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동물농장'

LePetitPrinceHong 2024. 3. 10. 22:53
책 속에는 과거의 모든 영혼이 가로누워 있다
-칼라일-


'동물농장' // 조지 오웰

 평소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상상을 할 때가 많다. 물론 지금의 불편함이 해소된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세상이 실존은 하는 것이며 또 그러한 세상이 오더라도 이전보다 행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한 생각을 해보는 데 있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세상엔 문제가 없다. 인간이 문제일 뿐 세상은 아무 잘못이 없다.

 '동물농장'은 어떤 농장에서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과 농장을 장악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동물들은 농장에서 인간을 위해 일을 하는 것에 큰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주적이었던 인간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돼지들은 처음엔 어느 동물보다 똑똑했고 또 공정과 정의를 실현시키려고 누구보다 노력했다. 그러나 돼지들 간의 불화 및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나폴레옹' 돼지와 '스노볼' 돼지가 갈라서게 된다. 농장을 지배하게 된 '나폴레옹' 돼지 그리고 그의 충신인 '스퀼러' 돼지는 '정치질'을 통해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들보다 무지한 동물들의 여론을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조작하며 많은 동물들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끼워 맞춰 살아가게 만들었다. 반란 초기에 세웠던 '7 계율'을 은근슬쩍 바꾸는 행위, 숫자를 통한 여론 몰이, 개를 이용한 폭력과 위협 등으로 점점 권력자들의 뜻대로 농장을 바꿔나간다. 그러나 돼지들만 문제인 것이 아니었다. 무지성으로 돼지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동물들의 반응도 큰 역할을 했다. 결국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다던 계율마저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로 바뀌면서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만들었던 '동물농장'은 점점 병들어간다.

 나는 이 책의 주된 내용을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 혹은 전체주의의 결말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의 민주주의나 자유주의도 그것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회사든 군대든 어느 사회 조직에서, 초기에는 누구나 기존의 불합리한 체제나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대다수는 '미래에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그 미래가 왔을 때 과연 그런가? 본인의 경력이 쌓이거나 어느 정도 권력을 갖게 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힘으로부터 파생된 이점들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10년 전이건 20년 전이건 '사회'는 똑같다. 기술적인 진보 혹은 물리적인 진보는 했겠지만 의식적인 진보는 단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후임 때 선임들을 보며 '개혁'을 꿈꿨던 이들도 선임이 되면 싹 다 잊어버린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었던 과거의 자신을 부정해 버린다. 마치 '동물농장'에 나오는 몇몇 동물들과 같이 살아간다.

 독재 정권이 아닌 우리나라 사회도 '동물농장'과 다를 바가 없다. 신문 또는 소문을 통한 여론 조작, 중요 사건을 덮기 위한 자극적인 사건 뿌리기, 통계를 통한 조작, 자신이 했던 말을 언제 그랬냐는 듯 바꾸기 등 세상은 우리를 조종한다. 아, 세상이 아닌 인간들이 인간을 조종한다. 사실 권력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개돼지다'라는 유명 영화 대사가 있듯이, 대다수의 국민들도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곳곳에 폐단이 이어진다. 한 번이라도 본인의 양심에 질문해 봤더라면 결코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대부분 동물들처럼 글자를 몇 개 읽을 수나 있지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할 능력이 없다. 단지, 타인의 의견 또는 반응을 자신의 반응인 것처럼 자신의 의견에 덮어 씌울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통치 계층을 욕하기만 바쁘지 정작 본인을 돌아볼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또 돌아보더라도 '원래 세상은 그래'라 말하며 합리화만 할 뿐이다. '동물농장'을 통해 '동물'에서 벗어나 인간다워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