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사실...

LePetitPrinceHong 2024. 10. 13. 23:57

 최근 내가 꽂힌 단어가 있다. 바로 '사실'이라는 부사다.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이상한 거에 꽂힐 때가 있다. 여러 방송 혹은 최근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실 그거는...', '사실은 제가', '~했지만 사실'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치 내가 '정말', '물론'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유튜브에 나온 수많은 유투버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사실'이라는 단어가 내게 많이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발표를 들을 때도 교수님이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하시거나 수업을 하시면서 '사실'이라는 표현을 너무너무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왜 갑자기 '사실'이라는 부사어가 많이 들리는 것일까?

 이 현상을 맨 처음 인식한 곳은 나 스스로에게서다. 나는 평소 말을 할 때 굉장히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내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글을 쓸 때는 마음대로 단어 선택을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려 애를 쓰고 있다. 말을 할 땐 더더욱. 그래서 어떤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이러한 습관 때문에 나는 내가 말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단어를 내뱉고 있는지 어떤 단어를 자주 쓰는지 파악을 하면서 말을 한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설명하거나 스토리를 들려줄 때, (습관적으로) 사실이라는 단어를 문장 앞에 붙여가며 사용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이라는 단어를 언제 자주 쓰나 생각해 보니, 뭔가 진심을 다해 이야기할 때 혹은 강조를 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혹은 솔직한 나의 생각을 표현할 때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어쩌다 이런 단어를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자주 사용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면서 '사실'이라는 단어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행동했다. 사실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그 단어를 캐치한 다음 속으로 삼켰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때에마 '사실'이라는 부사어를 써 가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단어가 가진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최근 본 백종원 님 흑백 요리사 관련 영상에서도 '사실'이라는 부사어를 수십 번 이야기하는 게스트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강박적으로 그것만 듣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적인 인식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본인이 그런 말을 자주 쓰는지 혹은 상대가 그런 말을 자주 쓰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이 유튜브 영상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곳에서 '사실'이라는 단어가 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실이라는 부사어를 쓰기 전에 한 말들은 그럼 다 가짜인 것인가? 혹은 솔직하지 않은 말들인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처음부터 진실한 이야기와 진솔한 이야기를 한다면 '사실'이라는 부사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었다. 왜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뒤 사실은... 혹은 사실...이라 말하며 그제야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일까. 나 또한 뭔가 상대 눈치를 보며 이야기하다 좀 괜찮아졌다 싶을 때 '사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말을 강조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단어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강조와는 거리가 멀다. 강조는 중요한 포인트에만 힘을 팍 주는 것이다. 지난 창업 프로젝트에서도 많은 발표자들이 그리고 발표 수업에서도 많은 발표자들이 '사실'이라는 단어를 퍼부었다. 

 나는 이야기를 할 때 사실이라는 표현 뒤에 나오는 말들을 처음부터 듣고 싶은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가 많이 억압된 사회라 그럴 수도 있지만 솔직한 말들이 가식적인 말들보단 1억 배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감정 혹은 경험들을 말할 때 솔직함을 담아 말하는 것이 자기표현과 자존감 건설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글은 짧은 글이었지만 꽤 중요한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평소 말의 습관, 단어의 습관이 우리 자아를 형성해 나갈 것이며 이는 본인의 성격과 가치관 형성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알맞은 단어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단어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말을 하는 능력을 레벨업 시켜줄 것이며, 덜어냄이 결국 채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할 때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