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후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오늘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에 대한 후기를 작성해 보겠다. 근래 본 최신 드라마 중 나에게 꽤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오늘 글에서도 이전 글들에서처럼 이 드라마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 혹은 세부적 내용들은 담지 않을 예정이다. 기억에 남고 큰 공감을 느낀 부분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다. 아, 이 글도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여 주시길...
우선 드라마의 개요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면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주인공 여자가 주인공 남자가 운영하는 펜션에 와 며칠 머물다 간다. 그 여자 주인공이 떠난 이후 남자 주인공은 펜션을 청소하던 도중 자신의 방에 있던 물건에서 피를 발견한다. 주인공 여자가 데려왔던 아이의 피가 맞는지 아닌 지(살인) 모르는 상황에서 그 남자 주인공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고 그는 결국 그것들을 은폐해 버린다.(자신의 펜션에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 그러면서 스토리가 점점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총 2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살인 혹은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 대해 '공감 능력 부족'
우리는 뉴스를 보면서 여러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절도, 폭행, 성범죄 더 나아가 살인까지.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살인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역에 올 때마다 "여기가 살인 일어난 장소래"하며 수군거린다. 지금 예시가 서울역이라 그리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어, A 호텔에서 살인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호텔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살인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앞으로 살인이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 호텔을 이용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괜한 꺼림칙함 혹은 불편함 때문에 차라리 다른 호텔에 머물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A호텔이 살인을 저지른 혹은 살인에 가담한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호텔은 '살인자 호텔'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실제 뉴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살인자가 살인을 저지른 구역 혹은 장소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사람들은 그곳을 지날 때마다 불안에 떨거나 그곳을 지나치지 않고 우회해 가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과 편안함을 본능적으로 찾는 동물의 속성일 뿐이니. 나도 마찬가지였다. 살인자 혹은 범죄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도 모르게 그 장소와 범죄 행위 그리고 범죄자 이 셋을 동시에 묶어버렸다. 범죄 행위와 범죄자는 서로 연관이 있다 할 수 있지만, 장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하기 편하게 나도 모르게 엮어버렸다. 우연히 그 장소에서 범죄가 일어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또 다른 예로,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에서 누가 투신자살이라도 하면 그 아파트 매물은 그 옆 동 매물에 비해 가격이 떨어지거나 아무도 사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파트가 자살을 유도한 것도 아닌데 '하필' 장소가 그곳이었어서 그 장소는 '무서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도 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전재산을 긁어모아 아내를 설득해 모텔을 차린 남성이 있었다. 어느 날,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모텔 주인인 남성의 '호의'가 거센 폭풍을 몰고 왔다. 모텔 주인의 호의를 받은 남성은 살인자였고 그 모텔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살인자가 잡히면서 살인을 저지른 모텔을 배경으로 살인보도가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모텔의 이용객은 전부 사라졌고 심지어 전화로 '살인자 모텔'이라며 장난 전화까지 수차례 당하게 된다. 기자 혹은 언론은 아무렇지 않게, 모텔을 배경으로 범죄자 사진을 찍고 그곳 앞에서 인터뷰를 하며 그 장소를 공개했다. 모텔이 무슨 잘못을 했는가? 여기서 모텔 주인을 탓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가끔 언론에서 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공개해야 할 범죄자 얼굴은 모자이크를 철저하게 하지만 그와 관련된 장소 혹은 그를 붙잡고 가는 경찰들의 얼굴은 일체 모자이크 없이 공개되는 경우가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법'이 문제다. 범죄자 인권이 더 우선시 되는 나라며 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이 그리 크지 않은 '좋은 나라' 중 한 나라다.
이후 모텔 남자 주인의 아내가 괜한 동정 및 모텔 관련 거짓말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된다. 주인공 남자는 그 사건 하나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이후 그는 정신 질환을 겪게 되고 이후에는 과거 속에 갇혀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살인 및 범죄자에 만 관심을 갖도록 뇌가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그 결과로 발생한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서 쉽게 "이곳에서 살인이 일어났대~" "이곳에서 누가 자살을 했대~" 등과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닌다. 그렇게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공감능력'은 최하다.
범죄 장소 혹은 그 장소와 관련된 사람이 저지른 잘못은 무엇인가? 전혀 없다. 그들은 그냥 살아갔을 뿐이고 평범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어떤 사람이 칼로 찔려 매출이 떨어지면 당신은 이전과 동일한 감정 상태일 수 있겠는가? 본인에게 일어나면 어떻게든 보상받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관심의 대상은 단지 '칼에 찔린 현장'이라는 공감 능력이 퇴화된 생각뿐이다.
2. 자신의 부모를 (간접적으로) 죽인 살인마를 죽인 아들의 살인은 문제인가?
모텔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모텔 이용객이 사라지고 아내까지 잃은 남자에겐 자녀가 한 명 있었다. (그 자녀의 시선으로도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는데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이 아들은 어떻게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었다. 살인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것은 아니지만 살인마 때문에 일이 발생했고 그 일 때문에 엄마가 죽었으니 책임의 일부분은 살인마에게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아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살인마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본인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한결 받아들이기 수월해질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살인마를 죽이는 살인은 정당한가? 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 글에 썼었었다. 내가 쓴 내용이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판단의 불안정성을 이 드라마가 보여줘서 너무나도 좋았다.
결국 그 아들은 살인마를 죽이게 된다. 그 후 자신도 자살하려고 했지만 운이 좋게(?) 살게 된다. 무려 20대 초반 혹은 중반인 나이에 말이다. 엄마의 죽음은 그 아이가 중학생 때 발생한 것이었는데 그 살인마를 죽이기 위한 각오와 노력을 약 10년을 해 온 것이다. 살인마 때문에 파릇파릇한 꽃다운 시절을 살인마에 대한 복수심으로 뒤덮었다. 나는 그 소년 캐릭터에 공감이 쉽게 됐었다. 왜냐,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은 그러한 살인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겠지만 '어쩌라고'.
아무리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음은 분명할 것이다.(법은 살인에 대해 그렇게 규정을 해놨기에 당연한 소리다. A는 A다라고 해놨다.) 개인적으로는 정당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단 한 사람이 내린 정당화여도 말이다.
이는 살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법과 판단 기준은 상대적이다. 어떤 나라에선 허용되는 것이 어떤 나라에선 허용이 안 될 수도 있다. 나라마다의 법은 제각각이다. 나라마다 법이 다른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당하다 정당하지 않다를 판단할 수 있을까. 법은 그냥 한 집단의 자의적 기준일 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함은 맞지만 북극에 가서도 로마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 심지어 로마에서도 로마법을 굳이 따라야 할까에 대한 의문은 존재한다.
끝으로 이 드라마의 감상평을 남기고 글을 마치겠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연출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였다. 소름 돋는 음악과 상황에 맞는 음악이 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다. 연출 기법도 다양했었어서 인상 깊었다. 특히 모든 배우들이 실력파 배우들이라 그런지 연기를 보면서 감탄을 했던 적이 많았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모든 배우들로부터 미친 연기력을 느껴봤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꼭 봐보시길 권해드린다. 대신 심장 약하신 분들은 주의 ㅋㅋ
(이 드라마랑 논외로) 유튜브에서 약 1년 전에 찍은 과학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어떤 패널 분이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던 영국 철학자 조지 버클리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었다. 아마 양자역학 관련 영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던 영상에서 최근 본 드라마의 제목을 그곳에서 접하니 신기했다. 알고 보니 드라마의 제목이 그곳에서 따 온 것 같았다. (비슷한 맥락이었다.) '존재'와 '지각'에 대한 이야기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쓰면 글이 길어질 것 같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는가?' 키워드를 입력해 찾아보시길 바란다!