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드라마

[드라마후기] '베를린'(FEAT. 사랑에 관하여)

LePetitPrinceHong 2024. 1. 14. 14:32

 기대하고 기대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나왔다. '베를린'이다. 몇 달 전 '베를린'이 나온다는 예고편을 보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던 이유는 넷플릭스에서 정말 핫했던 드라마 '종이의 집'의 스핀오프(외전)였기 때문이다.

 '종이의 집'은 내가 넷플릭스의 멤버쉽을 지금까지도 유지할 수 있게 첫 스타트를 끊어준 작품이다. 때는 2019년, 전적대학교를 다닐 때였다. 한창 삼반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드라마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종이의 집'은 스페인 드라마다. 빨간색의 복장과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을 쓴 주인공들이 '스페인 조폐국'을 장악하는 드라마다. 단순한 강도짓을 넘어 한 나라의 '조폐국'을 턴 뒤 그곳에서 화폐를 찍어낸다는 대담한 소재가 나에겐 정말 신선했다. 보석 훔치기, 비싼 물건 훔치기 등과 같은 스케일이랑은 다르다. 조폐국을 털어 화폐를 본인들이 찍어낸다는 발상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만 해보더라도 행복한 상상일 것이다ㅎㅎ. 아, 나중에는 금괴가 쌓여있는 '스페인 국립 준비은행'도 털게 된다 ㅎㄷㄷ. 한 나라의 화폐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자산을 훔치는 것이다. 이러한 강도 과정 중에 발생하는 돌발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는 것이 이 드라마의 묘미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A-Z 플랜까지의 철저한 계획을 통해 기발한 방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소름이 돋았다. 이번 글은 종이의 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정도에서 끝내려고 한다. 시즌1부터 5까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진입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분량이지만 딱히 볼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적극 강추'해 드린다. 개인적으로 1 PICK 드라마다.

 베를린은 '종이의 집' 주인공이었던 베를린에 관한 이야기다. 아마 조폐국을 털기 이전의 베를린의 과거를 보여줬던 것 같다.(정확하지 않음) 그땐 조폐국보다는 작은(?) 스케일인 경매회사 금고에 들어있는 '보석'을 터는 것이었다. 4400만 유로 한화로 약 600억 원이다. 이 보석들을 훔치는 과정을 기존 '종이의 집'에서와 같은 과정을 통해 보여주었다. 어떻게 털 건지, 어떻게 도망칠 건지,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그렇게 잔혹한 리더였던 베를린의 모습을 또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종이의 집' 캐릭터들을 전부 좋아하지만 '베를린'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애 캐릭터다. 그의 '사이코패스'적 성형은 약간의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지만 그 또한 강렬한 남자로 대변되는 인물이기에 더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사실 오늘 글에서는 '베를린'의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12월 마지막째 주에 나온 드라마고 8부작으로, 요즘 드라마들보단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직접 보길 추천한다. 오늘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베를린'에서 나온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페인 영화나 드라마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인가 싶기도 한데, '사랑'이라는 소재가 꽤 솔직하고 정열적으로 사용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멜로나 로맨틱 드라마와 영화가 있지만 그들과는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부분 잘생긴 남자 주인공 또는 여자 주인공이 살랑살랑(?) 마음을 건드리는 느낌으로 사랑을 시작하며, 중간에 끼어드는 방해꾼(?)이 등장하거나 혹은 삼각구도가 만들어진다. 한국 멜로드라마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많고 그 파스텔 톤의 분위기를 되게 많이 끼워 넣는다. 몇 년째 반복되는 플롯 때문에 그런지 한국 멜로나 로맨틱 콘텐츠 특히 드라마는 잘 안 보게 되었다. 말이 안 되는 백마 탄 왕자님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ㅋㅋ. 멜로드라마가 아닌 최근 유명했던 '더 글로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자 OR 예쁘거나 잘생김

 그에 반해, 스페인 작품들은 확실히 사랑과 그에 대한 열정에 특화된 것 같았다. 이러한 정열적인 사랑 이야기가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내가 한국 멜로드라마를 생각하는 것처럼 지루한 소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대성'이 나타난다 ㅎㅎ. '종이의 집'과 '베를린'이 두 작품이 유일하게 본 스페인 드라마다. 범죄가 주가 되는 드라마들이었지만 약 4할 정도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러한 사랑이 드라마의 판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각각의 주인공마다 생각하는 '사랑'이 정말 다르고 심지어 '모순'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은 문화 자체가 보수적인 나라여서 '육체적 관계란 사랑하는 사람이랑만 해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아닐지도,,,? 하지만 '종이의 집'이나 '베를린'에서 나오는 '사랑'은 꼭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 관계'가 없어도 '사랑'으로 이어지고 '사랑'이 없어도 '육체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느낌이다. 드라마에서 그런 모습이 나왔다기보다는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나온다.

 (베를린 보실 분은 PASS) '베를린'에서는 정말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베를린'의 강도 동료 중 한 사람은 '사랑=유일하고 진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상적이다. 그러나 '베를린'은 몇 번의 사랑과 몇 번의 이혼을 해 본 사람으로서 그의 동료 말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다. 반박을 하며 '그건 사랑이 아니다.' '영원한 건 없고 다 빛바랜 것이다.' 라며 설명을 하지만 그의 동료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날 '동료'가 그토록 믿었던 몇십 년을 같이 살던 아내가 그를 떠났다. 이혼 통보에 '동료'는 정신을 잃는다. 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사랑'에 대한 관념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었다. 또 '동료'는 다른 동료의 말을 듣고 그녀의 부인이 불륜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를 뒷조사한다. 나름 기술자인 그가 단번에 증거들을 수집하고 모든 퍼즐을 끼워 맞춘다. 그때의 그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인 상태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또 정신을 잘 잡고 그녀와 잘 마무리한다. 이때 불륜을 저지른 그녀의 부인은 그에게 '너는 나의 영원한 사랑이야'라는 망언(?)을 던진다 ㅋㅋ. 사실 망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말을 '동료'는 또 받아들이고 이해해 준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서로가 알고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갑자기 한국에서 유명했던 '부부의 세계'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 왈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ㅋㅋㅋㅋㅋㅋ 아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것이다. 나도 직접 들으면 어이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위의 예시 말고 자기 부인이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의 감정을 잘 교류해 보라며 이해해 주는 남편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엔 그 남편도 다른 비밀의 가정이 있다는 것이 나온다. ㅋㅋ 막장 드라마다. 하지만 '베를린' 드라마에 반전요소를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또 어떤 유명 연예인과 연애하고 이별한 뒤 정신병원까지 간 여자 주인공과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도 인상 깊은 내용이 나온다. '육체적 관계만을 생각했다면 절대 사랑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건 사랑이었고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 '베를린'의 사랑 얘기도 꽤 진심이다. 나는 오히려 그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사랑'이란 것은 참 정의하기가 힘들다. 정의를 쉽게 해 보기 위해선 그 반대말이 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유용한데, 사랑의 반대말이 제대로 어떤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증오? 분노? 혐오? 오히려 무관심 일수도 있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주제는 다루기 정말 힘든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은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흔한 '사랑' 드라마 이야기는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한국엔 정말 많다. '사랑'은 무엇일까? 어떤 어른들은 청소년 혹은 어린 나이에 누구를 좋아하고 연애하는 것을 보며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 고등학생 때나 중학생 땐 '지금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 혹은 '사랑은 성인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어릴 때의 사랑은 진정한 연애도 아니고 사랑이 아니야.' 등등... 청소년기의 사랑 혹은 연애를 소꿉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정말 많다. 그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지만 과연 그들이 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인가 싶기도 하다. 나는 어리면 어릴수록 혹은 모르면 모를수록, 세상의 때가 묻지 않으면 묻지 않을수록 '순수하게 느낄 수 있는 그때의 설렘과 감정'이 오히려 진정한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ㄷㄷ결혼정보회사 이미지에서 가져왔다

 '지식인일수록 (세상에) 불만이 많습니다'라는 '광장'의 한 구절처럼 과연 어른들이 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어른들이 하는 '사랑'은 뭐 순수하고 솔직한 사랑일까? 나도 어른이지만 이건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결혼해 듀오', '모두의 지인'과 같은 결혼 정보 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시대인 지금엔 더더욱 말이다. 예전부터 흔히 능력 있는 집안 혹은 능력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은 '선'이란 걸 봤고 지금도 그렇다. 여자친구 친구 중에서는 지금까지도 '선'을 본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다. 그 사람의 집안, 학력, 직업을 보고 그 사람과 사귀고 결혼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에 대한 의구심이다. 각자 정의하는 사랑이 다르기에 위에 쓴 '외적 능력'을 사랑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사랑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남의 집안을 궁금해하고 그 사람의 능력을 궁금해하는 사회 분위기 혹은 문화 때문에 내가 아직 까지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약) 비혼주의자'인 것이다.

 어떤 이성이 빈털터리가 됐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밑바닥에 놓여있더라도 사랑해 줄 수 있는가?는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마음이 '진정한 사랑'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님이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말이다. 부모님은 자식들이 어떤 위치에 있건 아낌없이 끊임없이 '사랑'해 줄 것이다. 나는 그래서 부모님의 역할이 정말 대단한 역할이라 생각하며 그렇기에 더더욱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부모님들도 당연히 많겠지만 부모님의 일방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누구에게 무엇을 바라거나 해준만큼 받길 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사랑은 1대 1 등가 교환이 아니다. 내가 더 주고 싶으면 주는 것이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물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똑같은 보상을 안 해준다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 각자 사랑의 마음을 주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여기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인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 왕자의 말이 떠오른다. '어린 왕자'엔 '길들임'을 통한 사랑 이야기가 약간 나온다.

 어디서 듣기론, 프랑스 사람들인가 유럽 쪽에선 이성의 '외모'만 보고 끌림과 사랑에 대한 감정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 사람이 어느 직장에서 일을 하든 돈이 얼마가 있든, 그냥 첫 느낌과 분위기만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사랑 감정이 발생하고 그 외 부수적인 것들은 힘을 합쳐 이겨 나간다고 한다.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한국의 '선'이라는 만남은 대표적으로 '능력'에 기반한다. 나와 비슷한 수준 혹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을 원하거나 혹은 그 이상을 바란다. '스펙'을 통해 만남이 주선되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의 문화가 차라리 더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집안이 어떤지 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는지 직업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외모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외모가 못생겨졌을 때 떠날 수도 있으니) 차라리 '속물적인' 사랑에 대한 방식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는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을 해야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건 '사랑'이 아닌데도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때문에 사랑을 이어나가는 것이 정녕 이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렇게도 중요한 요소일까? 감정만큼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 내가 더 여유 있으면 상대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것이 사랑의 과정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본인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베를린'과 '종이의 집'에서 본 '사랑'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랑이야기 혹은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의 사회 분위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스페인어로 사랑은 '아모르(AMOR)'다. '아모르파티'라는 노래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 노래에서나 영화 대사에서 '아모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랑에 휩싸인 기분이 든다. 아모오르~ 뭔가 진짜 사랑을 얘기하는 느낌이다. 나만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베를린'에서도 '아모르'라는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 말을 할 때의 주인공들의 표정은 정말 '정열'에 가득 차 있었다! 나도 그런 솔직하고 정열적인 '아모르'를 하고 싶고 또 그 기분을 온전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