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 후기]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우선 글의 분류를 '영화&책'으로 한 것에 대해 양해 말씀을 구한다. 영화와 책 모두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둘 다 한꺼번에 글을 쓰는 것이 이것들에 대한 느낀 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위와 같이 분류를 하였다. 만약 영화나 책을 볼 예정이신 분들은 글을 읽지 않길 바란다. 보더라도 다 보고 나서 보시길,,,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소식은 약 3 달전에 처음 접했던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신작이었다. 영화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개봉을 하였다. 일본 유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그 친구도 알고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바로 다음 날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달려갔다 ㅎㅎ.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람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가 만든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감독님으로 유명하다. 대표작품으로는 '이웃집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위의 포뇨' 등이 있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그림체와 분위기 그리고 배경에 깔린 음악들이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줘서 이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한다. 뭔가 특유의 차분함이 내재되어 있는 느낌이다.
각각의 영화 속에 담긴 의미 혹은 숨겨진 의미는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자신이 느끼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나는 후자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대부분의 영화 감독들은 자신의 의도를 영화 속에 담고 난 뒤 이를 많은 관객들이 같이 느끼고 공감해 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색다른 해석 또한 받아들일 여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감독이 예술인이라면, 본인의 의도대로 영화가 해석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는 감독은 드물지 않을까 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정답'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자주 한다. 본인이 주체적으로 해석 하기보단 '감독의 정해진 의도 혹은 영화 속 대상들이 의미하는 것'들을 찾는데 급급해 보인다. 이는 초, 중,고 교육을 통해 학습된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학교 교육으로 인해 '문학' 작품을 볼 때, 우리의 뇌의 회로가 그렇게 구축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초, 중, 고를 보내며 시, 소설, 수필 등 수많은 문학 작품들을 접해왔지만 그것들을 진정으로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물론 어딜 가나 예외는 있기에 문학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교육자체가 문학 작품 소재들의 '고정된 의미'들을 '주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문학 지식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 혹은 긍정적인 의미. 이 표현은 대조법, 설의법, 대구법. 이 어조는 영탄적 어조, 독백적 어조. 자연 친화, 속세 거부, 직유법, 은유법, 반어법, 1인칭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등 '문학 개념어'라는 FRAME 아래 모든 문학 작품들이 '논리적으로 분석'된다. 문학 작품에 논리적 분석이라는 표현은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교육과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식은 이렇다.
이 영화를 접하기 전 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제목부터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자극적인(감독님께서 이렇게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며 엄청난 작업 기간을 거친 작품이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기대를 했을 것이다. 나는 제목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 나에겐 그냥 흔한 영화 혹은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와 기대가 비슷했다. 하도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 특히 책 제목 및 소개 글들을 자주 보고 그것들로부터 당했어서 그런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영화의 제목을 보고 이 작품이 혼란한 시대에 어떤 삶의 방향성 혹은 의미를 줄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작품을 본다면 분명 실망할 확률이 클 것이다. 일단 영화는 위와 같은 의미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간 제목이 자극적이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책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영화를 다시 보니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영화를 보면서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지닌 의미나 숨겨진 내용 찾기,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이 되었던 분들이라면 다시 한 번 영화를 '순수하게 감상'을 해보시길 바란다.
‘우화화’를 피해서 읽는 자세에 관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각 요소들은,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세계’라는 것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하나의 규칙으로 해석해 버린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화(寓話)화에 지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일본 예술가 주조 쇼헤이의 말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이제 영화의 느낀 점에 대해 말해보겠다. 간략한 줄거리를 써보자면 일본 전쟁 당시 어린나이에 엄마를 잃은 주인공 '마히토'가 새엄마를 만나 느끼는 혼란한 감정 그리고 잠깐 이사 간 곳에서 알게 된 엄마 가족들의 비밀 그리고 본인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쓰는 리뷰들의 목적은 내용을 요약하고 알려주기보다는 나의 주관적 느낌을 의식의 흐름 기법대로 쓰는 것이기에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 보길 바란다.
일단 역시 그림체는 내 마음에 들었다. 각각 인물들 만의 개성있는 얼굴들 그리고 배경 그림체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다. 애니메이션 배경에서 나오는 음악들도 역시 '지브리'다운 음악이었다고 생각했다. 지브리 영화 음악들은 내가 공부를 하거나 쉴 때 젤 먼저 배경으로 깔아 놓는 음악이다. 특유의 몽글몽글한 기분과 차분한 태도를 갖게 해 줘서 좋아한다.
주인공 '마히토'는 어린 아이로 나오는데 그 당시 나이에 그가 겪은 혼란한 상황과 기분들을 나도 한번 같이 느껴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첫 번째 볼 때는 스토리를 보느라 각 캐릭터들에게 집중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볼 때는 각 캐릭터들의 행동과 표정 그리고 대사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잉꼬가 '권력을 차지하려는 대상'이라는 해석이나 프레임은 내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태도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계기가 '테넷'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느끼고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진 한국의 교육과 기존 사회 구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영화나 책을 보며 '해석'하려고 했던 적이 정말 많았다. 작가의 궁극적인 의도는 뭘까, 이 표현은 이런 것이구나, 이 대상은 나쁜 대상이구나 하면서 프레임을 씌워가며 혹은 딱딱 나눠떨어지게 정리해 가며 문학 작품들을 봐왔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들은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수능 문학 문제도 정작 그 작품을 쓴 작가마저도 틀리는 것도 많은데 그것을 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물론 수능 문학에서의 선지들의 정답은 말이 안 되는 선지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일단 '문학'을 '시험'본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능이나 학교 시험들이 다 이런 형식이니 점점 감정이 메말라가고 정답 찾기만 급급하고 경쟁이 심화되고 더 나아가 저출산 사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확대해석일 수 있지만 세상 대부분의 현상들은 뿌리, 즉 어렸을 때의 환경에서 시작된다. 똑똑한 천재들도 마찬가지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 사람들은 '현재의' 개인의 노력 혹은 실수에만 집중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영화라는 평가가 줄줄이 이어졌다. 내 친구들도 그리고 동생도 '뭘 말하는 지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나는 그걸 찾아내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을 보기 전에 그 누구의 평가도 듣지 않으려고 한다. 관련된 영상도 찾아보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나약해서 그런 내용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생긴다. 그래서 나도 이러한 리뷰 글들을 쓸 때 처음 부분에 내 글을 절대 읽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영화보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더 큰 영감을 받았다. 이 책이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자 내용에도 큰 의미를 준 책이라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속 내용은 전혀 다르다. 영화 중간에 이 책이 잠깐 소재로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주인공의 행동이 변하는 만큼 영화와 내용이 다르더라도 이 책이 가진 영화 속 역할은 적지 않아 보였다. 나는 이 책을 우연하게 접했다. 여자친구가 구매한 책이었는데 영화를 한 번 보고 난 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서 읽게 됐다.
내용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그런지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약 2시간 30분~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한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본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을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티스토리에 쓴 내용들 그리고 어렸을 때와 비교해 변한 지금의 사상, 가치관들이 전부 녹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책은 주인공 '코페르'와 외삼촌의 '편지'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책 속의 주인공 또한 어린 학생으로 나오는 데 이 어렸을 때 느끼는 혼란한 감정들에 대해 외삼촌은 정말 따뜻하고 참된 어른으로서 위로해 주고 편지를 통해 진심을 전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영화에서 '마히토'의 행동이 왜 변하게 됐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책 속의 내용 '사물을 보는 방법'은 내가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비슷했으며 '훌륭해 보이는 사람과 훌륭한 사람'은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생각 변화를 그대로 써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가난에 대하여'는 지금의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또 베풂에 대해서 생각했었던 내용들이었으며 '위대한 사람이란 누구인가?'를 읽으면서 과연 이 세상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들이 또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리고 끝으로 '잘못'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솔직'한 태도를 갖기로 마음먹었던 날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도덕 혹은 윤리에 관한 내용보다 이 책을 교과서로 봤다면 오히려 어린 시절 나에겐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이 책엔 언젠간 죽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참된 내용이 담겨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에 큰 도움이 된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 책들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책이었다.
지금까지 두서없이 영화 그리고 책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리뷰를 써보았다. 관련 내용보다는 나의 생각들을 많이 쓴 것 같은데 나는 이런 문학작품을 보고 이 세상과 비교를 하는 습관이 있다. 이게 나쁜 습관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나는 이 현실과 이상으로부터 오는 괴리를 많은 사람들이 같이 노력한다면 좁힐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좀 더 행복하고 건전한 세상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서 나오는 습관이다.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팬심인 사람들은 보길 권하지만 책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온 국민이 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