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대학 생활과 겁쟁이들
내일부터는 이번 학기 기말고사가 시작한다. 이번 학기 강의는 총 7과목을 들었다. 내년부터는 복수전공 학점을 들어야 하기에 경제학 과목만 7개 총 21학점을 듣게 되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하루하루 배운 수업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복습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엄청 힘들어했을 것 같다.
1학기때는 정말 지금보다는 수월했었다. 총 18학점을 들었었는데 교양 과목이 2개가 있었어서 그런지 여유(?)가 있었다. 여유가 있으니 다른 공부도 병행할 수 있었고 이과 물리 1, 미적분 2, 기하와 벡터 공부를 해 나갔다. 여름 방학 때도 약 한 달간 독서실에 다니며 물리와 수학 공부를 하며 지냈다. 그러나 2학기 땐 정말 공부해야 할 게 많았었던 것 같다. 처음 계획 은 물리와 수학도 꾸준히 하려고 했지만 9월과 11월에만 가능했고 또 그 공부량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좀 아쉬운 감이 있지만 21학점을 듣기로 선택한 내가 감당해야 할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과 동시에 과연 내가 21학점 수업을 통해 알차게 경제학을 탐구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많이 아쉬웠다. 아쉬웠던 이유는 차차 설명을 하겠지만 학기 중간중간 '대학의 의미'를 상기시킬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기존에 내가 작성한 글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학문'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싶어 대학엘 다니고 있다. 성적과 여러 활동들은 그 부차적인 요소들에 불과하다. 과연 나는 1년 동안 '학문'을 탐구했을까? 지금의 한국 대학이 과연 '학문'에 초점을 둔 교육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경험을 해본 뒤 나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약 1년 동안 주의 깊게 관찰해 보았다. 그 결과 지금의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탐구하는 공간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수업의 질을 내가 판단할 위치에 있거나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대학 수업을 듣고 여러 정보들도 찾아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교수님들의 수업은 너무 '구시대적' 수업들이었다. 몇십 년 전 방식 그대로다. 지금까지 약 80학점 정도를 들었는데 그중 내가 느끼기에 '와, 대학에서만 들을 수 있는 수업 같다'라고 생각한 수업이 정말 단 하나였다. 하나라도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ㅎㅎ. 몇십 개의 과목들 중 단 하나였다.
우선 교양과목에 대해 말해보자면, 요즘은 교양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영상, 책,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물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에는 오류도 많다. 하지만 교수님들 중에서도 가끔 이상한 정보를 알려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시대가 점점 변하면서 또 이전 세대에 비해 급격한 지수적 성장을 하고 있는 시대에서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아직까지도 '구시대적' 강의를 하고 계신 분이 정말 많았다. 대학에서의 교양과목은 유투부에도 널려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엔 다양한 강의들이 하루에도 몇 백개씩 쏟아져 나온다. 지금은 몇십 년 전처럼 우수한 정보를 대학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과 같이 교수님의 일방적인 수업 혹은 늘 몇 년 동안 되풀이 되는 수업방식은 하루빨리 바뀌어야만 한다.
또 전공수업에 대해 말해보자면, 나는 문과 과목들만 그런 줄 알았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ppt를 읽어주시거나 전공책 교재를 그대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공대생들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냥 전공책을 통해 독학을 해도 무방하다. 심지어 교수님 스스로 수업자료를 만들기는커녕 출판사에서 교수님들한테 뿌린 ppt를 그대로 가져와 수업을 하는 교수님도 있었다. 수업 준비도 안 해오는 교수님, 수업 중간중간 본인이 설명하는 교과서 내용이 어려워 5~10 분동 안 생각하는 교수님 등 정말 '이상한'교수님들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단 하나'의 강의는 저번 학기에 들었던 경제학 과목 수업이었다. 교수님의 수업은 '아, 이래서 대학을 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의 강의였다. 그 교수님이 똑똑해서 혹은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전혀 아니다! 그 교수님은 학생인 내가 봐도 하루하루 치열한 노력을 하고 계신 교수님이라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지난 학기 혹은 작년 심지어 몇 년 전, 몇십 년 전 강의 자료나 강의법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교수님은 매 수업을 새롭게 준비하려고 하시는 분이었으며 매 학기 업데이트 되는 강의 자료, 수업 방식 등 엄청난 교육자로서의 연구를 하고 계신 분이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신 분 같았다. 시험에서도 정말 공정하신 분이었다. 흔히 '족보'라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선 돌아다니는데 그러한 정보 차이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학생들이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이 교수님은 자신이 지금까지 낸 문제들을 전부 파일로 공개해 놓으셨다. 여기서 더 충격적인 것은 모든 시험 문제가 전부 달랐다. 중복된 문제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봤던 시험도 이전 시험지만 달달 외운다고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었다. 매번 교수님께서 직접 연구하고 매 학기 새롭게 문제를 내려고 하셨다. 과제들도 전부 새로운 문제 밖에 없었다. 그 어디서도 똑같은 문제를 찾지 못할 것이다.
나는 대학 교육이 이래야만 하고 또 이런 게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달달 암기식의 교육이 아닌 정말 '실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엄청난 명문대에 다니지 않아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전까지는 대학은 그냥 학벌 혹은 브랜드로서 가치가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듣는 수업은 다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대로 된 학문을 하고 싶다면 무조건 미국으로 가라는 소리가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 입장에선 우리나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혹은 유명 공대 생들 입장에선 전문대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것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학교들이 그런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선 대학 교수들부터 그리고 교육체계부터 바뀌어야 하지만 몇십 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몇 십 년부터 가르치던 지식을 아직도 그 방식 그대로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투성이며 '사명감'이 없는 교수님들도 정말 많다.
학생들에게 학점을 잘 주거나 학생들에게 욕을 안 먹고 싶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겁쟁이' 교수님 그리고 '발전 없는' 교수님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다. 감히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나는 본인들 스스로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다니는 학교가 정말 별로여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최근엔 정말 웃긴 사건이 있었다. 어떤 교수님이 중간고사 채점결과를 말해주면서 '원래 5번 정답은 (a, b)가 맞는데 90%의 학생들이 반대로 생각했는지 (b, a)로 썼다고 말씀하시면서 오답처리하면 90% 넘는 학생들이 틀릴 것 같아서 그냥 맞다고 해주겠다'라고 했다 ㅋㅋ 교수님이 문제를 일부러 헷갈리게 낸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냥 정답처리를 해 주겠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실화다. 문제가 헷갈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캐치한 다음 정확한 답을 쓴 학생들은 그럼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도 그건 아니라고 교수님한테 따지고 싶었지만 '따질 가치가 없는' 교수님이라고 생각했다. 기말 시험도 일주일 남았는데 그런 곳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날 정말 많이 힘들었다. 모든 교수님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수업 또는 이런 교수님을 보려고 대학을 다니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곳에선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본 사람들이 있을까? 말만 번지르르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하겠다면서 그 자리에 있는 교수님들 대부분은 '발전 없이' 그대로 있다. 정말 유튜브보다 못한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들이 80% 정도 되는 것 같다. 독학을 하거나 혼자 인강을 찾아보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chat gpt한테 물어보거나,,, 해외 대학 mit나 여러 유수의 대학에선 무료 강의를 온라인에 배포하고 있다. 심지어 교수님들은 자신들의 강의 노트를 무료 pdf로 공유해 주신다. 학문을 하려면 차라리 이런 강의를 듣는 게 지금의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학문의 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벌로도 비빌 수가 없다 ㅋㅋ MIT에 비빌 우리나라 대학이 과연 있을까?
누구 입장에서 보면 정말 하찮은 것들일 수도 있는데 그곳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정말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맞는데 교수나 학생이나 비슷비슷하다. '본질'을 모른다. 교수님들은 기존 몇 년간 해오던 수업 방식으로 대충 하고 월급 받으면 끝이라 생각하고, 학생들도 학점에만 목숨을 건다. 취업을 하든 로스쿨을 가든 성적만 잘 받으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학생들의 90%는 이랬다.
이러한 생각들이 하면서 '대학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해외 대학원을 가고 싶어 했다. 일단 해외에서 경력이나 실력을 쌓은 다음 그 나라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대학원 말고도 해외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을 해 볼 것이다.
'대학원'에 대한 생각이 바뀐 이유가 위에서 말한 것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총체적으로 우리나라 혹은 이 세계의 교육 시스템이 뭔가 나를 구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대학원보다 내가 직접 무언가를 해보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은 겁쟁이를 양산한다'라는 말에 나는 적극 동의한다. (대학 혹은 대학원도 겁쟁이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는 게 역사적으로 경기가 어렵거나 불황일 때 대학원 진학률이 올라갔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나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 오히려 잘 된 케이스들이 너무 많다. 그 과정에 있어선 힘들 수도 있지만 겁쟁이 보단 낫다.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안 돼' 혹은 '쟤는 어떻게 살려고 저러지'라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스스로 생각'이란 것을 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의 체계 혹은 방식에 대한 다른 관점은 없을까 혹은 이것도 괜찮은 길 아닐까?라는 생각을 못 해봤을 것이다. 그냥 본인이 가는 길이 정답이고 틀리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이 악물고 지켜내고 싶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본인이 쌓아 올린 기존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기에.
부모님 주변 수많은 친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고 점점 굳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면 말랑말랑 해지는 것이 삶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말들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 또한 정답이 아니다. 다만 본인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깨진다면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정답은 늘 말하지만 '세상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정답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내 가치관이 깨질 것이고 나는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사회의 기존 관습 혹은 체제에 대해 반대의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도 강요는 하지 않는다. 단 한 가지, 이 사회가 자신 스스로를 겁쟁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은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끝으로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 ㅋㅋㅋㅋㅋ 지금은 더 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말이 안되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