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feat.렌고쿠의 정신)
최근에 여자친구와 영화를 봤다. 내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나오고 또 그 캐릭터가 나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하길래 꼭 같이 보고 싶다고 했다. 바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다. 이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림체가 그다지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서 볼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꼭 같이 봤으면 한다길래 보게 되었다. 영화는 직접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100배는 더 좋기에 줄거리는 간략하게 소개만 하고 극 중 캐릭터 '렌고쿠 쿄쥬로'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에서는 '귀살대(도깨비를 잡는 부대)'가 된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와 여동생, 동료 2명이 '무한열차'라는 기차에 타기 시작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주인공 '탄지로'는 자신의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염주(炎柱)'인 '렌고쿠'를 무한열차에서 만난다. '염주(炎柱)'란 귀살대 최고의 계급인 '주'로서 9 종류의 '호흡' 중 '염(炎)', 즉 불과 관련된 '주'인 것이다. 주인공 '탄지로'와 그의 동료는 무한열차에서 '오니(도깨비)'와 싸우게 된다. '오니(도깨비)' 또한 계급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도깨비의 수장인 '키부츠지 무잔', 상현 6명(1~6), 하현 6명(1~6)이 존재하고 그 아래로 수많은 오니들이 존재한다. 이 오니들은 태생적으로 오니가 된 것이 아니고 모두 '인간'이었다. 하지만 배신, 복수, 욕망 등의 마음으로 인해 '오니'가 된 사람들이다. 또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거나 '오니'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죽기에 굴복하여 '오니'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탄지로'의 무리와 염주(炎柱)인 '렌고쿠'는 무한열차에서 '하현' 중 제일 강한 '하현 1'과 만나 싸우게 된다. 이 과정까지의 스토리는 살짝 지루했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영화 후반부에 시작됐다. '하현 1'을 무찌르고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무사히 구하게 된다. 주인공 '탄지로'와 그의 동료들은 '오니'와 싸우는 과정 중에 부상을 입게 되었다. '오니'를 쓰러뜨리고 다 끝났나 싶었을 때 갑자기 그곳에 '상현'이 등장한다. '상현 3'인 '아카자'는 '염주(炎柱) 렌고쿠'와 붙게 된다. 이후에 만화책 스토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상현'과 '하현'은 혼자서 죽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주'들이 2~3명 이상 힘을 합쳐도 쉽지 않다. 인간들은 한번 다치면 회복이 어렵지만 '오니'들은 회복 능력도 빠르고 공격력도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현'들은 거의 1초 만에 회복이 된다. 그런 '상현'들 중 3번째로 강한 '아카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론 '렌고쿠'는 '아카자'에게 패배해 죽고 만다. ㅠㅠ 정말 슬펐다.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렌고쿠의 정신'만은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지금부터 써보겠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이 녀석이 '상현 3 아카자'이다. 상현들에게도 각자마다 사연들이 있지만 이는 만화책을 보면 나오는 것 같다. '아카자'는 '무술'과 '싸움'을 좋아하며 자신이 계속 성장해 나가길 원한다. '렌고쿠'를 만나고 그의 능력을 단숨에 알아채 '오니'가 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다. 또한 그는 약한 존재를 싫어한다.
'아카자'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비판을 할 때 렌고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노쇠하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덧없는 생물의 아름다움이다. 노쇠하기 때문에, 죽기 때문에 더없이 사랑스럽고 숭고한 거다. 강함이라는 건 비단 육체에만 한정된 말이 아니다.... 너와 난 가치 기준이 다르다. 난 그 어떤 이유가 있어도 혈귀가 되지 않는다!.
이 대사들은 '렌고쿠'의 강인한 신념을 보여준다. '어떤 이유가 있어도'는 그의 강인한 정신을 얘기해 준다. '오니'가 된 사람들은 정말 많다. 자신의 욕심, 타인에 대한 복수, 이기심, 현실에 굴복하고 신념을 포기, 더 잘 살고 싶기에 자신의 철학을 버림 등 다양한 이유로 '오니'가 된다. 각박하고 경쟁만을 추구하는 이 현대인을 비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 나오지만, 그저 '현실적'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사는 '현대인'들처럼 '오니'들도 '태양'을 끔찍하게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이 장면처럼 '렌고쿠'는 본인의 눈, 갈비뼈, 내장이 파괴될 정도로 싸웠다. 그에 반해 '오니'인 아카자는 털 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바로바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고쿠' 본인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이 '상현 3 아카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후에 이야기가 나오지만 '렌고쿠'는 이 당시 무한열차에서 많은 능력을 쓰느라 힘을 많이 소진된 상태였고 가장 중요한 그의 '전성기'가 아니었었기 때문에 '아카자'에 비하면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위와 같은 내용들이 아니었다. 단지 그의 의무를 다하는 것, 사람들을 지키고 '오니'가 되지 않는 것,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힘들어도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밀고 나가는 것이 그는 그의 죽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죽는 것보다 더 먼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ㅠㅠ 지금 봐도 너무 슬프다. 마지막 온 힘을 다해 기술을 쓴 '렌고쿠'는 결국 '아카자'에게 몸이 뚫리고 만다. '오니'가 되었으면 그는 평생 살 수 있었고 또한 회복도 바로 했을 것이다. 아카자는 중간중간 계속 렌고쿠에게 '오니가 되어라'라고 제안하지만 '렌고쿠'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배가 뚫렸을 때에도 '아카자'는 빨리 오니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아카자도 렌고쿠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의 기백 또한 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적이 인정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그는 도덕책,,,
하지만 '렌고쿠'는 배가 뚫려있고 아카자가 주먹으로 얼굴을 치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먹을 막고 버텼다. '오니'들의 가장 큰 약점인 '태양'이 뜨는 것을 보고 '아카자는 도망가려 하지만 '렌고쿠'는 자신의 몸을 관통한 '아카자'의 팔을 몸으로 꽉 잡고 있는다. 진짜 멘탈이 미친 것 같다... '렌고쿠'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선 목숨은 결코 중요치 않은 것이다. 이것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자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에 타락해서 또는 굴복해서 순종하고 살 바엔 나의 가치와 신념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에 대한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이란 '오니'에 굴복해 고작 길어봤자 100년도 못 사는 삶을 살기보단,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의 고결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결국 '아카자'는 자신의 손을 스스로 끊고 탈출을 한다.
주인공 '탄지로'는 이전 무한열차에서 부상을 당했어서 '렌고쿠'와 '아카자'의 싸움에서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그는 도망가는 아카자 등에 칼을 꽂으며 엄청난 울분을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본 '렌고쿠'는 웃음을 짓는다. 그러곤 그에게 마지막 말들을 전해준다. 주인공 '탄지로' 또한 사연이 있다.(글 내용을 벗어나는 이야기) 그런 그에게 "가슴을 펴고 살아가라! 자신의 나약함과 무능함이 온몸을 짓눌러도, 마음을 불태워라.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가라. 네가 발을 멈추고 몸을 웅크려도, 흐르는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네 곁에서 슬퍼해 주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해 준다. 다시 보고 있는데도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렌고쿠'는 죽기 직전 환상으로 그의 어머니가 나타난다. 그의 어머니가 '렌고쿠'가 어렸을 때 해 준 이야기 또한 나는 너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왜 쿄쥬로(렌고쿠)가 남들보다 강하게 태어났는지 알고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약한 자들을 돕기 위해서랍니다. 선천적으로 남들보다 많은 재능을 타고난 자는 그 힘을 세상을 위해 남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답니다. 하늘에서 내려주신 힘으로 남을 다치게 하거나 사리사욕을 채워서는 안 됩니다. 약한 사람을 돕는 일은 강하게 태어난 사람의 의무입니다. 책임을 가지고 평생 이루어야 하는 사명입니다. 그걸 절대로 잊지 마세요"
그의 어머니의 그런 말들이 지금의 '렌고쿠'를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렌고쿠는 다른 '주'들에 비해 재능이 타고난 편은 아니었다. 이후의 스토리에선 '노력'이 9할은 차지했을 정도로 그는 훈련에 남들보다 매진하였다는 것이 나온다. 어느 정도였냐면 '주'들 또한 '렌고쿠'의 훈련을 무서워했고 힘들어했다는 대사가 종종 나온다. 나도 그의 어머니의 대사를 듣고 머리가 띵해졌다. 나는 남들보다 선천적으로 강인한 힘 또는 지능 또는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렌고쿠' 정도의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의 힘과 능력이 하늘에서 내려주신 것들이라 생각을 한다. 이것들을 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데에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몇 주전부터 들기 시작한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 대사의 내용과 겹쳐서 깜짝 놀랐다. 이 지구에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 '내'가 과연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었고 타인에 대한 '조건 없는 베풂'과 '조건 없는 사랑'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내가 더 갖지 못해도 남들과 나누고, 남들이 나에게 피해를 줘도 내가 사랑해 주는 그 마음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보여주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여준 여자친구에게 정말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렌고쿠'의 우직함과 그의 남다른 '가치 기준'을 나와 비교해 준 점 또한 고마웠다. 그의 강인함, 끈질김, 집요함 등이 나와 비슷하다고 해주었지만 나는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않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온 '렌고쿠'의 정신과 그의 삶을 보고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렌고쿠'처럼 나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 '오니'가 될 바엔 '죽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것처럼 이 현실 세상에서의 삶도 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슴을 펴고 살아가라! 자신의 나약함과 무능함이 온몸을 짓눌러도, 마음을 불태워라.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가라. 네가 발을 멈추고 몸을 웅크려도, 흐르는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네 곁에서 슬퍼해 주지 않는다."라고 말한 '렌고쿠'의 대사처럼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 굳게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나의 부족함에 실망하더라도 '마음을 불태우며' 걸어갈 것이다.
+ 이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렌고쿠'가 죽기 직전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며 눈을 감는 장면이다. '렌고쿠'는 한 번도 미소를 보인 적이 없었다. 그의 강렬한 정신과 육체를 대변하는 그의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마지막 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미소'는 나에게 정말 큰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