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feat.인문학 독후감 시작)
2024년부터는 이전의 글들과 다른 느낌의 글을 쓰고 싶었다. 티스토리는 약 1년 동안 나의 생각들을 그냥 남겨보는 하나의 공간이었지만 올해는 좀 더 깔끔하고 양질의(?) 글을 티스토리에 쓰고 싶었다.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었다. 경제학 혹은 물리학, 영화 혹은 책 등 일주일에 하나씩 주제를 잡고 글을 쓰는 것.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우리 학교에서 정한 '인문학 필독서' 목록을 보게 됐다.
사실 내 성격상 '필독서'와 같은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필독서'란 누가 정한 것이며 혹여나 읽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인가? 유튜브 혹은 SNS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현대인 필수 지식', '이걸 모르면 바보다'라는 소재의 타이틀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극적이고 의도적 관심 끌기에 나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책을 통해 나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책엔 관심이 많았다.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일주일에 책 1권' 또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약 2년 동안 학교에서 추천한 도서를 1주일에 1권씩 읽고 독후감을 티스토리에 남겨보자! 또 그 독후감을 학교 계정 독후감 올리는 곳에 올려보자! 나름 1석 2조 혹은 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추천 도서가 좀 많기에 약 2년 간 계획을 잡았다. 딱 대학 졸업할 때까지 말이다. 학교 추천 도서 중 약 15프로 정도는 읽었던 책들이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기로 다짐했다. 솔직히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 자신이 없기도 하다. '사피엔스', '총, 균, 쇠', '방법서설', '삼국유사', '파우스트' 등 방대한 분량과 깊은 내용을 일주일 만에 읽는 것이 가능할지 또 그렇게 읽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도전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강박에서 벗어나기! 만약 다 읽지 못한 주에는 가끔은 다른 내용을 쓰기로... 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두 권의 책도 읽을 수도 있다 ㅎㅎ
이 프로젝트를 2024년 3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첫 책은 꼭 한 번은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다.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책이 우선 다른 책들에 비해 두꺼운 편이어서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다른 공부도 하느라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다... 2월 달 한 달 내내 읽었다 ㅎ. 예전에 '총, 균, 쇠'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 이런 책을 완독 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책들을 읽을 때 거부감이 좀 사라지고 부담이 줄어드는 느낌. 각설하고 독후감을 써 볼 예정이다. 약 1500자~2000자 분량으로... 오늘부터 시작이다!
내가 세계를 알게 된 것은 책에 의해서였다
-장 폴 사르트르-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인간'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은 평생 해도 깔끔하게 해결될 확률이 적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와 같은 고민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존재로 탄생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고민들은 일상생활에 실용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의미하지도 않다. 위와 같은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해오던 중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만났다. 대담한 질문을 통해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사피엔스'가 어떻게 등장했고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4가지 파트로 분류했다. 첫 번째로 '인지혁명'을 통해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상 최상의 포식자가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들은 할 수 없었고 또 하지 않았던 것들을 만들어 냈다. 종교, 국가와 같은 허구적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지구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지구를 정복했다고 할 수 있지 다른 생명들에겐 '학살자'나 다름없었다. 두 번째로 '농업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큰 변화를 겪었다. 수렵 채집인들과는 달리 인간(사피엔스)이 농업을 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숫자 체계의 발달과 같은 이로운 점도 있었지만 날씨나 기술에 영향을 받는 농업은 인간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노동의 강도가 더 심해졌고 기존 수렵채집인들에 비해 걱정이 많은 존재가 되었다. 세 번째로 '인류의 통합' 부분엔 인간이 '화폐', '제국', '종교'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인류를 통합시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화폐'와 '종교'는 전부 인간들이 그럴싸한 말들로 만든 허상에 불과했지만 현세대를 지배하는 가장 큰 원리들이다. 예를 들어, '화폐'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현시대의 경제 체제는 전부 무너질 것이다. 끝으로 유발 하라리는 '과학 혁명'을 통해 '제국'들은 힘을 키워나갔다고 설명한다. 특히 '신용'을 활용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차이는 시대가 변할수록 점점 커져갔다. 과학 혁명으로 인해 현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전쟁 혹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걱정의 증가, 소비의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시대라고 설명한다.
유발 하라리의 이러한 생각들은 기존의 나의 고민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특히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유발 하라리의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들의 '망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인간이 이기적인 것은 자연의 섭리일 수도 있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다른 동물들은 만들지 못했던 '화폐', '종교' 등을 의도적으로 만든 사실들을 보면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사피엔스는 피임 기구를 만들 정도로 자연의 섭리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하는 존재다. 이러한 존재들의 이기심은 의도적인 것이기에 더욱 문제라고 생각했다.
국가의 존재가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는지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국가는 나를 보호해 주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지켜주지만 또 그러한 것들을 한순간에 빼앗아갈 수도 있는 존재다. 전쟁, 즉 몇몇 지도자들이 말하는 대의명분을 통해 개인의 목숨은 처참히 희생된다. 이 책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더 깊은 고민을 해보았다. 우리는 호르몬의 반응을 느끼는 존재며 뇌의 전기 신호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존재다. 이러한 존재들에게 '행복'이란 전기 신호에 불과한 것 아닐까? 만약 호르몬 혹은 뇌의 조작으로 인한 전기 신호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행복이 인생의 목표인 사람들은 과연 그 기술을 활용할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행복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또 행복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우리는 한 번쯤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