플을 들락날락했던 것 같다. 하루에 200번은 들어갔던 것 같다. 밤 낮 할 것 없이 확인했다. 평소 헬스할 땐 핸드폰을 락커룸에 놓고 다녔지만 그 이틀 동안 계속해서 확인하며 운동을 했다. 정말 잡고 싶었다. 여자친구도 아이맥스로 보고 싶어 했지만 용산 아이맥스 명당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었어서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랬어서 그런지 나는 더더욱 잡고 싶었다. 여자친구는 굳이 안 해도 된다 했지만 왠지 모르게 나도 꼭 성공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틀간 계속 확인을 했는데도 열릴 기미가 안보였다. 포기할까 포기할까 중간에도 생각했지만 하루만 더 해보자 라는 마인드로 계속 미련을 갖고 확인했다. 그러던 3월 14일 7시 30분쯤. '듄 2'의 다음 영화 스케줄이 떴고 예매준비 중이라는 표시가 떠있었다. 약 3일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으며 초집중하기 시작했다. 새로고침을 몇 번 하던 도중 영화가 오픈됐다. 나는 3월 20일 수요일 영화 4타임 중 시간이 되는 회차가 새벽 1시 30분 밖에 없었어서 일단 그것을 클릭한 뒤 중간 자리를 오픈하고 바로 결제창으로 넘어갔다. 결제창까지 넘어가서 침착하게 결제를 마치고 나니 예매가 완료됐다!!! 야호! 딱 중간 자리를 클릭하려다 누군가와 겹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딱 중간 좌서 바로 옆자리를 누른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시간대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해냈다는 것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여자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가족한테도 자랑했다. 여자친구는 믿기지 않는다고 하며 정말 대단하고 고맙다고 해줬다. 인간승리... ㅋㅋ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영화 오픈에 흥분한 나머지 목요일 금요일 타임도 있었는데 첫 장에 수요일 밖에 없어서 수요일을 택했던 것이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옆으로 넘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말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잡은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그렇게 6일 뒤 나는 여자친구와 수요일에서 목요일 넘어가는 새벽 1시 20분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끝나는 시간은 4시 30분이었다. ㅋㅋ 사실 그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여자친구와 나 모두 '아, 이건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날을 '굳이 Day'로 정했다. 나는 일주일 중 수요일이 제일 바쁘고 여자친구는 목요일이 제일 바쁜 사람이었다. 수요일 살인적인 일정을 끝낸 뒤 저녁 9시에 여자친구 집엘 갔다. 가서 일단 먼저 씻고 약간의 휴식을 가졌다. 미리 씻은 이유는 영화 끝나고 바로 오자마자 잘 생각이었다. 원래는 용산 cgv 근처 찜질방이나 숙소에서 잘까 했었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택시를 타고 오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택시가 오히려 더 싼 것이었다. 심지어 10시~새벽 4시까지 할증 시간인데 영화는 할증시간 이후에 끝났다. 그래서 용산 cgv에서 여자친구 집까지 택시비가 약 1만 원 정도 나오는 것이었다. 그럴 거면 그냥 영화 보고 택시 타고 집에 와서 편안하게 자기로 결정하고 미리 씻고 영화관에 갈 준비를 했다.
새벽 1시 30분 영화였기에 우리는 지하철 막차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막차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불이 꺼진 용산 아이파크 몰을 통해 cgv로 갔다. 새벽 12시 40분이었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어 깜짝 놀랐다. 내가 본 새벽 1시 30분 영화에 아래 사진과 같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했다. 300명 넘게나 말이다...
이번 용산 아이맥스는 더더욱 의미가 있었다. 여자친구와 처음 보는 새벽 심야 영화이자 용산 아이맥스를 처음 경험해 본 날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선 새벽에도 팝콘과 음식을 팔고 있었다. 혹여나 졸릴까 봐 커피를 샀고 팝콘과 핫도그로 출출함을 달랬다. 그렇게 아이맥스 영화관에 입장했다. 실제로 보니 화면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었다. 이렇게 큰 영화 스크린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아이맥스 광고를 했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친구는 심지어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ㅋㅋ.
그렇게 정말 재밌게 '듄 2'를 보았다. 영화 스토리는 이번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지만 아이맥스로 본 보람이 있었다. 사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사운드 부분에선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화면은 정말 국내 원탑이었다. 화질도 좋고 사이즈는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질만한 사이즈였다. 몇 달 전 코엑스 돌비 시네마에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를 봤었는데 돌비 시네마가 사운드가 더 좋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스크린 크기는 용산 아이맥스가 짱짱짱이다. 명당에서 봐서 더더욱 실감 났다.
그렇게 '굳이 Day'를 잘 보내고 새벽 4시 30분 여자친구와 택시를 타고 여자친구 집엘 도착했다. 가자마자 우린 바로 잠에 들었다. 5시간도 못 잔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피곤함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색다를 경험을 하고 온 것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다음 날 벌떡 일어나 서로 각자 학교에 갔다. 나는 혹시 몰라 커피 도핑을 하였다...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커피를 사 마셨다.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물론 토요일에 피곤함이 쌓여 8시간 넘게 잠을 잤지만 말이다 ㅎㅎ.
한 달에 한번 '굳이 Day'는 이와 같이 내게 큰 의미를 주는 날이다.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틀에 박힌 일상생활 속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주는 날이기도 하다. 이러한 날들을 매일 보내는 것도 그다지 즐겁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꼭 필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어본 분들도 한 달에 한 번 자신만의 '굳이 Day'를 만들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경험을 해보길 강력하게 권해드린다! 4월의 '굳이 Day'는 어떨지 벌써 기대가 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