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후기] '데블스플랜'(스포일러 많음)
약 5~6 주전부터 여자친구랑 넷플릭스에서 하는 '데블스플랜'이라는 OTT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예고편이나 관련된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본 프로그램이었는데 '오, 좀 재밌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글에선 데블스플랜의 간략한 소개와 인물 들에 대한 나의 소감 그리고 전체적인 소감에 대해 써 볼 예정이다.
※주의: '데블스플랜'을 볼 예정인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길 바란다.
우선, 데블스 플랜의 소개 글을 빌려 써보자면 장르는 예능, 두뇌 게임, 서바이벌, 리얼 버라이어티다. 최고의 브레인 자리를 두고 모인 12명의 참가자들 중 6박 7일간의 합숙 서바이벌을 통해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을 가르는 프로그램이다. 이전에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는 더 지니어스, 대탈출, 문제적 남자 등이 있었다. 알고 보니 '데블스 플랜'의 PD님이 '더 지니어스', '대탈출' PD님이셨다. 나는 더 지니어스를 보진 못했지만 '대탈출'은 가끔 봤다. 사회에서도 '방탈출 카페'를 자주 가고 싶으나 너무너무 비싸서 딱 2번 정도 가본 것 같다... 평소 무언가 추리하고 분석하고 생각해서 해결하는 문제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문제적 남자'라는 TV 프로그램도 좋아했었다. 아래에 나온 12명의 참가자가 게임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들의 사회적 능력치는 엄청났다. 그러한 직업 또는 학교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많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참고 사진에 나와있는 인물 순서대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인물에 대한 나의 소감과 평가는 순전히 주관적이고 편견이 가득한 내용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길 바란다. 말도 편하게 쓸 예정이다. 중간에 존댓말도 있겠지만 말이 너무 길어져서 반말로도 쓸 것이다.
※주의: 아직까지 늦지 않았으니 '데블스플랜'을 볼 예정인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길 바란다.
1. 석진: 하필 가장 나중에 설명하고 싶었던 캐릭터가 제일 앞에 있다니,,, 하석진은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 TOP 3 중 1등 캐릭터였다. 이 출연자는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문제적 남자'에 고정 멤버였는데 그때 이분을 처음 봤었다. 공대를 나와서 그런지 수학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가 엄청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데블스 플랜' 안에서 나중에 편이 나뉘는데 '강자' 팀에 속하게 된다. 그런데 웃겼던 게 하석진은 강자편 말고 약자 편에 갈 수 도 있었는데 우연찮게(?) 강자편에 서게 됐다. 그전 게임에서 믿고 따라간 '동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게임에서 '피스'라는 것을 얻을 수 있는데 기억하기론 강자편엔 피스가 많은 사람 약자 편엔 피스가 적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여기서 말한 '강자'란 본인들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타 집단에 대해 씌운 프레임이다.) 석진은 피스 개수로 치면 약자 편에 속했어야 했는데 첫 단추를 강자 쪽으로 끼웠다. 이 눈덩이가 굴러가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 낸 모습을 보고 '첫 단추'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석진은 정말 '엄친아' 혹은 '엘리트' 캐릭터였다. 초반에는 본인의 역량을 잘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이후로 갈수록 묵묵히 뒤에서 본인 것에 집중하는 캐릭터였다. (나쁘다는 게 아니고) 다른 캐릭터들은 정치질에 빠져있을 때 석진은 뒤에서 본인 것에 열중하던 사람이었다. 가끔씩 그가 던지는 '촌철살인' 멘트들은 나의 속을 뻥 뚫리게 해 주었다. '이게 데빌스 플랜이야? 빌붙어 플랜이지', '복지 모델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와 같은 말들은 정말 사이다였다. 석진에 대한 내용은 다른 멤버들 설명을 한 뒤 더 써보겠다.
2. 조연우: 이 분은 바둑기사다. 나도 어렸을 때 바둑을 조금 배웠어서 반가웠다. 많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 기대를 했었는데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운도 정말 많이 따라주지 않았다. 여기서도 인생을 알게 됐다. 이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본인의 상황을 안 좋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정말 따라주지 않았다. 성격도 매우 여리신 분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 게임이었던 '마피아 게임'에서 너무 조용하게만 있었어서 '감옥'엘 가게 되었다. '마피아 게임'은 정말 뻔뻔하고 자신의 역할을 철저하게 숨기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이다. 하지만 조연우 님은 '직업 캐릭터'가 없었을뿐더러 조용조용한 스타일이라 마피아 게임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18시간을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고 난 뒤 한 게임에서도 남들은 6분의 1 확률의 벌칙면에 가끔 걸리는 반면 조연우 님은 정말 수도 없이 걸렸다... 6분의 1 확률에 몇 번을 걸리는 건지,,, 너무 안타까웠다. 주사위는 내가 어떤 숫자가 나오게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정말 '랜덤'하다. 나중 게임에서는 약간의 활약을 해주지만 그마저도 피스를 가장 적게 가지고 있었어서 '운이 안 좋게도' 하석진에게 희생당한다.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조연우 님은 살아남았겠지만 이전의 운들이 정말 따라주지 않아 피스도 많이 모을 수도 없었고 그 결과 계속 약자가 되었다.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사회 모습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3. 혜성: 엄청 이쁘시고 귀여운 스타일이라 처음부터 눈이 갔다 ㅋㅋㅋㅋ 여자친구한테 꿀밤을 맞았다. 이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이분이 한 대사가 나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 혜성 님은 서울대를 나온 분이었는데 게임 휴식 시간에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정말 노력으로 해 온 사람인데 여기서(데빌스플랜)는 자신이 노력을 통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어 너무 힘들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참가자 중 한 명인 '궤도'님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누가 뭐 하라고 시키면 그건 잘할 자신이 있는데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이 말이 정말 충격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최고의 학과에 들어간 사람인데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누군가 시켜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사회가 '국수영탐구'를 잘해야 대학에 잘 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으니 대부분의 어른들은 전부 그것만 시킨다. 이렇게 '시키는 것에만' 정말 열심히 해 온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느끼는 좌절감은 '혜성'님이 말한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왜 '국수영탐구'를 공부하는지에 대해서 진정으로 생각해 본 고등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그렇고. 사회가 시키는 것 또는 필요로 하는 것 말고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혜성 님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을 '모범생'이라는 말과 같이 같잖은 프레임을 씌우기 때문이다. 혜성 님의 탈락 소감 때 한 말 "노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노력을 안 하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오만한 사람들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혜성(약자팀)님의 마지막 동재(강자팀)를 향한 믿음 또한 의리를 보여줬다.
4. 시원: 이 분은 어디서 봤는 데하며 계속 봤었는데 알고 보니 '결혼해 듀오' 모델 분이었다ㅋㅋ. 지하철에서 자주 봤다. 이 분은 여성 캐릭터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였다. 강단이 있고 본인의 세계와 가치관이 뚜렷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몇몇 다른 캐릭터처럼 누군가의 지도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색깔과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로 멋있었다. 각자의 생존 방식은 다르겠지만 나는 '데빌스플랜'에서 '강자'팀의 스타일이 더 좋았다. 연합이라는 것이 있지만 '강자'팀 내에선 본인들의 세계관과 가치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약자'편은 한 리더나 소수의 사람 의견만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여기서의 문제는 그 리더가 실수하면 모두가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시원 님의 게임 내 역할과 성격은 정말 멋있는 여성상이라고 생각했다. 끝에 본인이 죽어도 본인 뜻에 책임을 지고 죽으려고 하는 모습 등이 인상 깊었다.
5. 승관: 이분은 처음 본 아이돌이었다. 워낙 아이돌이 많다 보니,,, 세븐틴 멤버셨는데 엄청 귀엽고 온순해 보였다. '약자'편에 있었던 사람인데 정말 '약자'의 표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의 말과 행동만을 따르며 중간중간 배신을 한번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질 못한다. 그냥 본인의 생각을 죽이고 본인이 살아남기 쉬운 방법을 택한다. 위에서부터 말했지만 이러한 모습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생존 방식이 다를 뿐이다. 승관은 현실에 맞게 적응하고 어떤 체제 내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중에 큰 결심을 통해 베팅을 걸지만 그 마저도 압박감 속에 제대로 해내질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기존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탈출'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본인이 사는 그 사회 속에서는 절대 길러낼 수 없다.
6. 유민: 일반인 패널 두 분 중 한 분이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가장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사람이었으며 귀가 얇아 '강자'편에 있던 동재의 진심을 '약자'들의 꾐에 속아 배신한 사람이었다. 내가 강자팀을 좋아해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자'와 '약자'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동재'는 정말 진심으로 '약자'편에 있던 '유민'과 '혜성'을 도와주고 이들과 관계를 꾸려나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유민은 같은 약자 편이었던 혜성까지 배신함으로써 본인의 생존을 추구했다... 원래 그런 게임 프로그램이기에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까치'가 되면 안 됐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렇게 배신을 통해 유민님은 죄책감을 느끼고 슬퍼한다. 여기서 웃긴 건 배신을 한 사람만 힘들지 그것을 주도했던 약자팀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다'라는 무적 핑계로 유민의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마치 사회가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개인을 죽이려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 속에서 개인은 죄책감을 느끼지만 천천히 악마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유민은 나중에 기회주의적 모습과 약간의 오만으로 결국 탈락한다.
7. 동주: 게임 내에서 가장 싫어했던 캐릭터였다 ㅋㅋ. 정말 기회주의적일뿐더러 뻔뻔하고 리더 옆에 붙어 본인의 이득만을 챙기려는 캐릭터였다. 게임의 구조와 목적상 어떻게 보면 당연한 태도일 수도 있지만 나의 가치관과는 전혀 맞지 않는 캐릭터라 좀 별로였다. 미술 쪽을 전공하고 MIT 수학과를 거쳐 경영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미국 변호사인 그녀의 외적 능력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의 성격과 캐릭터는 정말 약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본인이 책임지기 싫어 리더 바로 아래 있는 이인자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마치 군대에서 병장보다 아래 있는 상병 3~4호봉들이 오히려 후임들을 갈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본인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남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고 그 위치적 힘을 이용하려는,,, 그리고 우승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 보이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동주의 캐릭터 탈락을 통해서도 역시 무언가 맹목적으로 욕심을 내서 바라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한 상금미션에서 그녀가 정말 큰 활약을 했지만 그때 말고는 본인 생존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갈팡질팡하는 약자들을 향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하며 본인의 생존을 위한 일에서는 정당화시키던 그녀였다. 하지만 강자가 강해질 땐 엄청난 비난과 적대감을 보인다. ㅋㅋ 본인이 한건 괜찮은데 강자가 한건 잘못된 거고?
8. 경림: 이분은 목소리가 특색 있는 분이라 이전 라디오나 방송 같은 데서 가끔 들었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출연자이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존경스러운 모습도 많이 나왔다. 약간 방송을 생각해서일 수도 있지만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다. 게임을 하러 나왔다기 보단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본인 것을 나눠주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강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속한 세계 사람들에겐 막 베풀어주는 스타일이었다. 다른 약팀 내 참가자들은 본인 생존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대표적으로 동주, 유민) 박경림 님은 이마저도 커버해 주는 정말 '데블스 플랜'의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여유와 배려가 그녀가 엄청난 인맥을 소유한 사람이자 최연소 연예대상을 탔던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9. 동재: 가장 안타까운 플레이어다. 마지막에 믿었던 사람(유민)에게 배신을 당해 떨어진 캐릭터다. 게임 실력 순으로 보자면 TOP3에 들만한 사람이었다. 정말 능력도 출중했고 데블스 플랜 일반인모집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2명 중 한 명이라고 한다. 그만큼 초반 마피아 게임부터 큰 활약을 했지만 초반에 너무 잘한 나머지 약자들에게 배척당했다. 처음엔 석진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별로다라고 느꼈지만 정말 의리 있는 남자였다는 것을 뒤에 느꼈다. 본인의 생존도 중요하다고 느꼈겠지만 팀을 위해 머리를 쥐어 싸매고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동재가 끝까지 살아남아 결승 혹은 그전까지 갔더라면 더 멋있는 능력을 많이 보여줬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인원이 많은 '약자'팀으로부터 제거당한 비운의 희생양이었던 동재,,, 참가자들 중 제일 신선했고 의리가 넘치는 캐릭터였다.
10. 귀욤: 귀욤이 가장 먼저 떨어져서 이후의 분량이 거의 없어할 말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마피아 게임의 1위라고 생각한다 ㅋㅋ. 귀욤의 뻔뻔한 표정과 '잘 모르겠다'는 그의 반응이 1~2화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ㅋㅋ. 나도 정말 예상치 못했고 게임 속에 참가하고 있던 멤버들도 거의 전부가 속았다. 어떻게 보면 소름 돋는 똑똑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임 대회 세계 1등을 한 사람이라 그런지 무언가 느껴지는 포스가 남달랐다.
11. 궤도: 궤도는 석진 다음으로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였다. 궤도는 침착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게임 내 '약자'편에 있던 리더였다. 사실 데블스 플랜의 모든 게임의 분석자라 불러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복잡한 게임에 '물리학자'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복잡했냐면 어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준비 및 룰 숙지 시간을 120분이나 주었다. 그만큼 게임이 '문제적 남자'와 같은 단순한(?) 논리적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궤도는 이런 상황에서도 어떠한 방식과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으며 또 그러한 방식을 찾아내기도 했다. 비록 그 방식이 틀렸을 때도 있었지만 그의 사고는 다른 참가자들과 어나더레벨이었다. 정말 다른 참가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벙벙하고 있을 때 궤도는 계산과 분석을 통해 게임의 룰을 숙지하고 필승법 혹은 전략을 정말 구체적을 짜냈다. 정말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궤도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고 느꼈다. 이것이 물리학자 인가 싶었다. 궤도는 처음부터 약간 공리주의 성향,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했다. 그 모델이 나중엔 약간씩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궤도는 그래도 끝까지 본인이 추구하려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약자들을 구하자 라는 생각이 정말 강했어서 이러한 약자 집단이 정치질을 하는 모습으로 변질되었기도 했지만 궤도가 없었다면 데블스 플랜이 제대로 굴러갔을까 싶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체계적으로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그려냈다. 그런 궤도에게도 정말 존경을 느꼈다.
12. 준빈: 준빈 님은 빠니보틀과 함께 여행 유튜브에서 본 사람이었다. 사람이 재밌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준빈 님도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고 분위기 메이커였다. 방송각을 아는 사람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방송적 요소를 넣으려고 하는 요소들이 재밌었다. 또 결과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서 정말 대단하다고도 느꼈다. 준빈 님도 냉혈한처럼 보였지만 나중에 경림 씨가 떠날 때 울던 모습은 정말 진심으로 속상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간략하고 편향된 인물소개를 해보았다. 데블스 플랜도 엄연한 하나의 사회였다. 약자, 강자, 기회주의자, 편승자, 개혁가, 분석가 등등 다양한 역할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었다. 이러한 작은 사회를 통해서 우리는 더 큰 사회를 생각할 수 있다. 현실도 작은 사회들이 모여 큰 사회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군대에서의 생활을 통해 사회의 95%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에게, 거기서 어떻게 배워"가 아니고 정말 사회의 모습도 거기서 거기였다. 나는 심지어 소방서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정말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정말 많이 봐왔고 나도 느껴왔다. 그곳에서의 느꼈던 감정과 모습들이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많다. 정말 거기서 거기다. 나머지 5%는 각 사회마다 지닌 서로 다른 특징들일 것이다. 그게 어떻든 모두 인간이라는 존재가 모여사는 곳이기에 별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끝으로 데블스 플랜의 우승자는 '석진'님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가 우승을 해서 신기했다. 나는 SNS도 안 하고 유튜브도 잘 보지 않아 스포를 당할 확률이 적었는데 정말 황당하게 스포를 당했다. 우연찮게 12명의 참가 중 석진 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 인터넷에 하석진 님의 생애를 보고 싶어 구글에 검색을 한 순간 검색창 바로 아래 '하석진, 우승상금 아직도 통장에 그대로 있어'라는 제목과 함께 쓰인 기사가 있었다. 너무 기분이 안 좋았다 ㅋㅋ 평소에 스포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스스로 스포를 당하다니,,, 결승은 누구랑 가는 지 혹여나 나올까봐 보던 창을 바로 껐다. 그는 정말 우승을 할 만했다. 데블스 플랜을 넘어 퀴즈 서바이벌 취지에 맞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었으며 정치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과 가치를 유지해 나가려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40대면 출연자들 중 연장자에 속했는데 40대인 그가 해냈다는 사실이 더 존경스러웠다. 실력에 출중한 외모까지 겸비한 그는 정말 '엄친아'일만 했다. 우직한 사람은 끝까지 가면 다 이긴다.
여자친구와 우연히 본 '데블스플랜'이 근래에 본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캐릭터들로부터 나오는 면모들을 통해 인간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하나의 작은 사회를 본 것 같았다. 우리 사회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도 많이 성찰하고 배웠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아쉽기도 하였다. 12부작 각각이 1시간씩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요즘엔 시간이 잘 나지 않지만 가끔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11월이다. 올해 남은 두 달 더 파이팅 하길 바라고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